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버핏은 왜 TSMC 팔고 목재 회사 주식 샀을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5면

머니랩 고래연구소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92·이하 버크셔) 회장도 지난해엔 고전했습니다. 포트폴리오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애플 등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최근 1년 수익률은 -6.52%를 기록했습니다. 그렇지만 버핏은 최근 주주들에 보낸 서한에서 지난해는 오히려 “좋은 한 해였다”고 했습니다. 주가 하락으로 인한 장부상 평가손실을 제외한 영업이익에선 오히려 좋은 성과를 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버크셔의 영업이익은 308억 달러(41조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버핏의 원픽 : 루이지애나 퍼시픽(LP)

그럼 버핏의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볼까요. 버크셔가 지난해 4분기 추가로 매수한 종목은 3개뿐입니다. 애플, 패러마운트 글로벌 그리고 루이지애나 퍼시픽(이하 LP). 애플은 버핏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코카콜라’라고 칭하며 포트폴리오의 40% 가까이 채울 정도로 사랑하는 종목이죠. 패러마운트 글로벌은 영화 제작·배급사인 패러마운트 픽처스와 미국 CBS 방송국 등을 운영하는 회사입니다.

루이지애나 퍼시픽은 생소한 기업이죠. 버크셔는 지난해 3·4분기 LP 주식 705만주를 새로 매수했습니다. 투자 규모는 5000억원 정도로 추정돼요. 투자 비중(0.14%)은 그리 크진 않지만, 고전한 지난해 버핏이 왜 이 종목을 선택했는지 따져보겠습니다. 버핏은 이 종목을 평균 53달러 수준에 매수했고, 최근 주가는 59달러 수준입니다.

워렌버핏 사고 판 종목

워렌버핏 사고 판 종목

1972년 설립된 LP는 세계 최대 목재 가공업체 중 하나입니다. 통나무를 목조 주택·가구용으로 가공해 건설·리모델링 업체 및 주택 소유주에게 판매합니다. 미국의 유명 주택 자재 판매 체인인 홈디포에 목재 제품을 공급하는 곳도 바로 이곳이죠. 주력 제품은 사이딩(Siding)과 OSB(Oriented Stand Board)입니다. 사이딩은 건물 외벽 마감용 판 모양의 목재, OSB는 나무를 분쇄해 접착제와 섞어 만든 합판입니다.

한국에선 주로 인테리어나 가구에 쓰이지만, 주택의 90%가 목조 주택인 미국은 경우가 다르죠. LP의 연간 매출액 30억~40억 달러(4조~5조원) 중 75%가 미국에서 나옵니다. 당연히 미국 부동산 경기가 LP 주가에 가장 영향을 줍니다.

그런데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미국 부동산 시장도 한국처럼 침체기입니다. 지난 1월 기존주택 매매 건수는 전월보다 0.7% 감소한 400만 건(연율)으로 집계됐어요. 이는 12개월 연속 감소로 1999년 통계 시작 이래 최장기 감소세입니다. 집값도 지난해 6월 주택 거래 중위가격이 역대 최고가(41만3800달러)를 찍은 뒤 7개월 연속 하락해 올해 1월 35만9000달러까지 내려왔습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저평가된 주식을 사서 장기투자하는 버핏이 LP에 투자한 건 ‘미국 주택 시장이 바닥을 쳤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도 버핏은 2003년 미국 최대 조립식 주택 회사인 클레이턴 홈스를, 2017년 콜로라도주의 택지 개발업체인 오크우드 홈스를 인수하는 등 주택 시장에 관심을 가졌죠.

LP 사업 전략 측면에서 부동산 경기에 덜 민감하고 수익성이 더 좋은 사이딩 부문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LP가 주주 보상을 늘리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최근 분기별 현금 배당금을 22센트에서 24센트로 9% 인상했고, 지난해엔 자사주 매입에 9억 달러를 썼습니다.

버핏의 이례적 단타 : TSMC

버핏은 지난해 4분기 총 8개 종목을 팔았습니다. US 뱅코프(USB), 뱅크 오브 뉴욕 멜론(BK) 등 보유하던 은행주를 각각 91%, 59% 매도했습니다. 게임 회사 액티비전 블리자드(ATVI)도 보유 주식의 12%를 팔아치웠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이슈가 된 건 대만의 TSMC였습니다. TSMC는 ‘팹리스’로 불리는 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가 설계한 대로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입니다. 버핏은 지난해 3분기 한화 5조원을 투입해 이 회사 주식 약 6000만여 주를 집중 매수했는데, 불과 3개월 만에 보유 주식의 86%나 팔았습니다.

짧으면 수년 또는 길게는 수십 년이던 버핏의 투자 패턴 상 이런 단타성 매도를 월가에서도 매우 이례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CFRA리서치 애널리스트인 캐시 시퍼트는 “버크셔는 TSMC로 적은 이익을 거뒀다”며 3억2000만 달러(약 4000억원)가량 시세차익을 올린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버핏이 TSMC를 대거 매도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먼저 재고가 쌓이면서 반도체 업황 부진이 예상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시각입니다. TSMC 자체도 올 2분기까진 매출이 하락할 거로 예상합니다.

버핏의 또 다른 걱정은 미·중 사이에 끼인 대만의 정치적 상황일 겁니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에 400억 달러(52조원) 규모의 칩 제조 공장을 조성하고 있는데 중국이 TSMC와 대만에 보복을 시작한다면 회사엔 큰 타격이 될 수 있습니다. 대만에선 중국이 난징과 상하이에 있는 TSMC 공장을 국유화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도 나온다고 하네요.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