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시론

‘시진핑 3기’ 출범, 한국의 이익 키우려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안치영 인천대 교수, 중국학술원장

안치영 인천대 교수, 중국학술원장

지난 13일 폐막한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기 지도부 구성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10월 제20차 중국공산당 대회와 마찬가지로 시 주석이 이번 인사를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관례와 달리 국무원 총리·부총리·국무위원 등 국무원 지도부 인사에 기존 국무원 계통이 배제되고 지방 당서기 출신이 다수를 차지한 것이 방증이다. 2018년 개헌을 통해 국가주석 연임 제한을 폐지했기에 시 주석 3기 체제 등장은 예고된 것이다. 그러나 1978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 이후 종신제를 폐지하면서 규범이 됐던 최고지도자 중임제를 시 주석이 변경했고, 국가주석과 중앙군사위 주석 투표에서 만장일치가 나온 것은 과거로 회귀한다는 의구심을 갖게 했다. 일인 독재와 장기 집권의 불행한 역사를 떠올리면 불편하게 느껴진다.

만장일치로 주석 3연임 성공
당·정 일체, 권력집중 우려돼
미·중 충돌 더 세심히 살펴야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중국은 2011년 이후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다. 중국의 변화는 한국의 이해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니 중국의 변화와 영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그런데 불편하게 느껴지는 중국의 변화가 한국에 불리하다고 예단할 필요는 없다. 중국의 변화와 원인을 파악하고 적절한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

시 주석 시대 정치 변화에서 주목할 문제는 당·정 분리의 부정과 당정 일체화에 따라 당으로, 시 주석에게로 권력이 집중되는 흐름이다. 당·정 분리는 덩샤오핑이 제기한 정치개혁의 핵심의제로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후퇴했지만, 누구도 명시적으로 부정하지 못했다. 그런데 시 주석 시대 들어 당과 정부의 업무 분담은 있어도 당·정 분리는 없다고 명시적으로 부정했다. 당·정 분리의 부정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시 주석 시대 당·정 관계의 근본적 변화를 초래했다.

이런 변화는 19차 당 대회와 20차 당 대회 이후 나온 ‘당과 국가기구 개혁 방안’에 잘 나타나 있다. 과거 국무원의 독립적 기구로 공무원 인사를 담당하던 국가공무원국이 당 조직부로, 언론·출판을 관리하던 국무원 신문판공실이 당 선전부 직속 기구로 편제된 것이 사례다. 양제츠나 왕이가 국무원 부총리나 국무위원을 맡지 않고 당 정치국 위원직만으로 외교 업무를 총괄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권력 집중은 시 주석 개인의 성향과 무관하지 않지만, 근본적으로는 개혁 성과 이면의 위기와 개혁 시기 형성된 체제의 한계, 미·중 충돌과도 관련 있다. 개혁이 놀라운 성과를 거뒀지만, 그 과정에서 부패가 만연했다. 당이 통제할 수 없는 사회경제 세력이 등장했고 그들과 권력이 결탁했다. 과도한 권력집중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집단지도체제와 권력 분산이 그런 문제를 풀기보다 오히려 키우고 해결을 어렵게 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게다가 미·중 충돌 격화는 좀 더 빠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권력 집중을 정당화해준 요인이다. 권력 집중과 분산은 상황에 따른 선택의 문제이지 시비의 문제는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만장일치 주석 선출같이 권력 집중이 하나의 목소리를 강요하는 것은 위험한 현상이다. 훨씬 더 다양해진 거대한 중국 사회를 하나의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없기 때문이다.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된 최고 권력자가 오류를 범했을 때 훨씬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은 마오쩌둥 말기에 이미 경험했다.

시 주석만 예외로 대부분 규정된 절차에 따라 퇴임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 주석의 종신 집권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시 주석의 퇴임과 권력 승계의 예측 불가능 상황은 승계와 관련된 갈등을 불가피하게 초래할 수 있다. 시 주석은 개혁 과정에 누적된 문제 해결과 새로운 문제 해결을 이유로 ‘시진핑 예외’를 만들었지만 정작 그것이 훨씬 더 심각한 승계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권력 집중이 한·중 관계에 직접 영향을 줄 요소는 아니지만, 과거보다 훨씬 빠르게 한·중 관계에 체계적으로 반응하게 할 것이다. 미·중 충돌이 한·중 관계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한·미관계로 인해 중국의 이익을 훼손할 때 그 대응은 과거보다 신속하고 클 것이다. 한국의 대외 정책이 더 큰 비용을 치를 수 있다. 국익 차원에서 더 신중하게 대외 전략을 구사하고 일관된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는 의미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안치영 인천대 교수, 중국학술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