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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 쌀은 신동진" 미슐랭2스타 셰프 김밀란 리조토의 비밀

중앙일보

입력

이탈리아 2스타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책 『김밀란 리조또』를 펴낸 김밀란(본명 김민석) 셰프가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아트와떵 레스토랑에서 중앙일보와 만났다. 김종호 기자

이탈리아 2스타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책 『김밀란 리조또』를 펴낸 김밀란(본명 김민석) 셰프가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아트와떵 레스토랑에서 중앙일보와 만났다. 김종호 기자

“국내에 파스타를 다룬 책은 수천 권이 넘는데 리조또를 주제로 한 책은 거의 없더라고요. 일본 레시피북을 번역한 책 정도였어요. 리조또의 역사부터 레시피까지 제대로 소개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죠.”

이탈리아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정통 현지 요리법을 유튜브에 공개해 인기를 끈 김밀란(36·본명 김민석) 셰프가 최근 책 『김밀란 리조또』를 펴냈다. 2021년에 쓴 『김밀란 파스타』에 이어 두 번째다. 리조또의 핵심 재료인 쌀의 종류·성분·역사부터 이탈리아 현지 맛을 구현할 수 있는 레시피까지 망라했다. 출간에 맞춰 한국에 들어온 그를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레스토랑 아트와떵에서 만났다.

김밀란 셰프는 한국의 신동진과 이탈리아의 카르나롤리가 리조또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사진 『김밀란 리조또』

김밀란 셰프는 한국의 신동진과 이탈리아의 카르나롤리가 리조또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사진 『김밀란 리조또』

그가 이번 책을 쓰며 가장 골몰한 건 쌀이었다. 리조또는 쌀을 기름에 볶은 뒤 육수를 추가하고, 만테까레(물·기름을 섞는 유화) 과정을 거쳐 완성한다. 쌀알을 조리 마지막까지 깨뜨리지 않으면서도 쌀 고유의 맛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데, 쌀 품종에 따라 육수·버터 등 재료의 배합량을 다르게 해야 한다. 그는 “국내산 쌀 중엔 신동진이, 이탈리아 쌀 중엔 카르나롤리가 리조또에 가장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아밀로오스(녹말을 구성하는 성분 중 하나)의 함량이 높아 쉽게 뭉그러지지 않고 식감이 오래 살아있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세종대 스마트생명산업융합학과의 쌀 품종 개발 연구에도 협력진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탈리아와 한국 쌀 품종을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어요. 이탈리아에선 리조또를 만들 때 쌀을 씻지 않아요. 쌀 겉면에 묻은 쌀가루가 부드러운 식감을 내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죠. 쌀 결정체가 매끈해서 공정 과정에서 세척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거든요. 하지만 한국 쌀은 표면이 거칠어서 먼지가 많이 붙기 때문에 꼭 씻어서 써야 해요.”

그가 책에 담은 레시피는 밀라노에서 공부하고 일하며 체득한 것이다. 국내에선 생소한 ‘신 버터’는 그가 유학했던 요리학교 알마(ALMA)의 설립자 고(故) 괄티에로 마르케지의 손에서 탄생했다. 양파를 비니거 와인에 졸여 만든 식초 물을 버터에 섞어 만든다. 그는 “버터·치즈 때문에 리조또가 자칫 느끼할 수 있는데 신 버터를 이용하면 산뜻해진다”고 말했다.

김밀란 셰프가 추천한 버섯 크림 리조또. 사진 유튜브 캡처

김밀란 셰프가 추천한 버섯 크림 리조또. 사진 유튜브 캡처

김밀란 셰프는 중학생 시절 영국의 국민 셰프로 통하는 제이미 올리버의 TV쇼를 보고 요리사의 꿈을 꿨다. 대학을 자퇴하고 국내 이탈리안 식당에서 5년간 일하며 돈을 모아 무작정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났다. 한 달에 50유로(약 7만4000원)로 생활한 적도 있다는 그는 “돈을 아끼기 위해 삼시 세끼 케밥만 먹었다”며 “그래서 지금도 케밥을 싫어한다”며 웃었다. 졸업 뒤엔 밀라노에 있는 미슐랭 식당 19곳에 이력서를 모두 돌렸다고 한다. 이 중 한 곳인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내 미슐랭 레스토랑 세타(Seta)에 합류해 차근차근 경력을 쌓았고, ‘넘버2’로 불리는 육류 담당 셰프로 4년 동안 일했다.

유튜브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2021년쯤 시작했다. 정통 카르보나라부터 ‘된장 봉골레’ 등 퓨전 메뉴까지 다양한 레시피를 소개한다. 채널 이름이자 별칭인 밀란은 자신이 일하는 밀라노에서 따왔다. 혼자 촬영·편집을 맡아 다소 투박하지만, 구독자 수는 18만명에 달한다. 지난달 귀국해 진행한 쿠킹 클래스와 팝업 행사에는 충남 예산부터 미국 캘리포니아까지 곳곳에서 온 구독자들로 붐볐다.

김밀란 셰프의 다음 목표는 올해 안에 자신만의 식당을 내는 것이다. 그는 “한국식 육류 오마카세 메뉴를 구상하고 있다”며 “밀라노에선 볼 수 없었던 특별한 요리를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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