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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수는 없었다, 박지원 화려한 대관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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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남자 쇼트트랙 간판 박지원(오른쪽)이 세계선수권 2관왕에 올랐다. 12일 1000m 준준결승에서 중국의 린샤오쥔과 자리싸움하는 박지원. [연합뉴스]

남자 쇼트트랙 간판 박지원(오른쪽)이 세계선수권 2관왕에 올랐다. 12일 1000m 준준결승에서 중국의 린샤오쥔과 자리싸움하는 박지원. [연합뉴스]

‘화려한 대관식’이었다. 한국 쇼트트랙의 에이스 박지원(27)이 안방 무대에서 자신이 세계 1인자임을 실력으로 보여줬다. 5000명의 관중이 새로운 쇼트트랙 황제의 대관식을 지켜봤다.

박지원은 12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2~202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쇼트트랙선수권대회 남자 1000m에서 금메달을 땄다. 전날 남자 1500m에서도 우승한 그는 개인전 2관왕을 차지했다.

적수가 없는 완벽한 레이스였다. 박지원은 남자 1000m 8강과 준결선을 모두 조 1위로 통과했다. 세계랭킹 1위다운 경기력으로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그의 실력은 마지막 결선에서도 빛을 발했다. 중반까지 스테인 데스머트(25·벨기에)에게 리드를 내줘 2위로 처졌지만, 3바퀴를 남기고 힘을 냈다. 주특기인 아웃코스 돌파로 1위로 치고 나갔다. 그리고는 폭발적인 막판 스퍼트를 앞세워 1분27초741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박지원은 지난해 열린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TV로 지켜봤다. 바늘구멍과도 같은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마음이 상할 법도 했지만, 주저앉지는 않았다. 올 시즌 월드컵 1~6차 대회에서 금메달 14개를 휩쓸어 세계랭킹 1위로 올라섰다. 한국에서 열린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는 생애 첫 번째 개인전 금메달을 포함해 2관왕에 오르며 올 시즌의 대미를 장식했다.

우승을 확정한 뒤 두 팔을 활짝 벌리며 포효한 박지원은 “어제 혼자서 다짐했다. 오늘 경기에서 ‘꼭 금메달을 따고야 말겠다’고 각오를 다졌다”며 “세계선수권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건 처음이다. 더구나 한국에서 금메달을 따다니 정말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한국은 마지막 날 남자 계주 5000m에서 동메달을 추가했다. 박지원은 5000m 계주에서도 금메달을 노렸지만, 중국에 1위를 내줬다.

기대를 모았던 여자부 에이스 최민정(25)은 금메달을 따지 못하고, 은메달 3개를 목에 걸었다. 1000m와 1500m에서 은메달에 이어 심석희(26)·김건희(23)·김길리(19)와 함께 출전한 3000m 계주에서도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최민정은 “팬들께서 기대해주신 만큼 실력을 보여주지 못해 속상하다. 개인적으로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2020년 중국으로 귀화한 뒤 처음으로 한국에서 대회를 치른 린샤오쥔(27)은 황당한 실수로 개인전에선 노메달에 그쳤다. 전날 남자 500m 결선에서는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의무적으로 발목에 차야 하는 기록 측정 장치(트랜스폰더)를 착용하지 않아 실격 처리됐다. 또, 이날 열린 남자 1000m 8강에선 박지원 등에게 밀려 탈락했다.

린샤오쥔은 그러나 남자 5000m 계주에서 금, 혼성 2000m 계주에서 은메달로 체면치레를 했다. 린샤오쥔은 경기를 마친 뒤 “그동안 힘들었지만,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보자는 생각으로 차분하게 준비했다. 아직도 많은 한국 팬들이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또, 멀리 중국에서 오신 팬들께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박지원은…

● 생년월일(나이) : 1996년 9월 23일(27세)
● 신장 : 1m70㎝
● 출신교 : 행신고-단국대
● 2022~2023 월드컵 성적 : 금메달 14개, 은메달 4개
● 2022~2023 세계선수권 성적 : 금메달 2개, 동메달 1개
● 현재 세계랭킹 : 1위
● 주특기 : 아웃코스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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