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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승중의 아메리카 편지

캐나다와 미국, 같은 듯 다른 나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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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마치고 2013년 토론토대 교수로 임용돼 캐나다로 이주했다. 처음엔 다른 나라에 왔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강의하면서 미국의 예를 그대로 들며 농담을 던져도 학생들은 부담 없이 받아들였다.

하지만 캐나다 생활을 하다 보니 근본적으로 미국과 다른 나라라는 것이 느껴졌다. 가장 큰 차이점은 두 나라의 의료보험 체계다. 나는 임신 초기부터 출산까지 최첨단 시설의 병원을 드나들며 단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출산 후 사흘간 병원에서 회복하면서 4인실을 독방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하루 200달러씩 낸 게 전부였다. 미국이었다면 하루에 2000달러도 모자랐을 것이다.

아메리카 편지

아메리카 편지

캐나다는 보편적 헬스케어를 채택하고 있어 모든 국민이 필수 건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한다. 이에 반해 미국에선 대다수가 개인적으로 의료보험을 구입해야 한다. 가격이 한 달 500∼800달러 정도로 만만찮아 대략 3000만명이 의료보험 없이 살고 있다. 보험이 있어도 본인 부담금이 상당하다. 응급실만 가도 1000∼2000달러씩 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출산 휴가 시스템도 캐나다가 월등히 좋다. 캐나다에서는 배우자도 1년 출산휴가를 받는 일이 흔하지만, 미국에서는 배우자 출산휴가가 법적으로 보장돼 있지 않다. 나도 학교에서 맡은 일이 많아 6개월 출산 휴가 신청을 고려했으나, 오히려 학교 측에서 임시 디렉터 구하는 일은 문제없다며 1년 휴가를 권했다.

보편 복지 측면에서 한국도 캐나다와 비슷하다. 그런데 최근 의료비 개인 부담금을 올리고, 각종 검사 비용의 보험 혜택을 없애려 한다는 뉴스가 들린다. 보험 재정 안정을 위해서라지만 조심스럽게 접근할 일이다. 미국에 사는 20여년 동안 병원에 못 가 병을 키운 사례를 무수히 많이 봤다. 어깨탈골이 됐을 때 병원비가 무서워 6개월이나 셀프 치료를 하다 결국 큰 수술을 받게 된 친구도 있었다.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