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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SM 인수전 타결…K팝 재점검, 재도약의 계기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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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최근 K팝 성장세 둔화…세계시장 점유율 2%뿐  

‘1인 체제’ 극복 못 하면 J팝 실패 되풀이할 우려

카카오와 하이브가 뛰어들며 ‘쩐(錢)의 전쟁’으로 비화하던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이 카카오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SM 주가가 치솟았고 누가 승리하든 과도하게 비용을 치르고 생채기만 남는 ‘승자의 독배’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극적 합의가 이뤄진 점은 다행스럽다. 하이브는 자사 주주 가치를 고려한 결정이라고 발표했다.

SM 인수전이 진흙탕 싸움으로 흐르면서 정작 K팝의 주역인 팬들과 아티스트는 소외됐다는 비판은 업계 모두 곱씹어볼 대목이다. 국민의 따가운 시선에 업체들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카카오는 ▶SM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자 원동력인 임직원·아티스트·팬덤 존중 ▶자율적·독립적 운영 보장 ▶글로벌 성장 가속화를 약속했다. SM도 팬·주주 중심의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의 도약을 다짐했다.

SM 경영권 분쟁은 화려한 K팝 성공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시가총액은 몇조원 단위로 커졌지만 한 명의 뛰어난 프로듀서가 기업의 모든 과정에 개입하는 불투명한 경영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에 매년 100억원 이상을 프로듀싱 명목으로 지급해 온 잘못된 관행을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이 지적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얼라인 이전에도 국내 운용사가 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SM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잘못된 관행을 스스로 고치고 이수만 전 총괄이 ‘아름다운 퇴장’을 할 수 있던 기회를 놓쳤다.

K팝이 세계적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것 같지만 업계 내부에서도 위기론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상위 4개 기획사를 합한 매출 비율은 2%에 불과하다. 반면에 세계 음반시장에서 3대 메이저로 통하는 유니버설(31.9%)·소니(21.9%)·워너(16.3%)의 시장 점유율을 합하면 70.1%에 달한다.

음반 수출 성장세도 눈에 띄게 움츠러들고 있다. 지난해 K팝 음반 수출액은 2억3138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였지만 성장세는 5%에도 미치지 못했다. BTS의 뒤를 이을 만한 눈에 띄는 보이밴드도 없다. 오죽하면 BTS 성공 스토리를 써낸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이 외신 인터뷰에서 K팝의 일시적 성장 둔화를 거론하며 “이 상태로 놔두면 많이 위험할 수 있다”고 걱정했을까.

갈 길이 한참 멀기만 한데 우리 모두 기존 성공 스토리에 너무 취해 있었던 건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태를 K팝 전략을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멀티 레이블 전략으로 K팝 특유의 색깔을 유지하면서 증시에서 커진 몸집에 맞게 경영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K팝의 1인 체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J팝의 몰락을 따라갈 것이라는 경고를 흘려듣지 말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