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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관계 중 "흉기 가져와"…그날 남편을 베개로 살해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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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관련 출입금지 이미지.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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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울산에서 열린 국민참여 재판에서 남편을 살해한 주부 A씨가 이례적으로 '집행유예' 판결을 받자, 검찰이 '양형 부당'을 주장하면서 항소했다. 검찰은 국민참여 재판에 앞서 A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울산지법 형사11부는 지난달 16일 국민참여 재판을 열고,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배심원 7명은 A씨 범행에 모두 유죄를 평결했고, 집행유예 선고형에도 만장일치 의견을 냈다.

검찰 항소로 주부의 남편 살인 사건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도대체 이들 부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남편 살해한 주부
판결문 등에 따르면 사건 시작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의 남편 B씨는 경제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술을 마시는 날이 많았다.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행동도 잦았다. 2017년쯤 남편이 건축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가 실패했고, 경제적인 어려움마저 처하게 됐다. 결국 A씨 가족은 시댁 가족과 함께 살게 됐다고 한다. 이들 부부는 아들 2명, 딸 1명을 뒀다.

남편의 강압적 태도와 폭력적 행동은 계속됐다. 그러던 중 지난해 5월 A씨는 경남지역 한 병원에서 수면제 7알을 처방받았다. 술에 취해 남편이 강압적으로 변하면 커피나 이온음료에 섞어 마시게 할 목적이었다. 같은 해 7월 A씨는 또 수면제 14알을 추가로 처방받아, 절구로 빻아 가루로 만들어 방안 서랍에 보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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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간의 일반적인 갈등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이미지로, 이 기사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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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달 중순 새벽 사건이 일어났다. 술에 취한 남편이 잠이 든 A씨를 깨웠다. 그러곤 거실로 나가 부부관계를 시도했다. 하지만 건강상 문제로 제대로 관계가 이뤄지지 않자 B씨는 점점 가학적이고 폭력적으로 변했다.

가정폭력…범행 도구는 '베개'
거친 부부관계를 시도하면서 화를 냈다. A씨에게 길이 32cm짜리 흉기를 부엌으로 가서 가져오라고도 했다. 신체 일부에 상처를 내보자는 의도였다고 판결문 등에 나온다. 두려움에 떨던 A씨는 가져온 흉기를 이불 밑 아래에 숨기며 '제발 이러지 말자, 이러면 안 된다’ 라고 B씨에게 사정을 했다. 실랑이 끝에 B씨가 화장실에 간 틈을 이용, 준비해 둔 수면제 가루를 B씨가 마시던 커피에 넣었다. B씨는 술과 수면제가 든 커피를 함께 마셨고, 폭력적인 행동을 계속하다가 결국 잠이 들었다.

A씨는 수사기관에 "남편이 없으면 모든 사람이 편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고 진술했다. 그렇게 남편을 살해하기로 마음먹은 그는 흉기로 잠이 든 남편 손목을 여러 차례 그었다. 이어 베개로 얼굴 부위를 눌러 살해했다. 수사기관이 확인한 사인은 질식사였다.

법원 이미지. 연합뉴스

법원 이미지. 연합뉴스

"범행 동기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
A씨는 남편이 사망하자, 범행을 시인하면서 자수했다. 재판부는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어떤 경우에도 보호해야 할 가치이지만, 지속해서 가정폭력을 당해온 점, 범행 동기에 참작할 사정이 있는 점이 있으며 배심원 양형 의견도 존중했다"고 했다. 이어 "B씨 어머니 등 유족들로부터 용서를 빋진 못했지만 A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등도 (선고형에)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조만간 정해질 예정이다. 국민참여재판은 만 20세 이상 국민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된 배심원이 참여해 유·무죄를 평결하는 제도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이를 선고에 참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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