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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선거 빼니 정말 멀쩡하다"던 황교안, 또 부정선거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8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표 경선에서 낙선한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전당대회 닷새 만인 13일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경선 직후 황 전 대표 측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황교안TV’에서 의혹을 제기를 한 데 이어 본인이 직접 등판한 것이다.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 출마했던 황교안 전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선거캠프 해단식에 참석해 지지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 출마했던 황교안 전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선거캠프 해단식에 참석해 지지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황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경선 과정에서 나온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자료들을 보고드려야 할 시간”이라며 “조작이 의심된다”고 썼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모바일 투표와 전화 자동응답(ARS) 방식 투표로 치러진 국민의힘 대표 경선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K-보팅 시스템이 활용됐다. 황 전 대표는 그 중에서 지난 4~5일 진행된 모바일 투표 기록을 참관인으로부터 제보받아 근거로 제시했다.

황 전 대표는 “실시간 기록은 5초에 한 번씩 발표하는데 첫째 날 16시경 투표인 끝자리 수가 모두 5로 끝났다. 5초 간격으로 정확하게 10의 배수씩 늘어났다는 뜻”이라며 “둘째 날 16시경 투표 땐 끝자리가 들쭉날쭉 늘어난다. 이게 자연스럽고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즉 첫째 날 규칙적인 투표수 증가가 조작의 근거라는 주장이다.

황교안 전 대표가 13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사진 페이스북 캡처

황교안 전 대표가 13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사진 페이스북 캡처

그는 “(첫째 날) 투표인 수의 끝자리 숫자가 95번 연속으로 같은 숫자가 나온 경우도 있다”며 “이런 확률은 10분의 1의 95 제곱이다.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확률”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첫째 날(약 29만명 투표)이 둘째 날(약 10만7000명 투표)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투표했다고 선관위에서 발표한 이유가 무엇인지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라”고 했다.

황 전 대표가 부정선거론을 다시 주장한 건 오랜만이다. 2020년 4·15 총선과 2021년 11월 국민의힘 대선 경선 뒤 줄곧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던 그였지만 이번 전당대회가 진행된 석 달 동안 본인이 직접 부정선거 얘기를 하지는 않았다. 이따금씩 TV 토론 사회자가 먼저 부정선거 문제에 관해 질문해야 답하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당내에선 “황 전 대표가 부정선거론을 포기한 것이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런 황 전 대표의 인내에 대해 당내에선 “황교안의 재발견”이라거나 “부정선거를 뺀 황교안은 정말 멀쩡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그러는 사이 그는 전당대회 ‘씬스틸러’(주연보다 주목받는 조연)로 등극하기도 했다. 김기현 대표뿐 아니라 안철수 의원과 천하람 변호사 등 경쟁자를 향해 위협적 공세를 폈기 때문이다. 이준석 전 대표는 “내 마음속 (토론 순위) 1등”이라고 했고 청년층이 많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부정선거 없는 황교안, 폼 미쳤다” 같은 말이 쏟아졌다. 예비 경선(컷오프)도 통과했고 최종 득표율은 8.72%였다.

그랬던 황 전 대표가 전당대회가 끝나자마자 다시 부정선거론을 꺼내자 여권에선 “안타깝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황 전 대표 측 관계자는 13일 통화에서 “전당대회 때 부정선거를 언급하지 않은 건 전략적 침묵이자 인내 차원이었다”며 “이젠 전당대회가 끝났으니 전당대회 의혹을 짚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14일로 예정된 황 전 대표와 김기현 대표 간 오찬 회동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황 전 대표가 부정 선거와 관련해 바로잡을 건 바로 잡아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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