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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주로 한쪽 내려앉을 수도"…가덕도 공항, 최적안 포기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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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타에서 제시된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기본계획에선 활주로 등이 육지와 바다에 걸쳐지게 된다. [자료 부산시]

사타에서 제시된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기본계획에선 활주로 등이 육지와 바다에 걸쳐지게 된다. [자료 부산시]

 가덕도신공항 개항이 당초 계획됐던 2035년에서 2029년 말로 크게 앞당겨진다. 경쟁이 치열한 2030년 엑스포 유치를 위해 완공시점을 최대한 당겨야 한다는 부산지역 요청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사전타당성검토(사타)에서 최적안으로 제시됐던 해상에 활주로를 놓는 방안 대신 육지와 해상에 걸쳐 활주로를 건설하고, 터미널 위치도 바꾸기로 했다. 그런데 이는 사타 때 최적안에 밀려 채택되지 못했던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14일 세종정부청사에서 부산시와 울산시, 경남도, 해양수산부, 국방부, 인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용역 중간보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기본계획용역은 지난해 8월 말에 시작됐다.

 이에 따르면 우선 공항건설은 ▶바다를 메워서 하는 매립식 ▶활주로 등을 바다 위에 띄워놓는 부체식 ▶교량으로 공항을 떠받치는 잔교식 공법 중에서 안전성과 사업비 등을 고려해 매립식을 적용키로 했다.

 부체식은 해외에서도 대규모로 적용된 전례가 없어 사전 절차와 준비 기간이 오래 걸리고, 잔교식은 공사비가 과다하게 든다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활주로와 여객터미널 등 공항 시설은 육상과 해상에 걸쳐서 배치하는 안을 택했다. 여객터미널과 화물터미널, 계류장 등은 활주로 남측에 위치하게 된다.

 [자료 국토교통부]

[자료 국토교통부]

 박지홍 국토부 가덕도신공항건립추진단장은 “공항을 육상과 해상에 걸쳐 배치하면 해상매립량이 줄어들어 공사기간을 2년 넘게 단축할 수 있다”며 “여기에 조기 보상착수와 부지조성공사 통합발주 등을 통해 공기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연말까지 기본계획을 고시하고 내년 말 착공하면 사타에서 제시됐던 2035년 중반이 아닌 2029년 말 개항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비는 사타(13조 7000억원)와 큰 차이는 없을 거란 추정이다. 국토부는 또 사업관리 강화를 위해 가칭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신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기본계획안을 두고 우려도 적지 않다. 애초 지난해 발표된 사타에서 나온 최적안은 바다를 매립해 그 위에 활주로를 건설하고, 여객터미널과 계류장 등은 활주로 북측에 배치하는 방안이었다.

 이번에 나온 기본계획안은 사타에서 최적안에 밀려 채택되지 못한 계획이다. 무엇보다 '부등침하(지반이 불균등하게 내려앉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자료 국토교통부]

[자료 국토교통부]

 당시 사타 연구진은 “(육상과 해상에 걸쳐 배치하는 안의 경우) 육상과 연약지반의 지지력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지지력에서 큰 차이가 나면 바다 쪽에 있는 활주로 등이 육지 쪽 활주로보다 많이 가라앉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정상적인 이착륙이 어려워진다.

 이에 대해 기본계획 용역진은 “현재까지 검토 결과, 활주로의 20년 후 예측 부등침하량이 국제기간 허용치보다 작아 항공기 운항 안전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유사한 방식으로 건설된 홍콩 첵랍콕공항도 부등침하 문제가 없었다고도 했다.

 또 사타에서는 육상과 해상에 걸쳐 배치하는 방안, 해상에 건설하는 방안 모두 공사기간을 각각 9년 5개월과 9년 8개월로 잡았다. 기본계획안대로라면 정부는 이를 5년까지 단축하겠다는 것이어서 일부에선 무리한 일정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향후 확장성도 문제다. 사타에선 해상에 건설하는 방안은 향후 확장 때 공간적 제약이 없는 반면 육상과 해상에 걸쳐 배치하는 방안은 외양포항, 대항항, 새바지항 등 추가적 이주와 공간적 제약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공항 전문가는 “사타에서 제시한 최적안에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엑스포 유치라는 현안때문에 공기 단축이 가능한 차선책을 택한 것 같다”며 “부등침하와 향후 확장성 등 여러 우려를 잘 살펴서 사업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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