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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리메이크인데…아카데미 휩쓴 반전 영화 ‘서부 전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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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서부 전선 이상 없다'의 에드워드 버거 감독이 국제장편영화상을 받고 수상소감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3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서부 전선 이상 없다'의 에드워드 버거 감독이 국제장편영화상을 받고 수상소감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에올)가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7개 부문을 휩쓴 가운데, 제1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그린 독일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이하 ‘서부 전선’)가 4관왕을 차지하며 선전했다.

13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이날 시상식에서 ‘서부 전선’은 국제장편영화상을 포함해 촬영·미술·음악상을 수상했다. 작품상을 비롯해 후보에 올랐던 9개 부문 중 다른 부문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올해 시상식에서 ‘에에올’ 다음으로 최다 수상한 작품이 됐다.

역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비(非)영어권 영화가 4개 트로피를 가져간 건 3년 전 아카데미 역사를 새로 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대만 리안 감독의 ‘와호장룡’(2000), 스웨덴 영화 ‘화니와 알렉산더’(1982)에 이어 ‘서부 전선’이 네 번째다.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국제장편영화상 부문에서 ‘아르헨티나, 1985’(아르헨티나), ‘클로즈’(벨기에), ‘EO’(폴란드), ‘콰이어트 걸’(아일랜드)과 경쟁 끝에 수상했다. AP=연합뉴스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국제장편영화상 부문에서 ‘아르헨티나, 1985’(아르헨티나), ‘클로즈’(벨기에), ‘EO’(폴란드), ‘콰이어트 걸’(아일랜드)과 경쟁 끝에 수상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10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전 세계에 공개된 ‘서부 전선’은 이미 두 차례 영화로 옮겨진 바 있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독일 작가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가 1929년 출간한 동명의 소설은 각각 1930년과 1979년에 영화화됐다. 특히 루이스 마일스톤 감독의 1930년 영화는 제3회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감독상을 동시에 수상했을 정도로 영화사에 굵직한 흔적을 남긴 작품이다.

이미 서구의 많은 관객에게 익숙한 서사인 ‘서부 전선’의 2022년 판이 의미 있는 이유는 할리우드가 아닌 독일에서 제작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독일 출생 에드워드 버거 감독은 출간된 지 90여년이 지난 데다 이미 두 번이나 영화로 나온 소설을 재차 영화화한 이유에 대해 “독일인의 관점을 녹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여러 인터뷰에서 말한 바 있다.

그는 영어로 된 각본을 각색하는 과정에서 “독일이 이 세계에서 벌인 일들을 책임감 있게 다루며, 그와 같은 증오를 존속하지 않음으로써 세상을 조금씩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독일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제1차 세계 대전의 참상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독일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제1차 세계 대전의 참상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독일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제1차 세계 대전의 참상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독일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제1차 세계 대전의 참상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사진 넷플릭스

그런 의도대로 영화는 전쟁의 참상을 지극히 사실적으로 담아내며 반전(反戰) 메시지를 분명히 드러낸다. 전쟁 영화들이 간혹 액션 장면을 오락적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있는 것과 달리, ‘서부 전선’은 들뜬 마음으로 입대한 젊은 병사들이 순식간에 차가운 전장 한복판에 휘말리는 모습을 한 치의 과장이나 미화 없이 묘사했다. 특히 이번 아카데미에서 수상한 촬영, 음악, 미술 등의 기술적 요소들이 모두 전쟁의 공포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해 전쟁이 얼마나 참혹한지, 인간성을 어떻게 말살시켜 가는지 효과적으로 부각한다.

버거 감독은 이날 시상식 직후 이뤄진 짧은 기자회견에서 “기존 미국 전쟁영화들에는 전쟁에 대해 자부심과 영광을 느끼는 승자의 관점이 담겨 있다고 느꼈다. 미국은 1차 대전 때는 전쟁에 끌려 들어간 입장이었고, 2차 대전에선 유럽을 파시즘으로부터 해방시켰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나는 독일인의 관점을 보여주고 싶었다. 전쟁에는 그저 죽음과 상실만 있을 뿐, 누구도 영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이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여전히 진행 중인 세계 정세가 다관왕에 힘을 보탰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미국의 영화 매체 인디와이어는 ‘서부 전선’이 앞서 지난달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에서 7개 상을 휩쓴 것을 언급하며 “기술 부문 강자로 뒤늦게 급부상한 이 영화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시의성에 수혜를 입었다”며 “에드워드 버거 감독은 유명한 반전 소설을 각색하며 기술적 요소에 의지해 죽음과 파멸의 직접성을 전달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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