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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사업자 모십니다”…통신3사 과점 깨기 7전8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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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20년간 굳어진 통신 3강 구도를 이번엔 깰 수 있을까. 경쟁 촉진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 이후 정부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지난 10일 서울 중구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서 열린 ‘알뜰폰 경쟁력 강화 간담회’에서 통신 3사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 제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박 차관은 “알뜰폰 시장에서 통신 3사 자회사가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게 통신 시장에 건전한 생태계를 만드는지 의문이다. 경쟁 활성화와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한 대안을 숙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정부는 최근 물가가 고공 행진하자 금융·통신 분야를 집중 겨냥해 민생 부담 완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통신비(유·무선전화, 인터넷) 지출액은 지난해 4분기 기준 13만4917원으로 전년 대비 5% 증가했다. 이 와중에 통신 3사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상황. 정부는 이를 통신 과점 체제의 폐해로 보고, 경쟁 촉진을 통해 업계 판도를 혁신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외에 새로운 사업자가 투입돼 통신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제4이통사에 대한 논의는 정부가 지난해 KT와 LG유플러스의 28GHz 주파수 대역 할당을 취소하며 본격화됐다. 앞서 정부는 2010년부터 7차례에 걸쳐 제4이통사 도입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김민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본부장은 지난 2일 ‘통신 시장 경쟁 촉진 방안 마련 공개 토론회’에서 프랑스(프리모바일)와 일본(라쿠텐)의 통신업 진출 사례를 소개하며 “1위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이 줄고 경쟁이 촉진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소개했다. 정부는 28GHz 대역 중 일부를 신규사업자에 우선 할당하고, 이 사업자가 5G 전국망 서비스를 원할 경우 알뜰폰처럼 도매가로 망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유인책을 마련한 상태다. 한시적 세액공제와 자금지원도 약속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지난 2010년 도입된 알뜰폰 사업은 통신 3사의 요금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시작됐다. 하지만 속을 살펴보면 여기서도 3사의 과점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말 공정위에 따르면 통신 3사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은 2019년 37.1%에서 2021년 50.8%로 늘었다. 정부는 이 상황에도 변화를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신규 사업자 발굴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점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제4이통사에 여러 지원책을 약속하고 있지만, 고객센터와 단말유통망 등에 대한 기본 투자를 생각하면 연간 수조 원의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가입자가 늘어야 돈을 버는 구조인데 시장이 이미 레드오션이라 매력이 떨어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실제로 네이버, 카카오, 롯데, 신세계 등이 제4이통사 후보군으로 떠올랐지만, 이들 중 어느 업체도 확실한 의사를 밝힌 바 없다.

이 때문에 정부는 신규 사업자를 유인하기 위한 ‘당근’ 외에 기존 사업자에 대한 ‘채찍’도 고민 중이다. 통신 3사 자회사의 알뜰폰 점유율 제한을 추진하는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담합 의혹 조사에도 착수했다. 요금제 개편에 대한 압박도 진행 중이다. 현재 5G 요금제에서는 월 40~100GB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가 없기 때문에 이 구간에 해당하는 중간요금제를 출시하도록 하고 시니어·청소년 대상 요금제도 다양화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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