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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대표에 당대표급 거론된다…李리스크가 부른 낯선 野 풍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이재명 대표가 박홍근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성룡 기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이재명 대표가 박홍근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성룡 기자

친이재명(친명)계냐, 비이재명(비명)계냐. 아니면 아예 ‘당대표급’ 중진이냐.

오는 4월 말 퇴진 계획을 밝힌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임을 둘러싼 민주당 내 차기 원내대표 선거 전초전이 뜨겁다. 3선 의원 가운데 선출하던 관행과 달리, 이번에는 4선 이상 중진 의원의 이름까지 당내에서 자천타천으로 오르내린다.

당내에선 4선이자 당 사무총장을 지낸 안규백 의원의 출마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가운데, 현직 사무총장인 5선 조정식 의원의 차출론까지 나온다. 이미 과거 원내대표를 지낸 몇몇 중진 의원도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본인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이 같은 이례적인 과열 양상은 “민주당이 위기”라는 인식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무더기 이탈표가 나온 데 이어 이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의 사망이 겹치자,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당 위기 해법 방안으로 거론되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1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는 난국을 헤쳐갈 전투력을 발휘할 사람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당대표 궐위 시 원내대표가 직무를 대행하도록 한 민주당 당헌 25조 3항도 차기 원내대표 이슈를 키운 한 이유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상 총선 1년 전에는 ‘관리형 원내대표’를 뽑지만, 이번에는 이 대표 사법리스크에 대한 고민 탓에 당내 의견이 복잡한 것”이라고 전했다.

박홍근 원내대표가 지난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박홍근 원내대표가 지난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다만 당내에는 “원내대표를 맡은 사람이 또 맡는 게 말이 되나. 당 상황을 모르는 일부가 사석에서 떠들 뿐 결국은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수도권 4선 의원)이란 반론도 적지 않다. 이미 3선 가운데 김경협·박광온·윤관석·이원욱·홍익표 의원이, 재선에선 김두관 의원이 후보군으로 거명된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거론되는 인물 중에서도 당무·정무 경험이 충분한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르면 이달 말부터 본격화될 원내대표 경선은 일단 후보 단일화가 변수로 꼽힌다. 이미 친문재인(친문)계 핵심인 전해철 의원(3선)이 지난 10일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비명계 후보 간 단일화 가능성이 거론된다. 반면, 뚜렷한 친명계 출신 후보가 보이지 않는 탓에 다양한 인물이 저마다 이 대표와 소통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명심(明心) 잡기’ 경쟁을 벌이는 모습도 보인다.

당내 일각에서는 “원내대표 선거까지 ‘친명 대 비명’ 구도로 치달으면 내년 총선 전에 당이 깨질 수 있다”(중진 의원)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박지원 전 국정원장 역시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표가 중립적인 원내대표를 생각하는 선당후사의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당이 분열되고 위기로 가는 그런 원내대표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비슷한 우려를 전했다.

지난해 원내대표 선거에서 최강욱 의원을 2차 투표에 진출시키며 세를 과시했던 당내 강경파 ‘처럼회’의 움직임도 변수다. 이들은 체포안 이탈표 확인 후 “그들이 틀렸음을 확인하게 될 것”(김용민)이라거나 “앞에선 동지처럼 웃고 뒤에선 검찰 독재에 굴복했다”(양이원영)는 등 비명계에 대한 적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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