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태형의 WBC 돋보기] 선발 박세웅 100% 역할 해내…불펜 김원중·정철원 수고에도 박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WBC 본선 1라운드에서 호주전과 일본전, 체코전까지 세 경기 연속 마운드에 오르며 분전한 불펜 투수 정철원(왼쪽)과 김원중. [뉴시스]

WBC 본선 1라운드에서 호주전과 일본전, 체코전까지 세 경기 연속 마운드에 오르며 분전한 불펜 투수 정철원(왼쪽)과 김원중. [뉴시스]

한국 선수들이 체코전 초반부터 꼭 이기기 위해 심기일전한 모습을 봤다. 타자들은 짧게 콘택트 위주의 타격을 하면서 찬스를 이어가는 데 집중했다. 그 점이 주효해 1회부터 점수를 많이 뽑을 수 있었다.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대량 득점으로 밀어붙이면서 승기를 잡았다.

선발 박세웅은 지난 10일 일본과의 경기에서도 좋은 피칭을 했다. 그 기세가 체코와의 경기에서도 이어졌다. 선발 투수로서 최고의 피칭을 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100% 해냈다. 박세웅은 국내에서도 공격적인 투구 패턴이 장점이었고, 여러 면에서 충분히 좋은 자질을 보여준 투수다. 체코를 상대로도 초반부터 포수 양의지와 함께 변화구 위주로 볼 배합을 하다 직구로 카운트를 잡는 등 영리한 경기 운영을 했다.

자신감도 뒷받침됐다. 1회 말 공을 던지면서 체코 타자들이 자신의 공을 잘 공략하지 못한다는 걸 느낀 것 같다. 그 후 확신이 생겼는지 더 자신 있게, 공격적으로 상대하는 모습을 봤다.

관련기사

불펜 김원중과 정철원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둘 다 호주전, 일본전에 이어 체코전까지 3경기 연속 등판했다. 나올 때마다 무실점으로 막은 건 아니지만, 태극마크를 달고 마운드에 올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결과에 아쉬움이 남는다 해도, 이들의 수고는 야구 선배의 한 사람으로서 칭찬해 주고 싶다.

사실 한국은 이번 대회 개막 전부터 마운드 운용 문제로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특히 일본전에선 이강철 감독의 고민이 여실히 드러났다. 한국 대표팀의 젊은 왼손 투수들은 대회 개막 전 평가전 때도 대부분 제구가 흔들리고 컨디션이 완전히 올라오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일본 대표팀엔 좋은 왼손 타자가 많은데, 위기 때 섣불리 왼손 투수를 내보낼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참패를 당했다. 미국 애리조나에 스프링캠프를 차렸는데 시차와 날씨 등의 문제로 대회 준비에 어려움이 많았던 것 같다.

아직 대회가 끝난 건 아니지만 이번 WBC를 통해 대표팀의 젊은 선수들도 많은 걸 보고 느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경험을 밑거름 삼아 다음 대회, 또 그 다음 대회에서는 같은 과오를 반복하지 않길 바란다.

김태형 전 두산 베어스 감독·TV 해설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