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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 발언에 아쉬움 드러낸 김현수 "같은 야구인이라 생각했는데"

중앙일보

입력

WBC 대표팀 주장을 맡았던 김현수. 연합뉴스

WBC 대표팀 주장을 맡았던 김현수. 연합뉴스

마지막 국가대표로서 경기를 마친 주장 김현수(35·LG 트윈스)는 후배들에게 미안해했다. 그러면서도 일부 야구계 선배들의 발언에 섭섭함을 드러냈다.

김현수는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만 20세의 나이로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후 15년간 꾸준히 대표팀에서 활약했다. 하지만 이제는 대표팀 유니폼을 벗는다. 13일 중국과의 마지막 경기를 마친 김현수는 "저는 이제 끝났다. 코리아 유니폼을 입는 건 마지막"이라고 했다. 그는 "이제 나이도 들고, 성적도 안 좋았다. 젊은 선수들이 잘할 거라 생각한다. 내려올 때가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김현수는 "선수들이 다 잘 준비했는데, 그만큼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해서 아쉽다. 선수들 다 잘해줬고, 감독님도 선수들에게 맞춰줬다. 주장으로 부족함이 있었다. 제가 부족한 탓에 선수를 잘 못 이끌어서 좋은 성적 못 냈다. 후배들은 최선을 다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그는 "선수들을 통솔하기보다는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경기에 유독 강했다. 이른바 '공 보고 공 치기'에 능해 낯선 외국인 투수들도 잘 공략했다. 통산 국가대표 62경기에 나가 거둔 성적은 타율 0.353(218타수 77안타), 4홈런 48타점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선 9타수 1안타에 머물렀다. 김현수는 "마음이 매우 아프다. 놀러 왔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 열심히 했다. 성적이 안 나오면 욕먹는 게 맞다. 그래도 이렇게 되니까 마음이 아프고, 후배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이강철 감독과 주먹을 부딪히는 김현수(오른쪽). 연합뉴스

이강철 감독과 주먹을 부딪히는 김현수(오른쪽). 연합뉴스

김현수는 "막내로 왔을 때, 어렸을 때는 중압감이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 선배들과 야구 경기 한 게 기억이 많이 난다"면서 "좋은 선배가 되지 못했다는 것에 정말 미안하다. 긴장을 풀어줄 분위기를 만들지 못해서 마음이 안 좋다"고 했다.

한국 야구가 나아지기 위한 방향에 대한 질문에는 "선수들이 부담을 떨쳐내는 게 제일 큰 과제다. 준비 과정도, 경기 내에서도 최선을 다 했는다. 이기지 못하면 안 된다는 부담감을 갖지 않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선수들에게 제일 중요한 일인 것 같다. 나도 긴장했고, 선수들도 긴장했다. 긴장감 속에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으니까 그런 부분을 잘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수는 주장으로서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는 "고맙다고 했고, 감독님도 (선수들에게)고맙다고 했다. 좋은 모습 못 보여줘서 미안했다. (다음에 나올)선수들은 더 잘 해서 경기 결과를 보여주길 바란다. 한국 야구가 끝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김현수는 대표팀을 떠나면서 허심탄회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많은 분들이 응원도 해주시고 찾아와주셨다. 아닌 분들도 있고, 우리가 못한 것에 실망도 했겠지만 야구장 찾아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대표팀에 많이 왔던 선배들한테는 위로의 말을 많이 들었는데, 아닌 분들이 많이 되게 쉽게 생각하시는 것 같다. 그런 부분이 아쉽다. 같은 야구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아쉬운 거 같다"고 했다. 야구계 일부에서 수위 높은 비판을 한 것에 대한 반응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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