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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차 타고 누비는 해안 도로…제주도 뱃길여행 활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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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면

지난달 8일 전남 목포항에서 제주로 출항한 퀸제누비아호.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달 8일 전남 목포항에서 제주로 출항한 퀸제누비아호. 프리랜서 장정필

“한라산을 등반하고도 그날 서울로 돌아갈 수 있어 제주행 여객선을 자주 탑니다.” 지난달 8일 오후 11시30분 전남 목포항. 등산복을 입은 정운천(53·서울시)씨가 제주로 향하는 여객선에 올랐다. 정씨가 승선한 퀸제누비아호는 이튿날 오전 1시 목포항을 출항해 오전 5시 제주항에 도착했다. 정씨는 “한라산 등반을 좋아해 퇴근 후 배를 타고 제주에 들어갔다가 이튿날 밤에 서울 집에 돌아오곤 한다”고 말했다.

제주와 목포를 오가는 퀸제누비아호는 최대 승객 1284명과 자동차 478대(승용차 기준)를 실을 수 있다. 이날은 정씨를 비롯한 승객 850명, 자동차 238대를 싣고 목포항을 출항했다. 퀸제누비아호와 퀸메리2호 등 두 대가 오가는 목포 항로는 기상 상태에 따라 4시간30분~5시간이 걸린다.

승객들은 “가족별로 객실에서 잘 수 있어 편안하고, (코로나19) 감염 위험도 적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제주를 오가는 여객선에는 가족실을 비롯해 특급호텔급 스위트룸이나 비즈니스룸이 갖춰져 있다.

퀸제누비아호에 차량을 선적하는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퀸제누비아호에 차량을 선적하는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가족용 객실을 쓰지 않은 승객 중에는 등산복이나 자전거 복장도 눈에 띄었다. 미리 한라산 등반 예약을 했거나 자전거를 타고 ‘올레길 라이딩’을 하는 승객이다. 이들은 “잠은 배에서 자고 새벽부터 등산이나 레저를 즐길 수 있는 게 여객선 여행의 묘미”라고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후 제주 뱃길이 활황을 맞고 있다. 3년 전부터 항공기 취항이 주춤해진 사이 여객선 이용객은 급증 추세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 연안여객선 이용객은 200만6794명에 달했다. 제주 뱃길 이용객이 200만 명을 넘긴 것은 세월호 참사 1년 전인 2013년 이후 9년 만이다. 제주 뱃길 이용객은 코로나19 전인 2019년 142만 명대에서 2020년 101만 명대로 떨어졌으나 2021년 131만 명대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현재 제주에는 목포를 비롯해 인천·부산·여수 등 9개 항로, 여객선 12척이 운항 중이다.

제주와 육지를 오가는 여객선 중 대표적인 항로는 제주~목포다. 지난해에만 74만 명이 이용해 1년 전보다 59%(27만 명) 증가했다. 목포역이 5분 거리여서 KTX나 SRT를 이용하면 서울에서도 이른바 ‘무박2일’ 제주여행이 가능하다. 예컨대 전날 오후 8시 이후 용산에서 KTX 등을 타고 목포로 간 뒤 이튿날 오후 10시 이후 목포에서 SRT 등을 타고 서울로 돌아가는 여정이다.

여객선에 승용차를 싣고 가는 관광객도 증가 추세다. 코로나19 후 제주 항공료와 렌터카 비용이 크게 오른 데다 ‘제주 한 달 살기·1년 살기’ 등 장기 제주 여행객이 증가한 데 따른 변화다. 제주의 경우 지난해 성수기(7~8월) 때 중형 승용차(2000cc급) 렌터카 비용이 하루 17만~21만 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씨월드고속훼리㈜ 정운곤 총괄상무는 “여객선도 항공기 못지않다는 만족감과 차량을 싣고 갈 수 있다는 장점 등이 부각되면서 재이용 승객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른바 ‘당일치기’로 제주 뱃길여행을 하기 위해 전남 진도에서 여객선을 타는 관광객도 늘고 있다. 육지에서 1시간 30분이면 제주에 도착하는 ‘산타모니카호’는 취항 첫해인 지난해 18만 명이 넘게 이용했다. 수도권인 인천에서 제주로 가는 유일한 여객선도 승객이 증가하는 추세다. 2021년 12월 취항한 ‘비욘드 트러스트호’는 지난해 4만5062명을 실어 날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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