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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는 反푸틴 손 들어줬다... 최대 정적 나발니 다큐 수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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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상이 반(反)푸틴 작품의 손을 들어줬다. 제95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히는 알렉세이 나발니(47)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나발니'가 수상했다.

12일(현지시간) 오스카상 시상대에 오른 다큐멘터리 '나발니' 팀. 감독 다니엘 로허(맨 오른쪽)와 함께 알렉세이 나발니의 아내 율리아 나발나야(왼쪽에서 두번째)도 소감을 발표했다. AP=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오스카상 시상대에 오른 다큐멘터리 '나발니' 팀. 감독 다니엘 로허(맨 오른쪽)와 함께 알렉세이 나발니의 아내 율리아 나발나야(왼쪽에서 두번째)도 소감을 발표했다. AP=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AP통신, CNN 등은 "러시아의 야권 지도자 나발니의 정치 인생을 다룬 다니엘 로허(30) 감독의 '나발니'가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월 선댄스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선보여 극찬받은 이 작품은 지난달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바 있다. AP통신은 "노골적으로 푸틴을 비판하고 있는, 정치적 색깔이 매우 분명한 영화"라고 평했다.

미국 예일대학교 등에서 법학을 공부한 나발니는 변호사로 일하던 중, 2008년 개인 블로그를 개설해 가스기업 가스프롬, 석유기업 로스네프트 등 러시아 국영기업들의 부패를 고발하며 반부패 활동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가 '야권 지도자'로 떠오른 것은 푸틴 정권의 부정부패를 파헤치는 반부패재단 FBK를 설립하는 등 푸틴을 겨냥해 칼날을 휘두르면서다. 나발니는 2011년 11월 총선에서 푸틴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정황을 폭로하며 반정부 시위의 구심점이 됐다. 명실상부 '푸틴의 정적'으로 떠오른 것이다.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히는 야권 지도자 나발니. AP=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히는 야권 지도자 나발니. AP=연합뉴스

2018년 대권에 도전했다 전과로 인한 자격 논란 등 정부의 방해로 좌절해야 했던 나발니는 독재 정권에 맞서 싸운 공로로 지난 2020년과 2021년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푸틴에 대항하며 나발니는 죽을 고비를 겪기도 했다. 2020년 8월 러시아 비행기 안에서 독살 시도로 보이는 공격으로 쓰러진 것이다. 당시 그를 치료한 독일 측이 '독성물질 노비촉에 공격당했다'고 발표하자, 푸틴 정권의 독살 시도라며 비난하는 서방과 이를 부인하는 러시아 간 갈등이 일기도 했다. 이 독극물 공격 사건은 다큐멘터리 '나발니'가 중점적으로 다루는 사안이기도 하다.

2021년 귀국하자마자 체포된 나발니는 횡령 등의 혐의로 11년 6개월형을 받고 현재 모스크바 인근의 포크로프 IK-2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 주로 정치범들이 수감돼 잦은 가혹 행위를 받는 곳으로 알려진 곳이다. 이로 인해 그의 건강이 매우 악화했단 보도가 여럿 나왔다.

현재 복역 중인 나발니의 모습. AP=연합뉴스

현재 복역 중인 나발니의 모습. AP=연합뉴스

로허 감독은 시상대에 올라 "나발니를 비롯한 전 세계의 모든 정치범에게 이 상을 바친다"고 소감을 밝히고 "독재자와 권위주의에 반대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당신의 메시지를 세상은 잊지 않았다"고 나발니를 향해 말했다.

복역 중인 남편 대신 감독과 함께 무대에 오른 나발니의 아내 율리아 나발나야는 "내 남편은 진실을 말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했단 이유로 감옥에 갇혀있다"고 말했다. 또 나발니를 향해선 "나는 당신이 자유로워지고 우리나라가 자유로워지길 꿈꾼다"며 "내 사랑, 힘을 내길. 고마워요"라고 덧붙였다.

한편 캐나다 국적의 신예 감독 다니엘 로허는 두 번째 장편으로 세계적인 무대에 오르게 됐다. 로허는 "우크라이나에서 영화 작업을 진행 중 나발니에 관심을 가지게 돼, 2020년 당시 독일에 머물던 그를 만나 이 다큐멘터리를 만들게 됐다"고 여러 인터뷰에서 밝혔다.

CNN 필름스(CNN 영화사업부)와 HBO 맥스(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의 스트리밍서비스)가 제작을 맡은 이 작품은 CNN 필름스의 첫 번째 오스카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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