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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료된 상속, 뒤집겠다는 LG 세 모녀…법조계 "극히 드문 소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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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해 말 LG 임직원들에게 보낸 신년맞이 영상 속 구광모 LG 대표. 사진 LG

지난해 말 LG 임직원들에게 보낸 신년맞이 영상 속 구광모 LG 대표. 사진 LG

이번에 고 구본무 전 LG 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와 두 딸이 낸 상속회복청구 소송은 민법 999조에 명시된 상속회복청구권에 따른 것이다. 상속권이 침해된 경우 낼 수 있는 소송이다.

상속회복청구는 상속권이 침해된 사실을 알게 된 날부터 3년, 혹은 침해가 발생한 날부터 10년 안에 해야 한다. LG가에 따르면 2018년 11월에 모든 상속절차가 완료됐다. 김영식 여사 등이 소를 제기한 게 올해 2월이니 4년 3개월 전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3년이 넘어 청구의 효력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부광득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알게 된 날부터 3년 혹은 발생한 날부터 10년, 둘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청구권이 소멸하는 것으로 본다”며 “소송을 제기한 나름의 근거가 되는 사안이 따로 있을 수도 있지만, 2018년 상속 절차를 기준으로 하면 시효가 지났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김영식 여사와 그 딸들이 제시하는 ‘상속권을 침해받은’ 사건이 언제냐에 따라,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시한이 남아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상속회복절차는 녹록지 않은 일이다.

상속인들 사이에 분쟁이 있는 경우 유류분 청구 소송을 하거나, 상속인들 사이에 합의로 분배하는 상속 분할 청구도 흔하다. 하지만 이번 LG 사례와 같은 상속회복청구는 극히 드물다. 가사 분야에서 10년 넘게 일한 변호사도 “10년간 맡은 상속회복청구는 한 두 건뿐”이라고 할 정도다.

이미 완료된 상속을 뒤집는 절차인 상속회복청구가 받아들여지려면 적어도 ‘위법’ 정도의 정황이 있어야 한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이현곤 새올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상속회복청구는 기본적으로 ‘상속인이 아닌 사람’이 상속을 받거나 ‘상속인이 상속을 못 받은 경우’에 제기할 수 있다”며 “입양된 상속인의 입양이 무효라든가, 몰랐던 상속인이 있었다든가 하는 경우라야 성립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이 전제되기 때문에 상속회복청구가 극히 드문 것”이라고 덧붙였다.

분할 합의서를 위조해 재산을 빼돌리거나, 합의는 정상적으로 했더라도 재산을 옮기는 과정에서 서류를 위조하는 등 불법행위가 있는 경우에도 상속회복청구를 할 수 있다.

김영식 여사와 두 딸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로고스 측은 “상속 과정에서 있었던 절차상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제기된 소송”이라며 타당한 이유가 있다는 입장이다. LG 측은 “유언장이 없다는 건 원고 측도 이미 알고 있던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따라서 ‘소송 청구의 이유’와 ‘권리침해를 알게 된 시점’에 어떤 정보가 더 있었는지가 이 소송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소송을 협상 카드로 쓸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유명인 사이 소송은 언론을 활용하는 경우가 있고, LG 회사 이미지 등에 끼칠 영향을 생각해, LG 측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끌어낼 목적으로 사건이 알려졌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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