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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초도 '무역한파'…승용차 외 수출 다 줄고, 적자 50억 달러↑

중앙일보

입력

지난 10일 부산 남구의 감만부두 전경. 송봉근 기자

지난 10일 부산 남구의 감만부두 전경. 송봉근 기자

봄의 문턱에 들어섰지만 기나긴 무역 한파는 풀릴 기미가 없다. 3월 초순 수출이 1년 전보다 16% 감소했고, 무역적자는 50억 달러 더 쌓였다. 특히 승용차 외에 주요 품목 수출이 모두 줄면서 수출 전반에 먹구름이 꼈다.

13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액은 158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2% 급감했다. 조업일수(지난해 6.5일, 올해 7.5일)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27.4% 줄었다. 이달 말까지 수출이 줄면 6개월 연속 감소다. 수입은 208억 달러로 같은 기간 2.7% 증가했다.

수출은 감소하고 수입이 증가하면서 무역수지 적자는 열흘 만에 49억9500만 달러(약 6조5000억원) 늘었다. 올해 누적 무역적자는 227억7500만 달러까지 뛰었다. 지난해 전체 적자(477억8500만 달러)의 절반 가까운 47.7%가 1분기도 안 끝난 상황에서 쌓인 것이다. 월말까지 적자 행진이 이어지면 1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된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올해 누적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2.6% 줄어든 1123억 달러로 집계됐다. '수출 플러스'를 내세운 정부의 연간 수출 목표치는 6850억 달러지만, 더딘 회복세로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 반도체·중국 등을 중심으로 수출 부진이 길어지는 여파가 크다.

수요 부진, 메모리 단가 하락 등을 겪는 반도체의 이달 초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1.2% 급감했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역성장 중이다. 특히 주요 품목 10개 가운데 수출 호조가 이어지는 승용차(133.7%)를 뺀 나머지 9개의 수출이 줄었다. 반도체뿐 아니라 석유제품(-21.6%), 철강(-13.9%) 등 수출 주력 상품들이 모두 두 자릿수 감소율을 나타냈다.

지역별로 보면 '1위 시장' 중국으로의 수출이 1년 전보다 35.3% 줄었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수출 약세도 이어졌다. 미국·인도를 제외한 주요국 대상 수출은 모두 감소세를 나타냈다. 다만 전체 수입액은 늘었지만, 원유(-3.1%)·가스(-1.9%) 등 에너지 수입이 겨울을 지나면서 주춤하는 모양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수출 활성화를 위한 분야별 추가 지원 방안 및 주요 품목별 수출·투자 이행 등을 점검하는 수출투자책임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수출 활성화를 위한 분야별 추가 지원 방안 및 주요 품목별 수출·투자 이행 등을 점검하는 수출투자책임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정부는 수출투자책임관 회의를 열고 추가적인 수출 활성화 방안 마련에 나섰다. 올해 수출은 '상저하고' 전망이 나오는 만큼 상반기에 정책적 역량을 최대한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수출 중소·중견기업 등의 자금 애로를 풀어주기 위해 올해 무역금융 공급을 2조원 더 늘리기로 했다(최대 362조5000억원→364조5000억원). 조선업 수주를 돕기 위한 RG(선수금환급보증) 지원도 확대한다. 자동차 부문에선 자율주행·수소차 같은 미래차 핵심기술의 세제 지원을 늘리고, 수출용 차량 운반선 부족을 풀기 위해 가용 선복을 우선 배정한다. 또한 농수산 식품과 의료기기, K-콘텐트 등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수출은 위기 돌파의 핵심 동력"이라면서 "정부는 앞으로 각 부처 소관 품목의 수출 여건을 상시 점검하고, 수출기업 현장의 어려움을 신속히 해결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향후 무역 부진이 지속되면 대외건전성의 핵심 지표로 꼽히는 경상수지 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실제로 1월 경상수지는 45억2000만 달러 적자로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찍었다. 당시 무역적자가 125억 달러 넘게 나면서 경상수지 악화를 부추겼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수출은 단가·물량 하락이 동시에 겹친 가장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면서 "우선 무역금융·보증과 마케팅 지원 등으로 기업이 버틸 수 있게 해주고, 길게 보면 인력 확충 등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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