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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파괴한 미사일 발사…한·미 애먹이는 北 도발 노림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이 한·미 연합연습 기간 이틀 만에 미사일을 다시 쏘면서 전례 없는 지역을 발사 장소로 골랐다. 유사시 발사를 사전에 무력화하는 군 당국의 킬 체인을 의식한 행보로 발사 방식에 잇따라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1년 3월 조선중앙통신이 새로 개발한 신형전술유도탄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보도한 사진. 당시 이 신형전술유도탄은 그해 1월 8차 노동당 대회 열병식에서 공개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개량형으로 추정됐다. 조선중앙통신

2021년 3월 조선중앙통신이 새로 개발한 신형전술유도탄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보도한 사진. 당시 이 신형전술유도탄은 그해 1월 8차 노동당 대회 열병식에서 공개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개량형으로 추정됐다. 조선중앙통신

합동참모본부는 14일 오전 7시 41분부터 7시 51분까지 황해남도 장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들 미사일은 약 620㎞를 비행하며 북한 전역을 통과한 뒤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바깥 동해 공해상에 떨어졌다. 이날 오전 미 정찰기 RC-135S 코브라볼과 RC-135U 컴뱃센트가 한반도에 출격해 북한 미사일을 추적했다.

미 공군 정찰기 RC-135S 코브라볼. 연합뉴스

미 공군 정찰기 RC-135S 코브라볼. 연합뉴스

미사일 종류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개량형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2021년 1월 열병식에서 KN-23 개량형을 공개한 뒤 수시로 시험발사를 진행해왔다.

이번 발사에서 눈에 띄는 건 장소다. 북한이 장연이라는 지역에서 탄도미사일을 쏜 건 이번이 처음이다.한·미의 감시가 소홀할 것으로 보이는 지역을 골라 기습 발사 능력을 시험해봤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 연합연습이 시작된 13일 경기 연천군 임진강에서 우리군이 K9 자주포 등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연합연습이 시작된 13일 경기 연천군 임진강에서 우리군이 K9 자주포 등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는 발사 방식을 다변화하려는 시도 중 하나로 읽힌다. 전날(13일) 시작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 ‘프리덤실드’(FS·Freedom Shield)를 계기로 대북 억제력을 과시하는 한·미에 맞불을 놓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 9일 남포에서 서해로 근거리탄도미사일(CRBM)을 6발 발사한 바 있다. 내륙 호수 중앙 지점에 이동식발사대(TEL)를 밀집해 놓은 뒤 낮은 고도로 발사해 군 당국은 탐지에 애를 먹었다. 당시 군 안팎에선 북한이 이례적인 발사 방식으로 혼선을 유발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군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무기체계를 밀집시켜서 발사하는 것은 전술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연합연습을 염두에 두고 무력시위를 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 9일 근거리탄도미사일(CRBM) 발사 장면. 조선중앙TV 화면

지난 9일 근거리탄도미사일(CRBM) 발사 장면. 조선중앙TV 화면

북한은 지난 12일 처음으로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을 쏘기도 했다. 잠수함에서 탄도미사일이 아닌 순항미사일을 쏜 게 북한 입장에서 전략적 효용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공격 수단을 다양화하는 것 자체만으로 위협이 될 수 있다. 다수의 수중 발사 플랫폼까지 활용해 동시다발로 섞어쏘기에 나설 경우 징후 포착과 원점 타격은 그만큼 어려워진다.

지난 12일 실시된 북한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발사 장면. 조선중앙통신

지난 12일 실시된 북한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발사 장면. 조선중앙통신

이는 북한이 군 당국의 3축 체계 중 ‘킬 체인’(Kill Chain)을 의식하면서 미사일 운용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현 정부는 사이버 공격, 전자기탄(EMP) 등으로 북한 미사일 발사 전 교란을 일으키는 '레프트 오브 런치'(Left of Launch) 개념을 적극 반영해 킬 체인을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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