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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고교선배'도 고개 저었다…내정인사 잇딴 사의, KT 곤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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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 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 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차기 대표이사(CEO) 선임을 앞두고 진통을 겪고 있는 KT가 또 다른 변수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계열사 대표와 사외이사에 내정된 인사들이 잇따라 사의를 표하고 있어서다. 이달 말 열릴 주주총회 결과도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1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윤정식 KT스카이라이프 대표이사 내정자는 KT 측에 개인 사유로 대표직을 맡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MBC 기자 출신인 윤 내정자는 OBS 경인TV 사장을 거쳐 현재 한국블록체인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앞서 사외이사 후보로 지명된 임승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도 내정 이틀만인 지난 10일 사의를 표명했다. KT 관계자는 “계열사인 KT스카이라이프의 차기 대표이사 선임 관련 논의는 다음 주 열릴 KT스카이라이프 이사회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김철수 현 대표가 연임할 가능성도 있다”며 “공석이 된 KT의 사외이사 인선 논의는 추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게 왜 중요해

최근 KT는 계열사 대표와 사외이사에 친정부 인사를 잇따라 내정하며 차기 CEO 선임절차를 둘러싼 논란을 타개하려 했지만, 해당 인사들이 연이어 사의를 표하자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KT스카이라이프 대표 후보였던 윤 내정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4년 선배다. 지난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한 이력이 있다. KT와는 2013년 대외 업무를 담당하는 CR본부장(부사장)을 맡으며 인연을 맺었다.

앞서 지난 10일 사외이사 후보에서 사퇴한 임 고문의 경우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지냈으며 지난 대선 때는 윤석열 대통령 대선 후보 캠프에서 상임경제특보를 맡았다. 윤 내정자와 임 고문은 이 같은 이력으로 인해 더욱 주목받았다. KT가 차기 CEO 후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정부·여권으로부터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을 받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선임한 인물들이라는 평가가 나온 것.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잇따른 변수, 험난한 주총

KT는 오는 3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후보인 윤경림 사장과 사내이사 후보 3명을 선임하고, 현직 사외이사 후보 3명을 재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이 잇따라 발생하며 험난한 주총이 예고되고 있다.

윤경림 KT 대표이사 후보(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윤경림 KT 대표이사 후보(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① 주요 주주의 표심은: KT의 최대주주(주총 의결권 기준 10.12%)인 국민연금은 그간 CEO 선임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조하며 구 대표의 연임을 반대해왔다. 지난달 28일 숏리스트 발표 이후에는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정부·여당의 불만을 반영해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은 KT의 2·3대 주주인 현대차그룹(7.79%, 현대차 4.69%·현대모비스 3.1%)과 신한은행(5.48%)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최근 현대차는 “대표이사나 사외이사 선출과 같은 주요 사안에서 이사회가 대주주 의사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KT에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국민연금과 행보를 같이 하겠다는 의사를 표한 것. 신한은행도 비슷한 결정을 할 가능성으 크다.

다만 KT의 소액주주들은 윤 사장의 대표 선임을 지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5일 개설된 KT 주주모임 커뮤니티에는 현재 1000명 이상의 회원이 모였으며 이들이 가진 주식 수는 약 260만 주(KT 지분의 약 1%)로 알려졌다. 이들은 현재 의결권 위임, 전자투표 단체 참여 등 소액주주의 의견 개진 방안을 논의하는 중. KT 전체 지분에서 소액주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57%다. 개미투자자들의 단체 행동이 본격 전개될 경우 주총 표 대결 결과를 쉽게 예단할 수 없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② 방어 나선 KT: 차기 CEO 후보로 선정된 윤 사장은 발표 직후 적극적인 소통과 혁신을 강조하며 KT에 대한 비판 여론에 빠르게 대응하고 나섰다. 후보 선정 다음 날인 8일엔 ‘지배구조개선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대표이사 선임 절차, 이사회 구성, ESG(사회·환경·지배구조) 경영 등을 손보겠다고 밝혔다.

윤경림 사장은 검찰 수사 중인 배임 의혹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최근 서울중앙지검은 시민단체 ‘정의로운 사람들’이 구현모 현 대표와 윤 사장을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공정거래조사부에 배당했다. KT는 지난 10일 배포한 자료를 통해 “KT텔레캅의 관리 업체 선정·일감 배분에 관여한 바 없다”며 “현대차가 에어플러그(구 대표의 형이 창업한 벤처기업)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윤 사장이 관여하거나 KT나 구 대표가 지급보증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또 “KT의 호텔사업 이익을 정치권과 분배한다거나 사외이사 장악을 위해 향응·접대를 제공했다는 의혹 등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KT의 혼선을 보는 안팎의 시선은 복합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은 인허가 사업자이기 때문에 정부·여당과의 원만한 관계가 중요하다”며 “이를 잘 아는 KT가 굳이 여권에서 ‘구 대표의 사람’으로 지목한 윤 사장을 최종 CEO 후보로 선임한 것이 의혹에 불을 지핀 측면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는 “민간 기업의 CEO 선임에 정치권 입김이 지나친 것 아니냐”며 “외국인 투자자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현재 KT의 외국인 지분율은 약 44%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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