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親尹) 핵심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12일 “친윤이란 이름으로 집단 정치 행위를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소위 친윤 핵심이란 사람부터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김기현 대표의 당선 1등 공신으로 꼽히는 장 의원이 “우리는 이제 김기현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며 계파 갈등을 경계한 것이다.
장 의원이 작심 발언을 한 건 이날 오후 출고된 한 언론의 기사 때문이었다. 익명의 친윤 의원을 인용해 “주호영 원내대표의 4월말 퇴진론에 친윤계가 제동을 걸었다”는 취지로 기사가 나왔는데, 친윤계의 집단행동으로 비춰질 수 있는 내용이었다. 다음달 8일 임기가 끝나는 주 원내대표는 최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만나 4월말 공동 퇴진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었다.
장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새로 선출된 지도부와 주 원내대표가 협의해야 할 임기 문제에 친윤이란 이름으로 부담을 주는 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이견이 있을 경우 의원총회에서 얘기하면 된다. 언론에다 친윤계 집단행동처럼 의사 표현을 하는 건 가장 나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 당은 이미 친윤이 100%다. 특정인이 친윤을 대표할 수 없다”며 “누군가 친윤이란 이름을 대표해 남에게 부담을 주겠다는 건 전당대회에서 드러난 당심을 역행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장 의원의 이런 일갈은 8개월 만에 정상화된 새 지도부가 윤석열 정부와 호흡을 맞추기도 전에 분란에 휩싸이는 걸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 의원은 실제 말끝마다 “초기에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되풀이했다. 친윤계 당직자는 “장 의원은 지난해 윤석열 정부 취임 직후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프레임으로 공격받은 대표적인 인사”라며 “계파 갈등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친윤계 핵심 그룹 내부에서도 이런 ‘분란 조장 경계령’은 잇따르고 있다. 친윤계 초선 의원은 “주 원내대표 임기 문제를 비롯해서 장 의원이 ‘친윤 이름을 걸고 개별 의사를 전파하지 말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장 의원 본인도 전당대회를 전후해 “어떠한 임명직도 맡지 않겠다”거나 “원내대표 선거에 나가지 않겠다”며 자신이 전면에 등장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장 의원은 최근 장자 외편 산목(山木)에 실린 ‘빈 배’라는 글을 인용해 자신을 빈 배에 비유하곤 한다. “세상의 강을 건너는 그대, 자신의 배를 빈 배로 만들 수 있다면 아무도 그대와 맞서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그대를 상처 입히려 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