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교류 없는데"…수도권에만 841억, 남북교류기금 폐지 도미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경기 수원시의회는 지난달 28일 제373회 임시회 2차 본회의를 열고 국민의힘 홍종철 시의원이 대표 발의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을 가결했다. 수원시의회

경기 수원시의회는 지난달 28일 제373회 임시회 2차 본회의를 열고 국민의힘 홍종철 시의원이 대표 발의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을 가결했다. 수원시의회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조례는 이 땅의 평화와 시민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의 정성의 결과물”(윤경선 진보당 수원시의원)
 “조례의 필요성과 당위성은 충분히 인정하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주체가 되어 추진하기엔 한계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홍종철 국민의힘 수원시의원)

 지난달 28일 열린 경기 수원시의회 제373회 임시회 2차 본회의의 쟁점 중 하나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이었다. 2011년 제정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조례를 없애자는 내용이다. 수원시는 그동안 이 조례에 따라 관련 매년 17억원 상당의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조성하고 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해 왔다. 폐지안을 발의한 홍종철 수원시의원은 “2011년 이후 실질적인 남북교류사업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속절없이 쌓이는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일반 회계에 편입시켜 지역 현안에 사용해 예산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폐지 조례안은 이날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36명 중 19명 찬성, 17명 반대로 통과했다. 수원시의회는 국민의힘 20명, 민주당 16명, 진보당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실적 없이 기금만’…곳곳서 폐지 도미노 

여러 지자체들의 남북협력 관련 조례가 존폐 기로에 놓였다. 남북관계 경색이 장기화되고 민선7기 경기도(이재명 도지사) 대북사업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 남북교류협력 사업이 위축되면서 지방의회마다 폐지 주장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존치를 요구하는 등 남북교류협력 조례를 둘러싼 기 싸움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남북교류협력조례는 정부의 교류협력 사업과 별개로 각 지자체가 북한과 각종 교류협력 사업을 펼치기 위한 조성하는 기금의 법적 근거다. 1998년 강원도가 지자체 최초로 ‘남북강원도교류협력위원회 조례’를 제정했고, 2018년 남북정상회담으로 경제협력 활성화 기대감이 커지면서 각 지자체가 앞다퉈 도입했다.

그러나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북한의 미사일 도발까지 이어지는 등 남북관계 경색 국면이 길어지면서 쓸 수 없는 돈(기금)만 쌓이고 있다. 수도권만 해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경기 442억원, 서울 320억원, 인천 79억원 등 841억원의 남북교류협력기금이 누적됐다.

경기 수원지역 시민단체 회원들과 시민들이 남북교류협력조례 폐지 조례안을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이 조례안은 지난달 28일 가결됐다. 수원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조례폐지 반대 시민모임

경기 수원지역 시민단체 회원들과 시민들이 남북교류협력조례 폐지 조례안을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이 조례안은 지난달 28일 가결됐다. 수원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조례폐지 반대 시민모임

성남시의회에선 지난달 김종환 국민의힘 성남시의원이 ‘성남시 남북교류협력 조례 폐지조례안’을 발의했다.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에 이은 세번째 발의다. 지난해 11월 발의안은 여야동수인 소관 상임위원회(행정교육위원회)를 넘지 못했고, 지난 1월 상임위를 통과됐지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반발에 부딪혀 철회됐다.

지금까지 성남시에 쌓인 남북교류협력기금은 52억원. 성남시의회 국민의힘은 14일 열리는 본회의에선 꼭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성남시의회는 국민의힘 의원이 18명, 민주당 의원 16명으로 구성돼 있다. 정용한 성남시의회 국민의힘 대표의원은 “상위법(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이 운영되고 있고, 경기도에서도 관련 조례가 시행 중이라 기초 지자체 차원의 조례는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경남 양산시의회도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을 지난달 발의했다. 울산 울주군은 관련 조례를 입법예고한 상태다. 경기 양평군의회는 지난해 12월 ‘양평군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을 의결했고, 울산시와 대구시도 지난해 말 해당 조례를 폐지했다. 대부분 국민의힘이 의회 다수당이 된 지자체들이다.

시민단체 등 “조례 폐지 안 된다” 반발

조례안 폐지에 민주당과 진보정당, 관련 시민단체 등은 반발하고 있다. 수원지역 74개 단체로 구성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조례 폐지 반대 시민모임’은 시의회에서 폐지 조례안이 통과된 이후에도 이재준 시장에게 재의 요구를 하는 등 항의를 이어가고 있다. 6·15수원본부 최승재 집행위원장은 “남북교류협력 조례는 한반도의 평화와 전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중앙정부가 북한과 대립하고 있다고 해도 지방정부 차원에선 평화와 통일로 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