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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새 아파트로 갈아탈까"…강남도 1주택자에 청약 문 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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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안장원 기자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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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대대적인 청약규제 완화가 잇따르면서 분양시장 온도가 올라가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 견본주택. 뉴시스

정부의 대대적인 청약규제 완화가 잇따르면서 분양시장 온도가 올라가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 견본주택. 뉴시스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봄 바람 부는 분양시장 

분양시장부터 봄이 오는 걸까. 한산하던 시장이 북적이고 줄곧 떨어지던 온도가 올라가고 있다.

청약경쟁률 오르며 분양시장 훈풍 #지난해 말부터 잇단 규제 완화 효과 #강남 등 규제지역도 자격·전매 풀려 #무주택자 우선 추첨제 수정해야

이달 초 서울 영등포구에 나온 영등포자이디그니티(185가구 모집)의 1순위 청약자 수가 2만명이었다. 1년 전 인근에 분양한 단지(1만1000명)의 두 배에 가깝다. 지난 8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올림픽파크포레온)의 무순위 청약(줍줍) 경쟁률은 46대 1로 지난해 12월 본청약 경쟁률(5대1)의 10배에 달했다.

미분양 판매에도 속도가 붙었다. 지난해 2월 첫 분양 이후 미분양 매각 때마다 많아야 3~4가구 나갔던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수유팰리스가 지난해 연말을 넘기며 19가구를 팔고 마지막으로 4가구만 남겼다. 시들해지던 공공분양 사전청약 인기도 살아났다. 이달 초 청약접수를 끝낸 서울 강동구 강일지구 고덕강일3단지 500가구에 40배인 2만명이 청약했다. 앞서 지난달 실시한 고양창릉 등의 경쟁률이 15대 1이었고 청약자 10명 중 7명이 20~30대였다.

통장 가입기간, 거주기간, 재당첨제한 풀려  

지난해 말 이후 정부의 대대적인 청약규제 완화가 훈기를 불어넣었다. 1월 초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제외하고 모두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과 분양가상한제지역에서 해제되면서 청약 문턱이 낮아졌다. 2년이던 1순위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1년으로 단축됐다. 해당 지역 2년 거주 요건이 없어졌다. 세대주가 아니어도 청약할 수 있고, 재당첨 제한을 받지 않는다.

우선 청약 문이 1주택자에 열렸다. 국민주택 규모인 전용 85㎡ 이하 민영주택의 청약가점제 적용 비율이 100%에서 40%로 내려갔다. 청약가점제는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무주택 기간 등에 따라 매긴 점수 순으로 당첨자를 뽑는 방식이다. 나머지 60%는 1주택자가 신청할 수 있는 추첨제다. 1주택자의 기존 주택 처분 의무도 없어졌다. 기존 집을 유지하고 새 아파트를 분양받아도 된다.

무주택자만 가져가던 미분양분은 지역 제한 없이 전국 어디서나 다주택자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부정청약으로 계약 취소된 물량은 기존처럼 해당 지역 무주택 세대주에 분양한다.

전매제한 기간도 줄어 서울이 대개 1년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공공분양 사전청약은 분양가를 낮추고 분양시장 소외층이었던 젊은 층에 문을 넓히면서 관심을 끌었다. 정부는 분양가를 주변 시세의 70%(나눔형)나 80%(일반형) 이하로 낮췄다. 나눔형·토지임대부 물량의 80%를 젊은 층에 특별공급한다. 기존에 있던 신혼부부·생애최초 비율 55%를 65%로 높이고 새로 청년층 특별공급을 15% 도입했다. 청년층은 결혼하지 않은 20·30대를 말한다.

게다가 이달부터 서울 강남 등 남아있는 규제지역의 청약 제한도 일부 푼다. 전매제한 기간을 최장 10년에서 3년으로 줄인다. 다음 달부터 추첨제를 전용 85㎡ 이하에 주택 크기에 따라 30~60% 적용한다. 반면 85㎡ 초과의 추첨제 비율은 50%에서 20%로 줄인다. 김보현 미드미네트웍스 상무는 “새집으로 갈아타거나 투자용 등으로 주택을 하나 더 가지려는 1주택자가 분양시장에 많이 들어올 것”으로 내다봤다.

청약제도 개편으로 젊은 층은 분양가가 저렴하고 특별공급 물량이 많은 공공분양으로, 중장년층은 1주택자 당첨 기회가 늘어난 민영주택으로 분양시장이 나눠질 전망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세제 완화 맞물려 분양권 시장 살아날 듯  

정부의 세제 완화도 분양시장 호재다. 올해부터 2주택자 종부세 중과를 폐지한다. 양도세·취득세의 다주택자 중과도 완화할 방침이다.

분양권 양도세도 줄어든다. 정부는 보유 기간 1~2년 분양권 세율을 현재 60%에서 기본세율(6~45%)로 낮출 계획이다. 전매제한 기간 단축으로 분양권 매도가 가능해진 데다 세금도 줄면 분양권 시장이 되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때는 수도권 전매제한 기간이 대부분 3년 이상이어서 분양권 시장이 사실상 폐점 상태였다. 문 정부 이전 연간 1만건이 넘던 서울 아파트 분양권 전매 건수가 지난해 139건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다만 규제 완화의 그늘로 민영주택 분양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규제지역에서 풀리면 분양가가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택시장 침체로 분양가가 많이 오르기는 힘들다.

정부가 청약규제 완화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추첨제를 손봐야 한다. 추첨제에 1주택자가 신청할 수 있지만 사실상 무주택자 추첨제다. 추첨제 물량의 75%가 무주택자 우선이다. 나머지 25%도 추첨에서 탈락한 무주택자와 1주택자가 경쟁한다. 추첨제 60% 중 1주택자가 당첨을 기대할 수 있는 물량이 15%다.

추첨제에서 무주택자 우선은 문재인 정부가 유주택자의 분양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 도입한 카드였다. 문재인 정부는 추첨제 신청 시 주택 처분 조건을 달았고 추첨제 물량도 무주택자에 먼저 공급하기로 한 바 있다. 김정아 내외주건 대표는 "정부가 지난해 규제지역 추첨제 확대를 발표했을 때만 해도 규제지역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규제지역이 사라지고 있다"며 "이런 마당에 추첨제 비율을 규제지역과 비규제지역으로 나눠 적용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85㎡ 초과 주택의 추첨제 비율을 50%에서 20%로 줄인 조치에 대해서도 고개를 갸우뚱한다. 큰 주택의 신규 수요자가 주로 현재 유주택자인데, 유주택자에게 불리하고 무주택자에게 유리한 가점제 비율을 확대한 것이 불합리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