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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연합 "낙동강·영산강 일부 쌀에서 녹조 남세균 독소 검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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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해 8월 낙동강네트워크가 공개한 낙동강 하류 경남 양산시 원동면 논에 발생한 녹조. 녹조가 심각한 낙동강물을 양수장에서 끌어올려 농수로를 통해 인근 논에 물을 대면서, 논에까지 녹조가 확산했다. 연합뉴스 [낙동강네트워크 제공]

지난해 8월 낙동강네트워크가 공개한 낙동강 하류 경남 양산시 원동면 논에 발생한 녹조. 녹조가 심각한 낙동강물을 양수장에서 끌어올려 농수로를 통해 인근 논에 물을 대면서, 논에까지 녹조가 확산했다. 연합뉴스 [낙동강네트워크 제공]

낙동강과 영산강 인근에서 재배한 일부 쌀에서 녹조를 일으키는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의 마이크로시스틴 독소가 검출됐다는 분석 결과가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발표됐다.

이번 조사에서 독소 농도가 가장 높은 쌀 시료의 경우 프랑스 생식 독성 기준치의 5배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환경운동연합과 대한하천학회, 낙동강 네트워크, 국회 이수진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 등은 13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동강·영산강 인근에서 구매한 일부 쌀 시료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9~11월 낙동강 중·하류 권역에서 쌀 시료 20개 시료를, 영산강 하류 지역에서 3개 시료 등 총 23개 시료를 확보, 부경대 식품영양학과 이승준 교수에게 의뢰해 분석했다.
이들 단체는 노지 재배 쌀(백미·현미)을 시료 당 5㎏씩 농민으로부터 직접 구매했다고 설명했다.

환경운동연합과 낙동강네크워크, 대한하천학회 등 관계자들이 13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사무실 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동강과 영산강 인근 지역 일부 쌀에서 남세균 독소가 검출됐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과 낙동강네크워크, 대한하천학회 등 관계자들이 13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사무실 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동강과 영산강 인근 지역 일부 쌀에서 남세균 독소가 검출됐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환경운동연합]

"23개 중 7개 시료에서 검출" 

낙동강 양수장 취수구 앞에 발생한 짙은 녹조. 녹조가 발생한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할 경우 논에서도 녹조가 지속하면서 쌀에 남세균 독소가 축적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 대구환경운동연합]

낙동강 양수장 취수구 앞에 발생한 짙은 녹조. 녹조가 발생한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할 경우 논에서도 녹조가 지속하면서 쌀에 남세균 독소가 축적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 대구환경운동연합]

이 교수팀은 국내 외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하는 액체 크로마토그래피 탠덤 질량분석기(LC-MS/MS) 방법으로 마이크로시스틴(MC) 3가지(MC-LR, MC-YR, MC-RR)를 분석했다.
또, 2차로 효소 면역측정법(ELISA) 키트로 총(總) 마이크로시스틴도 분석했다. 200종에 이르는 마이크로시스틴을 한꺼번에 측정하는 방법이다.

분석 결과, LC 방법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 1종(MC-RR)만 3개 시료에서 검출됐는데, 쌀 1㎏당 1.19~1.69㎍(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 즉 1.19~1.69 ppb 농도로 검출됐다.

이들 3개 시료를 포함해 ELISA 법에서는 모두 7개 시료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는데, 0.51~1.91㎍/㎏ 범위였다.

LC 법에서는 검출되지 않고 ELISA 방법에서만 검출된 4개 시료의 경우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는 0.51~0.84㎍/㎏이었다.

지난해 8월 낙동강네트워크가 공개한 낙동강 하류 경남 양산시 원동면 일대 농수로의 녹조 상황. 녹조가 심각한 낙동강물을 양수장에서 끌어올려 농업용수로 쓰면서 농수로, 인근 논까지 녹조가 확산했다. 연합뉴스 [낙동강네트워크 제공]

지난해 8월 낙동강네트워크가 공개한 낙동강 하류 경남 양산시 원동면 일대 농수로의 녹조 상황. 녹조가 심각한 낙동강물을 양수장에서 끌어올려 농업용수로 쓰면서 농수로, 인근 논까지 녹조가 확산했다. 연합뉴스 [낙동강네트워크 제공]

특히, 경북 고령군의 쌀에서는 LC 법에 의한 MC-RR이 1.69 ㎍/㎏, ELISA 법에 의한 총 마이크로시스틴이 1.92 ㎍/㎏ 검출됐다.

경남 양산시에서 구매한 쌀(현미)에서는 MC-RR이 1.19 ㎍/㎏, 총 마이크로시스틴은 1.37㎍/㎏이 검출됐다.

영산강 수계인 전남 영암군 지점의 쌀에서는 MC-RR이 1.24 ㎍/㎏, 총 마이크로시스틴은 1.57 ㎍/㎏이었다.

"프랑스 생식독성 기준치의 5배"

지난 2021년 여름 낙동강 본포양수장 부근 논에서 관찰된 녹조. [사진: 낙동강네트워크]

지난 2021년 여름 낙동강 본포양수장 부근 논에서 관찰된 녹조. [사진: 낙동강네트워크]

국내 쌀 소비량을 고려하면 고령군 지점의 쌀을 체중 60㎏의 성인이 계속 먹을 경우 하루 0.299㎍씩 섭취하게 된다.

이는 가장 엄격한 기준인 프랑스 식품환경노동위생안전청(ANSES)의 하루 섭취 허용량 기준, 즉 체중 60㎏ 성인의 하루 섭취허용량인  0.06㎍의 4.983배에 해당한다.
정자 수와 질의 감소, 비정상 정자 증가 등이 우려되는 수준이다.

다만, 세계보건기구(WHO)의 간 독성에 대한 하루 섭취허용량 기준(체중 60㎏의 경우 2.4㎍)과 비교하면, 허용량의 12.4% 수준이다.

환경연합 관계자는 "이번에 검출된 MC-RR은 마이크로시스틴 중에서 가장 독성이 강한 MC-LR보다는 독성이 약하지만, 이것도 청산가리의 660배에 해당할 정도로 독성이 매우 강하다"고 지적했다.

마이크로시스틴은 강과 호수, 바다 등에서 유해 조류 대발생(HAB)을 일으키는 남세균이 만드는 독성물질로 지금까지 200여 종이 보고됐다.

국내에서는 낙동강이나 대청호 등에서 남세균 녹조가 해마다 발생하고 있고, 강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고 있다.
녹조가 짙게 발생한 강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할 경우 쌀에 마이크로시스틴이 축적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1월 식약처 발표 땐 모두 '불검출'

마이크로시스틴 분석을 위해 쌀 시료를 수집하는 모습. [사진: 낙동강네트워크]

마이크로시스틴 분석을 위해 쌀 시료를 수집하는 모습. [사진: 낙동강네트워크]

이에 앞서 환경운동연합 등은 2021년 10~11월에 구매한 낙동강 쌀과 무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에는 ELISA 방법만 사용했다.

하지만 지난 1월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전국에서 유통되는 쌀(70건), 무(30건), 배추(30) 등 총 130개 시료에 대해 마이크로시스틴을 검사한 결과, 모두 불검출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식약처는 LC 법으로 마이크로시스틴 6종을 분석했다.

이수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1월 식약처 발표를 보면, 식약처에서는 전국에 산재한 유통업체로부터 시료를 구매한 것으로 파악돼 녹조 독소 축적이 우려되는 지점과의 연계성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의도적으로 녹조와 무관한 곳에서 시료를 구해 분석한 것 아닌가 의심이 든다는 주장이다.

환경운동연합 등은 "녹조 문제의 바른 진단과 해결을 위해 정부가 위험 거버넌스를 구축해 (남세균 오염 실태에 대한) 공동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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