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먹이는 여신도의 성폭행 피해 고발 인터뷰로 시작하는 첫 장면부터가 충격적이다. 사이비 종교의 실태를 파헤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얘기다. 다큐 최초로 국내 넷플릭스 TV 시리즈 1위에 오르며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예능 ‘피지컬: 100’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MBC(시사교양국)가 제작했다. 회사에서 제작이 엎어지자 조성현 PD가 넷플릭스를 두드렸다.
압권은 무수한 여신도에 대한 교주의 성폭력 의혹에 초점을 맞춘 기독교복음선교회(JMS) 편이다. 메시아를 자처하는 JMS 정명석 총재는 2018~2019년 2명의 여신도에 대한 성폭력(준강간, 강제추행 등)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프로그램 공개 전 JMS 측은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으나 법원은 기각했다. 정 총재는 2009년에도 신도 성폭행 등의 혐의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출소한 바 있다. 정 총재는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으나, 이원석 검찰총장은 “범행에 상응하는 엄정한 형벌이 선고돼 집행될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라”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사이비 종교는 취약층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JMS 신도들이 명문대를 포함한 대학가, 검사, 의사, 연예인 등 사회 고위층에 고루 퍼져 있다는 점도 충격적이다. ‘반JMS 운동’을 펴온 김도형 단국대 교수는 KBS ‘더 라이브’에서 “KBS PD와 성우도 현직 JMS 신도”라는 폭탄 발언을 해 진행자가 황급히 방송을 마무리하는 일이 벌어졌다(KBS는 진상조사와 상응 조치를 약속했다). 사이비 종교가 개인과 가족을 얼마나 파괴하는지 공분이 커지면서 인터넷에는 ‘신도 색출’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그런데 프로그램의 사회적 파장, 성과와 무관하게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연출 태도는 논란거리다. JMS 편에서는 여신도들의 나체 목욕 장면, 성폭행 현장 대화 녹음, 성폭력 과정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가 나왔다. 오대양 집단 변사에서도 목맨 사체 등이 그대로 노출됐다. 물론 피해자들은 인터뷰 공개에 동의했으며, 높은 발언 수위 그대로 내보내 달라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조성현 PD는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실제 누군가가 당했던 피해 사실이다. 모자이크 화면으로 끝내고 싶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보여주지 않으면 계속해서 (교단) 내부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게 조작된 거짓말이라는) 방어 논리를 세워 나갈 거라 생각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의 말대로 충격적인 만큼 파장이 큰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이 프로를 다 보고 나서도 정작 왜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사이비 종교가 활개 치는지, 그걸 용인하는 사회구조적 문제는 무엇인지, 교주의 성폭력을 신과의 사랑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가스라이팅(세뇌)은 어떻게 가능한지, 종교의 자유와 사이비 종교 현상의 관계는 어떻게 봐야 하는지 등 본질적 질문들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건 어찌 봐야 할까. 피해자가 동의했다 하더라도 제작진은 참혹한 피해의 전시·재연을 넘어 피해자 보호에 더 방점을 찍어야 했던 건 아닌지 의문이다.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을 소재로 한 할리우드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실제 피해 장면은 최대한 절제하면서 구조적 문제에 집중해 성폭력 재현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리얼 나르코스 리포트’ 등 기왕의 넷플릭스 인기 고발 다큐들이 끔찍한 범죄 현장을 그대로 내보내 ‘참혹함의 상업화’란 비판을 받았던 것과 대비된다.
“이건 선정성의 문제가 아니라 참담함의 문제”(조PD)고, 이걸 선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더 선정적이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맥락이 제거된 채 자극적으로 소비될 가능성까지 고려하는 게 연출자의 윤리적 태도가 아닐까.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당한 피해자가 잘못이라는 목소리가 여전히 있다던데, 그것이야말로 사이비 종교의 작동 방식에 대해 이 다큐가 제대로 말해 주지 않았다는 방증일 것이다.
사이비 종교 실태 고발 다큐 #파장 반향 크지만 선정성 논란 #구조적 접근 부족도 아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