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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까지 넘본다…韓 밀어내고 1위 찍은 中면세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 국유기업이 우리나라 하늘의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에 들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이 지난달 말 인천공항 출국장 면세사업권 입찰제안서를 제출하면서다. CDFG는 코로나19 당시 한국 면세점들을 밀어내고 글로벌 면세점 업계 1위로 올라선 중국 국영기업이다.

14일부터 이틀간 10년짜리 사업권 심사 

13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달 14일부터 이틀간 인천공항 출국장 면세사업권 PT(프레젠테이션) 심사가 진행된다.

면세사업권 입찰 대상은 인천공항 전체 영업면적(2만6742㎡) 중 90%인 2만4172㎡다. 내년 7월부터 10년간 이용할 수 있는 사업권이 걸려 있다. 이 중 핵심인 대기업 사업권(DF 1~5구역)을 놓고 CDFG와 현대, 롯데, 신라, 신세계가 경쟁하고 있다.

15일엔 중소·중견기업 사업권(DF 8~9구역) 후보들의 제안 발표가 이어진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심사 결과를 토대로 오는 16일 복수 사업자를 발표할 계획이다. 최종 낙찰 업체는 다음 달 관세청의 PT 심사를 거쳐 확정된다.

지난 8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에 설치된 스크린에 일본행 여객기 정보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에 설치된 스크린에 일본행 여객기 정보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업계는 이번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이 ‘돈’을 앞세운 CDFG와, ‘운영 역량’을 무기로 삼은 국내 업체 간 경쟁 구도로 좁혀지고 있다고 본다. 이번 공사 평가에서 입찰가격과 사업능력은 각각 40%, 60% 비중을 차지한다. 물론 입찰가격이 전부는 아니다. 한 국내 면세업체 관계자는 “지난 2007년 외국계 기업인 DFS와 2018년 롯데면세점이 경쟁사보다 훨씬 높은 입찰가를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떨어졌던 선례를 보면 가격이 절대적인 요소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면세 업계는 CDFG의 낙찰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CDFG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가격을 제시했을 것”이라고 예상하며 “코로나19 여파로 적자에 허덕이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입장에선 높은 입찰가를 써낸 업체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 같은 인력 유출 우려도 

문제는 CDFG가 입성하고 난 뒤다. 국내 면세 업계는 ‘인력 유출로 인한 산업 경쟁력 저하가 불 보듯 뻔하다’고 우려한다. CDFG가 인천공항에 입성한다면 사업체 운영을 위해 국내 면세점 직원들을 공격적으로 영입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 과정에서 전 세계 1위 규모를 자랑하는 한국 면세 시장의 업무 노하우도 함께 넘어갈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이미 입찰 제안서 제출을 위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관세청, 국내 면세점 출신 한국 직원들이 상당수 CDFG 측으로 이동한 상태다.

국내 업체들의 직접 타격도 불가피하다. 2019년 기준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의 중국인 매출 비중은 42%에 달한다. 내국인(4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이다. 국내 면세점들로선 인천공항 이용 방문 중국인들이 자국 면세점 브랜드인 CDFG를 주로 이용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참고로 인천국제공항의 리테일 매출은 24억3000만 달러(2019년 기준)로 전 세계 공항 면세점 중 1위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면세점 업체들의 해외 진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선 해외 진출 시 자국이 아닌 해외 공항에서 운영 경험이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 중 하나로 여겨진다. 중국 정부가 자국 공항을 해외 면세점 업체들에 사실상 걸어 잠그고 있는 이유다.

한 중소 면세점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엔데믹을 맞아 이제 겨우 반등을 준비하고 있는 시점인데, CDFG가 인천공항에 들어온다면 이는 우리에게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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