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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규제 푼 탓"vs"바이든식 대공황"…미 SVB '네탓 게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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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P=연합뉴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을 둘러싸고 미국 정치권에서 ‘비난 게임(Blame game)’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의 책임이 상대방에 있다는 '네 탓 공방'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시절 금융 규제 완화가 SVB 파산을 초래했다고 비판한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한 공화당 대선 주자들은 현 정부의 정책이 문제라며 일제히 ‘바이든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바이든·민주당 “트럼프 규제완화가 문제”  

지난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점에서 고객들이 예금된 돈을 찾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점에서 고객들이 예금된 돈을 찾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블룸버그·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SVB 사태와 관련해 가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책임론을 꺼내 들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세계 금융위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금융 규제를 트럼프 행정부가 완화했다고 비판하면서 “은행 파산이 되풀이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의회와 금융 당국에 관련 규제를 강화하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인사들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 책임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2016년 대선 경선 돌풍을 일으켰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SVB의 실패는 트럼프가 내가 강력히 반대했던 터무니없는 은행 규제 완화 법안에 서명한 직접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지역을 지역구로 둔 로 칸나 민주당 하원의원도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미래의 불안을 막기 위해 의회가 합심해 트럼프 시절의 규제 완화를 뒤집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재무건전 기준 완화…SVB 등 혜택

지난 13일 미국 메사추세츠주 웰즐리에 있는 실리콘밸리은행 지점에서 고객들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3일 미국 메사추세츠주 웰즐리에 있는 실리콘밸리은행 지점에서 고객들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이 비판의 타깃으로 삼는 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이 2018년 벌인 도드-프랭크법 완화 조치다. 도드-프랭크법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계기로 2010년 제정된 광범위한 금융 규제법이다. 이 법에 따라 금융기관들은 이른바 ‘스트레스 테스트’를 매년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로부터 받아야 했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가상의 위기 상황을 견딜 수 있을 정도의 재무 건전성을 금융기관이 갖고 있는지 평가하는 제도다.

하지만 2018년 스트레스 테스트를 받아야 하는 금융기관의 기준을 기존의 자산 500억 달러에서 2500억 달러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는 개정 법안이 공화당 주도로 통과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소기업 대출을 늘려 경제를 살린다면서 법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를 통해 자산 500억~2500억 달러인 중견 은행은 그 전까지 받아야 했던 스트레스 테스트를 격년으로 받거나 면제받았다. 이번에 파산한 SVB(자산 2090억 달러)와 시그니처은행(자산 1104억 달러)이 여기에 해당한다.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은 이 같은 사실을 지적하며 법 개정을 통해 은행의 재무 건전성 규제 기준을 다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규제 강화안이 의회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다. 하원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이 금융 규제 강화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미 상원의 은행·주택·도시문제위원회 소속 팀 스콧 공화당 의원은 이날 “정부가 개입하는 문화를 만드는 건 금융기관이 과도한 리스크를 감수한 후 정부에 의존하는 걸 막는 데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바이든 때리는 공화당 대선주자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3일 아이오와주 데이븐포트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3일 아이오와주 데이븐포트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리어 공화당은 대선 주자들을 중심으로 이번 사태의 책임이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정책에 있다고 비판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1929년보다 더 크고 강한 대공황을 맞을 것”이라면서 “은행이 벌써 붕괴하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공황 시절 집권했던 허버트 후버 전 대통령을 거론하며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이자 가장 바보 같은 증세로 조 바이든은 우리 시대의 허버트 후버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주당 측이 자신에게 제기하는 규제완화 책임론에 대해선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같은 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변인인 스티븐 청은 성명을 통해 “민주당의 주장은 절망적 거짓말”이라며 “책임 회피를 위한 슬픈 시도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론 디샌티스 미국 플로리다주 주지사가 지난 7일 플로리다주 탤러해시에 있는 주의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론 디샌티스 미국 플로리다주 주지사가 지난 7일 플로리다주 탤러해시에 있는 주의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공화당의 유력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도 SVB 파산 이후 나온 바이든 행정부의 긴급 조치를 ‘뒷북 대응’이라며 비판했다. 그는 이날 “우리가 거대한 연방 관료 체제를 가졌음에도 그들은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거기 있어야 할 때는 없다”고 말했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는 바이든 행정부가 SVB 고객 예금을 전액 보증하기로 한 조치를 두고 사실상의 ‘구제 금융’이라고 비판했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지난 13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열린 2024년 대선 지지자 모임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지난 13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열린 2024년 대선 지지자 모임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헤일리 전 대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이번 예금 전액 보증 조치로) 만일 예금보험 기금이 고갈될 경우 모든 은행의 고객들이 영향을 받는다”며 “(SVB) 예금들은 SVB의 자산을 매각해서 지급돼야 하며, 납세자들이 책임져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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