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이 데리러 올거야” 1984년 이혼 그날에 갇힌 母

  • 카드 발행 일시2023.03.14

고인의 아들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통화 내내 그의 목소리에선 무심함이 묻어났다.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듯.

이미 수십 년 전에 부모는 이혼했고, 자식들은 아버지와 함께 살았다고 했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종로경찰서에서 어머니의 사망을 알려왔다. 고독사였다. 자세한 상황은 알 수 없지만, 경찰에게 들은 바로는 상황이 나쁜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무심결에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수많은 경험 때문이다.

사망한 뒤 일주일도 더 지나서 발견됐다는데 상황이 나쁘지 않단다. 형편이 어려워서 보일러를 켜지 않았을까.전기장판조차 사용하지 않았던 걸까. 방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일까. 목소리로 미뤄 아들은 30대 후반 또는 40대로 추측됐다. 그렇다면 고인은 환갑을 넘긴 나이일 터. 그 나이대 여성의 집이라면 짐이 많겠지….

나의 생각들을 뚫고 다시 아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대한 빨리 정리를 마쳐 달라고 했다.

이틀 뒤에 방문하기로 약속을 잡았다. 아들은 현장에 오지 않기로 했다. 대부분의 가족은 현장에 찾아오지 않는다. 전화로 상담을 진행하고 작업 전후 사진을 받아본다. 이처럼 얼굴을 마주하지 않은 채 작업을 맡기기 때문에 대중에게 알려진 나를 믿고 일을 의뢰하는 의뢰인들이 있다. 유튜브에서 봤다, ‘유퀴즈’에서 봤다면서 반가워하는 경우도 있다. 확실히 유품정리사라는 직업과 내가 많이 알려지기 시작한 뒤로 선입견과 무례함은 많이 줄었다. 그러나 고독사는 줄어들지 않았다.

도착한 곳은 충북 청주시의 오래된 아파트였다. 집에 들어가서 짐의 양을 가늠한 뒤 금방 다시 나왔다. 들은 대로 상황은 심각하지 않았다. 보일러도, 전기장판도 꺼져 있었고 날이 추웠기 때문이다. 깔고 잤을 법한 이부자리가 없는 것으로 보아 이불째 시신을 수습한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