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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주저앉은 '실리콘밸리 돈줄'...K-스타트업 파장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폐쇄를 선언한 실리콘밸리뱅크(SVB) 앞에 11일 행인들이 다가가 은행 로비문에 게시된 메시지를 읽고 있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산하 예금보험국립은행을 통해 이 은행 자산 매각에 나선다. [UPI]  Visitors read a message iposted on the lobby door of the Silicon Valley Bank in Santa Clara, California on Saturday, March 11, 2023. On March 10, the FDIC took over the bank after it collapsed. [UPI]

미국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폐쇄를 선언한 실리콘밸리뱅크(SVB) 앞에 11일 행인들이 다가가 은행 로비문에 게시된 메시지를 읽고 있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산하 예금보험국립은행을 통해 이 은행 자산 매각에 나선다. [UPI] Visitors read a message iposted on the lobby door of the Silicon Valley Bank in Santa Clara, California on Saturday, March 11, 2023. On March 10, the FDIC took over the bank after it collapsed. [UPI]

한국의 스타트업과 벤처투자업계가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긴장 모드’에 돌입했다. 글로벌 벤처투자 흐름에 악재가 생기면서 국내에서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더 얼어붙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재까지는 SVB 파산이 국내 스타트업들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국내 스타트업 2000여 곳이 가입한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관계자는 “현재 회원사들 중심으로 피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면서 “내수 시장 위주로 성장한 경우가 많아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피해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에 진출한 스타트업이더라도 국내에서 투자를 유치했거나, 투자자 중 한국 자본의 비중이 크면 SVB보다는 규모가 큰 현지 은행과 거래하는 경우가 많아 이번 사태에서 빗겨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한국인 창업자들이나 벤처캐피탈(VC) 중 SVB에 계좌를 둔 경우는 주말 사이 마음을 졸여야 했다. 지난해 말 코트라(KOTRA) 조사에 따르면, 코트라 무역관이 파악한 해외 진출 스타트업 259개사 중 36.7%가 북미에, 그중 절반(48.4%)이 실리콘밸리에 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올거나이즈’의 이창수 대표는 12일(현지시간) SNS에 “SVB 사태로 목요일부터 주말까지 마음 고생을 했다”며 “당장 이번 달 15일 예정된 ‘페이롤(월급 지급)’의 마감이 13일인데, (다른 은행에 맡긴) 돈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문제를 해결하면서 현금흐름의 중요성에 대해 깨달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다른 한국인 창업자는 “미국 정부가 일요일 오후에 ‘SVB에 돈을 맡긴 고객들에게 보험 한도와 상관없이 전액 보증하겠다’고 성명을 내놓으면서 그제서야 마음이 좀 놓였다”고 전했다.

일부 VC들도 주말 사이 분주히 움직였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VC 관계자는 “투자한 스타트업 중 일부가 SBV에 자금이 묶여 주말 사이에 내부적으로 긴밀히 대응했다”고 말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VC를 설립한 이호찬 ACVC벤처스 대표도 “투자 회사별 은행 거래 상황과 대응 방안을 위해 하루에도 수차례씩 연락을 주고 받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벤처투자도 얼어붙나

이번 SVB 사태가 경기 침체로 얼어붙은 국내 벤처업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한국 벤처투자는 이미 지난해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국내 벤처투자액은 6조7640억원으로, 1년 전(7조6802억원)보다 11.9% 줄었다.

지난해 서울에서 실리콘밸리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로 본사를 이전한 협업 소프트웨어 개발사 ‘스윗’ 이주환 대표는 “투자 시장 경색 등 모든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이 받을 간접적인 피해로부터 저희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며 “리스크 꺼려하고, 스타트업의 성장에서 자본 효율성을 중시하는 경기 하강 국면에서 악재까지 겹쳐 스타트업이 투자 받기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스타트업 투자시 보수적인 태도가 강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실리콘밸리 현지에서 VC를 운영하는 이은세 541벤처스 대표도 “SVB 사태로 인한 투자 둔화, 스타트업 폐업률 증가 등의 상당한 경색이 (실리콘밸리에서) 발생할 경우 한국의 생태계도 이러한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SVB는 어떤 은행

SVB는 1983년 실리콘밸리에 설립된 은행으로, 인근 벤처 회사의 임직원이 맡긴 예금을 바탕으로 성장성이 유망한 스타트업들에 대출을 내주거나, 제휴 관계를 맺은 VC 및 사모펀드 등과 공동 투자해 몸집을 불렸다. 2021년 말 기준 미국 전체 ICT와 바이오 섹터 벤처기업 중 55%가 SVB 그룹의 고객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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