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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복심’ 총리 리창 “中·美, 협력할 수 있고 해야 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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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3층 금색대청에서 열린 기자회견 동안 리창 신임 중국 국무원 총리가 다양한 표정으로 중국 경제 발전에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신경진 특파원

1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3층 금색대청에서 열린 기자회견 동안 리창 신임 중국 국무원 총리가 다양한 표정으로 중국 경제 발전에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신경진 특파원

“중·미는 협력할 수 있고, 마땅히 협력해야 한다. 협력은 전도유망하다. 봉쇄와 압박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

시진핑(習近平·70) 중국 국가주석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리창(李强·64) 중국 신임 총리가 13일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미·중 협력을 역설했다. 이날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 직후 인민대회당 3층 금색대청에서 코로나19 발발 이후 4년 만에 면대면으로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리 총리는 “몇 년간 미국 국내에서 일부 사람들이 양국 ‘디커플링’ 논조를 조작했다”며 “하지만 과연 몇 명이나 이러한 조작으로 진정 이익을 얻는지 나는 모르겠다”고 협력을 촉구했다.

미국을 향한 리 총리의 유화적인 메시지는 올 양회 기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친강(秦剛)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강경 발언과 크게 대조를 이뤘다. 지난 6일 시 주석은 “미국을 우두머리로 하는 서방국가가 중국을 전방위로 억압·포위·압박한다”며 이례적으로 미국을 특정해 비난했으며, 친 국무위원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브레이크를 밟지 않는다면 (양국관계가) 뒤집어질 것”이라는 등 험악한 발언을 쏟아냈다. 이에 따라 시진핑 3기 중국은 리 총리가 ‘굿캅’, 시 주석과 친 국무위원이 ‘배드캅’으로 역할을 분담해 미국의 압박을 헤쳐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3층 금색대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리창 신임 중국 국무원 총리가 입장하며 기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신경진 특파원

1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3층 금색대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리창 신임 중국 국무원 총리가 입장하며 기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신경진 특파원

리 총리는 경제 성장률 목표 5% 달성을 자신했다. 그는 “거친 바람과 물결을 헤쳐야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長風破浪 未來可期·장풍파랑 미래가기)”라는 여덟 자로 중국의 경제가 절정을 지났다는 이른바 ‘피크(peak) 차이나론’을 반박했다. 그는 경제 성장을 위해 거시정책, 수요 확대, 개혁·혁신, 리스크 예방이라는 네 가지 정책상 ‘콤비네이션 펀치(組合拳·조합권)’를 사용하겠다고 예고했다.

“거대한 중국 시장은 각국 기업에 커다란 기회”

중국 경제에 대한 해외 우려를 의식한 듯 리 총리는 중국은 여전히 투자 매력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는 개혁개방 45주년”이라며 “지난해 중국은 외자 1890여억 달러를 사용하며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해 3년 전보다 500억 달러가 늘어 중국이 여전히 세계에서 투자 고지임을 설명했다”고 했다. 이어 “개방된 중국의 거대한 시장은 각국 기업 발전의 커다란 기회”라며 “중국 개방의 커다란 문은 갈수록 커지고, 환경과 서비스는 갈수록 좋아질 것”이라고 약속했다.

리창 “방역 승리…두 달 만에 평온 전환 매우 대단” 

코로나19 방역도 성공으로 자평했다. 리 총리는 미래의 팬데믹 재발을 막기 위한 준비 상황을 묻자 “팬데믹 3년간 중국 인민은 이미 중대한 결정적 승리를 거뒀다”고 말했다. 그는 “적시에 2급 관리로 조정해 인구가 많고 발전이 불균형한 큰 나라가 두 달도 안 걸려 방역의 평온한 전환을 실현한 것은 매우 대단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연말 갑작스러운 ‘제로 코로나’ 포기가 초래한 확진자 및 사망자 급증을 적극적으로 해명한 발언이다.

리 총리는 취임 첫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비교적 짧은 82분간 10개의 질문을 소화했다. 시정 목표→경제 성장률→홍콩·마카오→민영기업→취업·인구→방역→대만 교류→농촌→개혁·개방 및 미·중 관계→국무원 기구개혁 순으로 그의 정책 우선순위를 내비쳤다. 전임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10년 전 첫 기자회견을 107분, 지난해 마지막 기자회견을 130분간 진행했던 것과 대비됐다. 이날 회견에서는 친강 외교부장 기자회견과 마찬가지로 한반도 관련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리 총리의 회견장 분위기도 전임 리커창과 달랐다. 통역을 남성이 맡으면서 과거 양회의 하이라이트였던 ‘미녀 통역사’ 시대는 막을 내렸다. 또 마련된 단상 배경 양측에 설치했던 대형 화면 모니터도 사라졌다. 이날 총리 회견에는 전날 베이징의 한 호텔에 집결해 유전자 증폭(PCR) 검사와 격리를 마친 내외신 기자 500여명이 참석했다.

한편 이날 시 주석은 국가주석 3연임 후 첫 연설에서 대만 통일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하나의 나라 두 개의 제도” 실천과 조국 통일 대업을 착실히 추진해야 한다”며 “외부 세력의 간섭과 ‘대만독립’ 분열 활동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3기 대만해협의 파고가 높아질 것을 예고한 대목이다.

習 “인민군대, 강철 만리장성으로 만들라”

시 주석은 군대를 ‘강철 만리장성’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방과 군대 현대화 건설을 전면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인민군대를 국가 주권·안보·발전 이익을 효과적으로 수호하기 위한 강철 만리장성으로 건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 주석의 세 번째 임기 마지막 해인 2027년 맞이하는 건군 100주년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이 ‘강철 만리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21년 창당 100주년을 맞아 천안문 연설에서도 “누구라도 중국을 속이거나 압박하거나 노예로 삼겠다는 망상을 품는다면 14억 중국 인민이 피와 살로 쌓아 올린 강철 만리장성에 부딪혀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릴 것”이라고 외친 뒤 주먹을 불끈 쥐어 올린 바 있다.

中, 외교 예산 12.2% 증액…반격 외교 주력할 듯

이를 위해 중국은 파상적 외교 공세를 펼칠 전망이다. 이날 전인대 폐막에 앞서 표결 통과된 2023년 예산안에서 중국의 외교 예산은 전년과 비교해 12.2%p 증액했다. 시 주석은 이미 지난 10일 베이징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외교관계 복원을 중재하는 것으로 3기 임기를 시작했다. 올 한해 중국은 중동·중앙아시아·아프리카·아시아 주변국 등을 결집하며 미국의 글로벌 중국 봉쇄망을 뚫는 외교적 반격에 주력할 것이라고 싱가포르 연합조보가 13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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