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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사우디 화해에 반정부 시위까지…네타냐후 진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베냐민 네타냐후

베냐민 네타냐후

베냐민 네타냐후(73·사진) 이스라엘 총리의 극우 연립정부가 출범 3개월 만에 내우외환에 빠졌다. 안으로는 정부 사법 개혁에 반발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밖으로는 이슬람권의 양대 종주국이자 숙적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7년 만에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AP통신 등은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로 네타냐후 정권이 예상치 못한 일격을 맞았다”고 12일(현지시간)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집권 전부터 반(反)이란 세력을 구축해 이란을 고립시키려는 구상 아래 사우디와의 평화협정을 주요 외교 목표로 노려왔지만 이번 관계 정상화로 차질이 생겼다. 나프탈리 베네트 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일은 네타냐후 정부의 엄청난 외교적 실패”라며 “외교적 태만, 국가 내부 갈등의 복합적 결과”라고 비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달 예루살렘에서 열린 미국 유대인 지도자 간담회에서 “사우디와 평화협정을 맺는 것은 이란을 저지하는 것과 병행하는 이스라엘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런 마당에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와 시아파 대표 주자 이란의 밀착은 네타냐후 총리의 야망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 됐다. 이란을 핵 협상에 복귀시키려는 서방의 계획도 차질이 예상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2020년 미국의 중재로 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아브라함 협정’을 맺었다. 이집트·요르단에 이어 중량감 있는 아랍 국가들로 세력 확장을 시도했다. 이란은 사우디에 앞서 지난해 UAE와 국교를 정상화했다. 비슷한 시기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등으로 미국의 관심이 중동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바뀐 영향도 작용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유대인 우월주의를 표방한 시오니즘당과 연합해 지난해 말 정권을 잡은 뒤 유대인 정착촌 확대 등 팔레스타인 강경 노선을 펼치고 있다. 그러다 올해 초 정부·여당이 ‘사법 정비’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사법 개혁안은 엄청난 반발을 불러왔다. 이 안은 법원 인사위원회에 대한 여당의 권한을 늘리고, 의회인 크네세트가 통과한 법을 대법원이 위헌 결정해도 의원 과반이 동의할 경우 무시할 수 있도록 했다. 크네세트 120석 중 64석이 여당이라 정부 입맛대로 사법부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시민들은 최근 10주 연속 주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이스라엘 전역 95곳에서 사상 최대 규모인 30만~50만 명이 반정부 집회를 벌였다. 지난 9일엔 시위대가 네타냐후 총리의 해외 순방을 막겠다며 벤구리온 국제공항으로 가는 도로를 점거해 총리가 헬기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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