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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 반정부 시위에 이란·사우디 화해까지…'내우외환' 네타냐후

중앙일보

입력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12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열린 내각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12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열린 내각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역대 가장 우경화됐다는 평가를 받는 베냐민 네타냐후(73) 이스라엘 총리의 극우 연립 정부가 출범 3개월 만에 그야말로 ‘내우외환’이다. 안으로는 정부 사법 개혁안에 반발하는 반정부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밖으로는 이슬람권 국가의 양대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7년 만에 관계 정상화에 합의하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AP통신 등 외신들은 12일(현지시간)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로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정권이 예상치 못한 일격을 맞았다”면서 중동 이슬람 국가들의 화해 무드가 이스라엘에 몰고 온 후폭풍을 조명했다. 이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집권 전부터 반(反)이란 세력을 구축해 이란을 고립시키려는 구상 하에 사우디와의 평화 협정을 주요 외교 목표로 노려왔지만 이번 관계 정상화로 차질이 생겼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문제로 인해 사우디와 공식 수교 관계를 맺지 않은 상태다. 이와 관련 네타냐후는 지난달 예루살렘에서 열린 미국 유대인협회장 회의에서 “사우디와 평화 협정을 맺는 것은 이란을 저지하는 것과 병행하는 이스라엘의 목표”라며 “이 두 가지는 여러 면에서 얽혀 있다”고 공개 발언했다. 네타냐후는 이 자리에서 자신이 총리직에 복귀한 “첫 번째 이유, 진짜 이유가 이란(을 막는 것)”이며, “사우디와의 평화 협정은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런 마당에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와 시아파 대표 국가인 이란의 밀착은 네타냐후의 야망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 됐다. 나아가 이란에 대한 핵 협상 복귀를 압박하려는 서방의 계획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가운데)이 10일 베이징에서 무사드 빈 무함마드 알아이반 사우디 국가안보보좌관, 알리 샴카니 이란 최고 국가안보위원회 위원장과 사우디-이란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가운데)이 10일 베이징에서 무사드 빈 무함마드 알아이반 사우디 국가안보보좌관, 알리 샴카니 이란 최고 국가안보위원회 위원장과 사우디-이란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네타냐후 총리는 앞선 재임 시기인 2020년 미국의 중재로 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아브라함 협정’을 맺었다. 이집트·요르단에 이어 중량감 있는 아랍 국가들로 세력 확장을 시도했다. 동시에 이란도 야금야금 우군을 확보해가고 있다. 이란은 사우디에 앞서 지난해 UAE와도 국교를 정상화하기로 했다. 비슷한 시기 아프가니스탄 철군 등으로 미국의 중심축이 중동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재조정 된 영향도 작용했다. 전임 총리인 나프탈리 베네트는 “이번 일은 네타냐후 정부의 엄청난 외교적 실패”라며 “외교적 태만, 국가 내부 갈등의 복합적 결과”라며 비판했다.

1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수도 텔아비브에서 정부 여당의 사법 개혁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로이터=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수도 텔아비브에서 정부 여당의 사법 개혁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말 출범한 네타냐후 연립 정부는 “지난 이스라엘 정권 가운데 가장 우클릭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총선에서 유대인 우월주의를 표방하는 시오니즘당과 연합해 정권을 잡은 뒤로 유대인 정착촌 확대 등 팔레스타인 강경 노선을 펼치고 있다. 올초 정부·여당이 ‘사법 정비’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사법 개혁안은 국내적으로 대규모 반발을 불러왔다.

사법 개혁안은 법원의 인사위에 여당 권한을 강화하고, 의회인 크네세트가 통과한 법률을 대법원이 위헌 결정해도 의회 의원 과반이 동의할 경우 무시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크네세트 120석 가운데 64석이 여당이라 사실상 정부 입맛대로 사법부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반발하는 시민들은 최근 10주 연속 주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이스라엘 전역 95곳에서 30만~50만명이 반정부 집회를 벌였다. 수도 텔아비브에서만 24만이 모인 것으로 추산됐다. 이스라엘 전체 인구(약 939만)를 고려할 때 전례 없는 규모라고 한다. 시위에서 야당 예쉬아티드 소속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이란과 사우디는 관계 회복했는데 우리 정부는 민주주의 파괴만 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9일 시위대가 네타냐후 총리의 해외 순방을 막겠다며 벤구리온 국제공항을 가는 도로를 점거, 네타냐후가 헬기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반발은 군·경 등 정부 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텔아비브 경찰 간부가 시위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이유로 전보 조치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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