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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베이징서 이란-걸프 6개국 정상회담 추진...올해 연말 유력

중앙일보

입력

중국이 올해 연말 이란과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정상을 베이징으로 초청해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베이징에서 양국 관계 정상화 합의를 한 지 이틀 만에 나온 소식으로 중동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0일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의 중재로 외교 정상화에 합의했다. 왼쪽부터 무사드 빈 무함마드 알아이반 사우디 국가안보보좌관과 알리 샴카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NSC) 의장과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 판공실 주임, 알리 샴카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의장.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0일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의 중재로 외교 정상화에 합의했다. 왼쪽부터 무사드 빈 무함마드 알아이반 사우디 국가안보보좌관과 알리 샴카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NSC) 의장과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 판공실 주임, 알리 샴카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의장. 로이터=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2월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했을 당시 아랍국 지도자들과 만나 2023년 베이징에서 걸프 아랍국과 이란 간 고위급 회담(high-level gathering)을 열자는 '전례 없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고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런 중국의 제안에 며칠 후 이란이 동의하며 논의가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당시 시진핑은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중국-GCC 정상회의'에서 6개국 지도자들과 만난 바 있다. WSJ는 "수십 년 동안 미국의 영향력이 가장 컸던 중동에서 중국이 새로운 실세(power broker)가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 10일 알리 샴카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NSC) 의장과 무사드 빈 무함마드 알아이반 사우디 국가안보보좌관이 중국의 중재로 베이징에서 만났다. 이들은 나흘간 협상 끝에 7년 만의 외교관계 정상화에 합의하고 2개월 안에 대사관을 열기로 했다. WSJ는 "양국은 사우디 자금으로 운영되는 페르시아어 위성 채널의 이란 비판 완화, 이란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의 사우디 국경지대 공격 중단 등에 대해서도 합의했다"고 이날 보도에서 추가로 밝혔다.

지난해 12월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연합뉴스

GCC는 페르시아만 연안 산유국인 사우디·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오만·바레인·쿠웨이트가 1981년 결성한 정치·경제 지역협력기구다. 1979년 이란 혁명으로 위기감을 느낀 사우디 주도로 이란에 공동대응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지난 2017년 카타르가 이란과 가깝게 지낸단 이유만으로 사우디·UAE·바레인이 카타르와 단교(2021년 정상화)했을 정도로 GCC의 이란에 대한 거부감은 크지만, 각국의 속내는 조금씩 다르다. UAE는 정치적으론 사우디 편을 들면서도 경제적으로는 이란과 관계가 나쁘지 않고, 카타르와 오만 역시 이란과 우호적인 관계다.

중국의 중재로 이란과 사우디의 외교 정상화가 이뤄진 데 이어, '이란-GCC 정상회의'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온다면 중동 내 중국의 영향력은 매우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WSJ는 "중국이 에너지·무역에서 벗어나 정치에 관여하기 시작했다"며 "미·중 경쟁에 새로운 장이 열렸다는 신호탄"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GCC 정상회의에도 참석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GCC 정상회의에도 참석했다. 신화=연합뉴스

이를 보는 미국의 입장은 씁쓸하다. 이번 일로 '조 바이든 정부의 외교적 실패' '미국이 동맹 사우디로부터 뺨을 맞은 격'이란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미국 주도 규칙에 의한 질서가 유일한 선택지라고 주장해왔던 미국의 중동 내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다"(美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는 분석이 잇따른다.

미 정부가 중동에서 중국의 부상을 그대로 둬선 안 된단 경고도 나온다. 조나단 파니코프 전 미국 국가정보국 부차관보는 워싱턴포스트(WP)에 "미국의 중동 동맹국들은 때로는 실망스럽고 심지어 야만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과의 관계를 포기한다면 중국이 그 공백을 채울 것"이라며 "중국이 지배하는 중동은 무역·에너지·국가안보 등에서 근본적으로 미국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일각에선 경제적 이득을 가장 중시하는 중국이 중동 내 정치적 중재자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중동 내 갈등은 그 지형이 워낙 복잡하고 수십 년에 걸친 것인만큼 이를 중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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