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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독수리까지…야생조류 164마리 떼죽음 범인은 농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월 25일 강원 철원군에서 폐사한 독수리. 농약 중독에 의해 폐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1월 25일 강원 철원군에서 폐사한 독수리. 농약 중독에 의해 폐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올겨울에 발생한 야생조류들의 집단폐사 4건 중 1건은 농약 중독이 원인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환경부 소속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야생조류 집단폐사 총 46건을 분석한 결과, 이 중 11건의 원인이 농약 중독으로 확인됐다고 12일 밝혔다. 농약 중독으로 폐사한 개체 수는 164마리다.

농약을 먹고 집단 폐사한 조류 중에는 독수리와 흑두루미 등 멸종위기종들도 있었다. 1월 25일 강원 철원군에서 집단 폐사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독수리 5마리를 분석한 결과, 폐사체의 식도와 위(胃) 내용물에서 메토밀 성분 농약이 치사량 이상으로 검출됐다. 메토밀은 매우 독성이 강한 살충제로 국내에서는 2015년부터 유통 및 사용이 금지됐다.

지난해 12월 말 전남 순천시 일대에서 발견된 흑두루미 5마리의 폐사체에서도 포스파미돈 성분의 농약이 발견됐다. 2월 2일 충남 태안군에서 발생한 큰기러기(5마리)와 쇠기러기(6마리) 집단폐사도 농약 중독으로 확인됐다. 모두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될 정도로 보호 가치가 높은 희귀종이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관계자는 “야생조류는 물고기, 조개와 같은 수중생물이나 과일, 볍씨 등을 먹고 살아서 물이나 토양에 남아있는 살충제·제초제 등의 농약이 미량 검출될 수 있지만 이로 인해 폐사하지는 않는다”며 “일부러 농약을 볍씨 등에 섞어 살포한 경우 고농도의 농약을 한꺼번에 섭취하게 돼 폐사한다”고 설명했다.

독수리 등 상위포식자까지 2차 피해 

1월 11일 경북 고령군 우곡교 인근 낙동강변에서 월동하는 독수리가 햇볕을 쬐고 있다. 뉴스1

1월 11일 경북 고령군 우곡교 인근 낙동강변에서 월동하는 독수리가 햇볕을 쬐고 있다. 뉴스1

농약으로 인한 야생조류 집단폐사는 해당 개체의 생명을 앗아갈 뿐만 아니라 농약에 중독된 폐사체를 먹은 상위포식자의 2차 피해로도 이어질 수 있다. 겨울철마다 월동을 위해 한국을 찾는 독수리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주로 죽은 동물을 찾아다니면서 먹이 활동을 하는데 농약에 중독된 동물의 사체를 먹다가 폐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농약에 따른 야생조류들의 피해가 확산되자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검사 결과를 해당 지자체에 통보하면서 엄중한 감시를 요청했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유독물이나 농약 등을 살포해 야생생물을 포획하거나 죽이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 수위가 높아진다. 또, 야생조류 폐사체를 신고해 농약 중독이 확인되면 10만 원의 포상금을 받을 수도 있다.

이수웅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질병연구팀장은 “농약이 묻은 볍씨 등을 고의로 살포하는 것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는 불법행위”라며 “앞으로도 야생조류 집단폐사 원인을 분석해 해당 지자체에 통보하고 엄중히 조치하도록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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