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올해 상반기 한·미 연합 군사훈련 '프리덤실드'(FS·자유의 방패) 둘째 날인 14일 오전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또다시 발사했다.
이달 들어 남포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근거리탄도미사일(CRBM) 6발을 발사한 지난 9일과 함경남도 신포 인근 해상에서 잠수함을 이용해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2발을 발사한 12일에 이어 일주일 사이에 감행한 세 번째 무력시위다. 장소도 동·서, 육상·해상을 가리지 않았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가 통상적이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7시 41분쯤부터 7시 51분쯤까지 황해남도 장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했다. 군 당국은 해당 미사일이 북동쪽으로 약 620㎞ 비행한 뒤 동해상에 탄착한 것으로 탐지했다고 밝혔으며, 두 미사일의 정점 고도나 속도 등은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1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어 결정한 '중대한 실전적 조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에 앞서 김여정 당 부부장도 지난 19일 본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확장억제와 연합방위태세를 떠드는 미국과 남조선에 매우 강력한 압도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이랬던 북한이 잇달아 다종의 미사일을 여러 장소에서 발사하면서 김정은의 '중대조치'를 가시화하는 모양새다.
한·미는 연합훈련 첫날인 13일 미국의 차세대 정찰·전자전항공기(ARES)인 'BD-700 ARES'과 고고도정찰기 U-2S 등을 한반도 상공에 투입했다. 하지만 북한은 한·미 양국이 최첨단 정찰자산을 동원해 높은 수준의 대북 경계·감시 활동을 벌이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담하게 미사일을 쏘며 무력시위를 이어갔다.
북한이 미국의 전략자산이 전개한 연합훈련 기간에 미사일 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1월에도 미국 항공모함 전단이 동원된 연합훈련 기간에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기존 대응체계로 요격이 어려운 다종의 미사일에 전술핵 탑재가 가능하다고 주장함으로써 한·미의 억지력이 자신들에게 유효하지 않음을 강변하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북한이 지난해 9월 핵무기 사용의 문턱을 낮춘 '핵무력법'을 채택한 이후 공세적인 대미·대남 압박전술을 구사하고 있다"며 "특히 김정은이 주재한 회의에서 전쟁억제력을 '위력적·공세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만큼 연합훈련 기간 상응하는 무력시위를 이어갈 가능성 크다"고 말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사실을 대내외에 공개할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북한은 지난해 미사일을 발사한 사실을 보도하지 않는 침묵 행보를 보였으나, 최근에는 관영 매체를 통해 적극적으로 알리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한·미가 압도적인 전력을 통해 확장억제를 강화해 나가는 상황에서 마땅히 대응할 방법이 없는 북한의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란 해석을 내놨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핵능력을 과시하면서 자신들이 전쟁억지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한·미에 부각하려는 전술을 펼치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사일 발사 외엔 마땅한 대응책이 없는 상황에서 군부를 비롯한 내부의 결속을 도모하려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