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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친윤 이름으로 집단행동 말라"…장제원 계파갈등 경계령

중앙일보

입력

친윤(親尹) 핵심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12일 “친윤이란 이름으로 집단 정치 행위를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소위 친윤 핵심이란 사람부터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김기현 대표의 당선 1등 공신으로 꼽히는 장 의원이 “우리는 이제 김기현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며 계파 갈등을 경계한 것이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장진영 기자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장진영 기자

장 의원이 작심 발언을 한 건 이날 오후 출고된 한 언론의 기사 때문이었다. 익명의 친윤 의원을 인용해 “주호영 원내대표의 4월말 퇴진론에 친윤계가 제동을 걸었다”는 취지로 기사가 나왔는데, 친윤계의 집단행동으로 비춰질 수 있는 내용이었다. 다음달 8일 임기가 끝나는 주 원내대표는 최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만나 4월말 공동 퇴진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었다.

장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새로 선출된 지도부와 주 원내대표가 협의해야 할 임기 문제에 친윤이란 이름으로 부담을 주는 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이견이 있을 경우 의원총회에서 얘기하면 된다. 언론에다 친윤계 집단행동처럼 의사 표현을 하는 건 가장 나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 당은 이미 친윤이 100%다. 특정인이 친윤을 대표할 수 없다”며 “누군가 친윤이란 이름을 대표해 남에게 부담을 주겠다는 건 전당대회에서 드러난 당심을 역행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왼쪽)과 김기현 대표. 사진은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부산혁신포럼 2기 출범식에 참석해 악수를 하는 모습. 송봉근 기자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왼쪽)과 김기현 대표. 사진은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부산혁신포럼 2기 출범식에 참석해 악수를 하는 모습. 송봉근 기자

장 의원의 이런 일갈은 8개월 만에 정상화된 새 지도부가 윤석열 정부와 호흡을 맞추기도 전에 분란에 휩싸이는 걸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 의원은 실제 말끝마다 “초기에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되풀이했다. 친윤계 당직자는 “장 의원은 지난해 윤석열 정부 취임 직후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프레임으로 공격받은 대표적인 인사”라며 “계파 갈등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친윤계 핵심 그룹 내부에서도 이런 ‘분란 조장 경계령’은 잇따르고 있다. 친윤계 초선 의원은 “주 원내대표 임기 문제를 비롯해서 장 의원이 ‘친윤 이름을 걸고 개별 의사를 전파하지 말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장 의원 본인도 전당대회를 전후해 “어떠한 임명직도 맡지 않겠다”거나 “원내대표 선거에 나가지 않겠다”며 자신이 전면에 등장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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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의원은 최근 장자 외편 산목(山木)에 실린 ‘빈 배’라는 글을 인용해 자신을 빈 배에 비유하곤 한다. “세상의 강을 건너는 그대, 자신의 배를 빈 배로 만들 수 있다면 아무도 그대와 맞서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그대를 상처 입히려 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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