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해 혼자 사는 직장인 최모(31)씨는 올겨울 옷을 한 벌도 사지 않았다. 술자리는 줄였고, 집에서 밥을 먹을 때도 반찬은 최소화했다. 그런데도 통장에 남는 돈은 1년 전과 비교해 늘지 않았다. 최씨는“살고 있는 오피스텔의 전세 대출 이자가 1년 새 월 40만원대에서 70만원 수준으로 올랐다”며 “덜 먹고 덜 입고 해도 줄이는 데 한계”라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와 해제로 살아나 한국경제를 지탱하던 내수까지 위기에 처했다. 특히 지난해 여름이 지나면서부터 소비가 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을부터 소매판매 뚝 떨어져
1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분석 결과 계절조정 소매판매액 지수는 지난 1월 기준 103.9로 지난해 8월(109.4)보다 5% 감소했다. 소매판매액 지수는 개인‧소비재 상품을 판매하는 2700개 기업의 판매액을 기준으로 집계한 것으로, 여기에 계절적 요인과 물가 영향을 뺀 게 계절조정 지수다. 지난해 여름이 지나고 찬바람이 불 때부터 국내 소비는 급감했다.
이 기간 음‧식료품 소매판매액 지수의 떨어지는 폭이 컸다. 1월 음‧식료품 지수는 97.2였는데 지난해 8월(107.5)보다 9.6% 감소했다. 소매판매액 지수는 2020년을 기준 시점으로 100에서 시작한다. 코로나19 확산 때보다도 올해 1월에 식료품을 더 안 샀다는 뜻이다.
고물가에 집밥, 외식 다 줄였다
음식‧숙박업의 서비스업 생산지수도 지난 1월엔 지난해 8월보다 4% 가까이 하락했다. 음식료품 소매판매는 이른바 ‘집밥’을, 서비스업 지수는 ‘외식’과 연동되는 지수다. 이 때문에 집 안과 밖을 가리지 않고 먹는 비용 자체를 줄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식료품과 외식서비스 물가가 모두 급격히 오른 영향이다. 실제 지난달 품목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보면 외식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7.5% 올랐다. 지난해 5월부터 지난달까지 외식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7~9%대를 계속해서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도 1년 전보다 10.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옷·화장품·휴대전화 다 안 산다
고물가의 영향은 먹는 것을 줄이는 데에만 그치지 않았다. 의복의 경우 올해 1월은 지난해 8월보다 소매판매액지수가 7.6% 떨어졌다. 겨울철이 왔음에도 새 옷을 안 사고 버텼다는 뜻이다. 이어진 금리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늘어나 소비 여력이 줄어들면서 이른바 ‘의식주’로 불리는 필수재 소비마저 줄여갔다는 풀이가 나온다.
필수재에 해당하지 않는 제품의 감소 폭은 더 컸다. 화장품의 경우 같은 기간 소매판매액지수가 11% 감소했다. 통신기기 및 컴퓨터 소매판매는 14.5% 줄었다.
국내 소비가 부진한 상황이 계속되자 정부는 내수 활성화를 목표로 숙박·농축산물 소비쿠폰 발행이나 대규모 세일행사 기획 등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