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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치면 40%인데 "손 안 잡는다"…안철수∙이준석 '5년 앙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ㆍ8 국민의힘 전당대회 후 안철수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류인 친윤계가 지원한 김기현 대표(52.93%)를 상대로 안 의원(23.37%)과 친이준석계인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14.98%)이 적잖은 득표를 거뒀기 때문이다. 양측 관계자 모두 “만족한 득표는 아니지만 그래도 실망할만한 숫자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안철수 의원. 김경록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안철수 의원. 김경록 기자

안 의원과 천 위원장의 지지율을 단순 합산하면 40%에 육박한다. 양측이 연대할 경우엔 친윤계가 무시할 수 없는 세력으로 떠오를 수 있다. 향후 당직 인선이나 총선 공천 과정에서 친윤계 독주에 대한 당내 피로감이 커질 경우 비주류계의 확장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안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는 전당대회 뒤 행보 재개에 나섰다.

안 의원은 13일 오후 김기현 대표와 만난다. 두 사람은 국회 인근 카페에서 만나 당의 화합을 강조할 전망이다. 천 위원장과 황교안 전 대표도 김 대표로부터 회동 요청을 받고 날짜를 조율 중이다. 안 의원은 경선을 도왔던 인사나 지지층을 만나러 고향인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 순회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전 대표는 12일 KBS 뉴스에 출연했고, 저서 『거부할 수 없는 미래』 출간에 맞춰 천 위원장의 지역구인 전남 순천을 시작으로 당원과 만나는 행사를 곧 시작한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전당대회 캠프 해단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전당대회 캠프 해단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안 의원과 이 전 대표 모두 당내 기반을 재건하는게 급선무다. 안 의원은 경선 중 친윤계와 갈등을 빚었고, 전당대회 막판엔 대통령실 경선 개입 의혹을 제기해 입지가 애매해진 상태다. 가뜩이나 친윤계가 사이가 나빴던 이 전 대표는 경선 중 “친윤 핵심 퇴출”이란 구호를 앞세우다 신임 지도부로부터 “이준석계는 청산돼야 할 과거”(김재원 최고위원)라는 공격까지 받고 있다.

그래서 “안 의원과 이 전 대표가 손을 잡으면 양측 모두 활로 모색이 용이해질 것”이란 말이 나오지만, 가장 큰 난관은 두 사람의 오랜 구원(舊怨)이다. 한때 바른미래당에서 한솥밥을 먹던 둘은 2018년 6월 재ㆍ보궐 선거 당시 서울 노원병 공천을 두고 갈등을 빚었고 그 뒤로 5년째  관계가 악화일로다. 서로가 서로의 “저격수”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하는 정치권의 대표적 견원지간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3·8 전당대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3·8 전당대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번 경선 과정에서도 이 전 대표는 안 의원을 만화 영화 ‘톰과 제리’의 톰에 비유하며 “잘했어 톰. 조금만 더 잘하자”와 같은 발언을 던져 안 의원 지지층을 자극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선권 밖이던 태영호 최고위원이 깜짝 당선하자 정치권에선 “친윤계도 이준석계도 싫은 안철수 지지층의 표심이 계파색이 옅은 태 최고위원에게 쏠린 결과일 것”이란 해석이 돌기도 했다.

양측 관계자도 모두 통화에서 “연대는 전혀 생각해본 적 없고 실현 불가능에 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안 의원 측은 “이 전 대표와 우린 다른 길을 걸은 지 오래됐다”고 말했고, 이 전 대표 측은 “지지층도 서로 싫어하기 때문에 억지 야합해봐야 이득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도 12일 KBS 뉴스에 출연해 “(전당대회 때) 안철수 전 대표와의 연대를 강화했으면 어떻겠냐. 그랬으면 아마 천하람 후보가 소멸했을 것”이란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지난 7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사진 페이스북 캡처

지난 7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사진 페이스북 캡처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양측의 감정적 골이 깊고, 윤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선도 미묘하게 다른 데다가 출신 성분도 다르다는 점에서 화합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 역시 “정치에서 불가능은 없다지만 둘이 연대할만한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친윤 관계자는 “안 의원과 이 전 대표는 물과 기름 같은 사이라 절대 융합 못 한다”며 “당에 위협이 되는 비주류 연합이 탄생할 일이 없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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