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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 못준다"...개포자이 프레지던스 '입주중단' 날벼락, 무슨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소송 문제로 서울 강남 개포자이 프레지던스의 입주 중단을 하루 앞둔 12일 오후 단지 내 입주지원센터에서 입주자들이 열쇠 불출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송 문제로 서울 강남 개포자이 프레지던스의 입주 중단을 하루 앞둔 12일 오후 단지 내 입주지원센터에서 입주자들이 열쇠 불출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8일부터 입주를 시작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 프레지던스’(개포주공 4단지 재건축)가 단지 내에 있던 유치원 관련 소송으로 입주가 돌연 중단됐다. 이사 준비를 마친 입주예정자들은 “날벼락을 맞았다”며 아연실색하고 있다.

이 단지 재건축조합은 11일 조합원들에게 “이달 13일부터 24일까지는 열쇠(키) 불출(지급)이 불가해 입주를 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재건축 공사 이전 단지 안에 있던 경기유치원이 보상을 요구하며 서울행정법원에 오는 24일까지 준공인가 처분 효력정지를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강남구청이 지난 10일 오후 조합에 사전입주 정지 명령을 내렸다.

조합 측은 “11일에 긴급이사회를 열어 강남구청과 GS건설의 입장을 검토한 결과 조합이 입주를 강행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13일 구청과 후속 협의를 할 예정이지만 어떤 결론이 나올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이번 결정은 유치원측이 조합을 상대로 낸 '관리처분계획의 취소 청구' 소송과 관계가 있다. 지난 2월 조합이 법원에 낸 탄원서에 따르면 유치원 소유주들은 단지 재건축과 함께 새로 조성된 유치원의 ‘위치’와 ‘독립필지가 아님’을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했다. 이로 인해 자신들의 재산권이 심하게 훼손됐다는 주장이다. 재건축조합은 이미 지난 2019년부터 경기유치원과 이와 관련해 법적 다툼을 벌여왔다. 2019년 기존 아파트 철거 당시에도 이 문제로 공사가 1년여 동안 중단되기도 했다.

2019년 이와 관련해 한차례 대법원 판결이 나왔지만 유치원 소유주 측에서 재차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비업계에서는 이 문제를 보상금과 관련한 다툼으로 보고 있다. 조합 측은 탄원서에서 “조합원들이 원고(유치원 소유주)를 대신하여 수십억 원에 이르는 유치원 건축비와 교구비를 무상으로 지급하였음에도 입주 방해를 목적으로 하는 원고의 무차별적인 재판 청구, 가처분신청, 민원 제기로 이미 오랜 시간 사업이 지연돼 사업비 증가와 대출이자 납부로 고통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유치원 소유자가 이른바 ‘알박기’를 통해 입주 예정자들의 발목을 잡고 과도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얘기다.

앞서 이 단지는 지난달 28일 입주를 앞두고 강남구청과 어린이집·우체국 공공기여분 문제로 한차례 갈등이 있었다. 구청 측이 입주 시작 당일 임시 준공승인을 내주면서 일단락 됐다. 지난 2주 동안 전체 3375가구 중 현재까지 800여 가구가 입주를 마쳤다. 조합 측에 따르면 열쇠를 받을 수 없는 기간인 13일부터 24일까지 입주를 예정했던 가구는 400여 가구다. 일단 조합과 GS건설은 이날까지 잔금 등을 완납한 가구에 한해 열쇠를 내주고 있다. 열쇠를 받은 가구는 예정된 날짜에 입주가 가능하다.

개포주공 4단지를 재건축한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중앙포토

개포주공 4단지를 재건축한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중앙포토

피해는 이사 준비를 마친 입주예정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전망이다. 일단 조합은 “이 기간에 이사하려는 사람은 일정을 조정하거나 보관 이사를 고려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15일 이삿날을 잡고 이삿짐업체 등에 예약을 한 한 입주예정자는 “보관이사 업체에 문의하니 날짜를 맞추기 어렵다고 한다”며 “대출 일정부터 시작해, 이사, 입주청소, 가구, 가전제품 예약까지 모두 취소하고 다시 정해야 할 판”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입주예정자는 “이사 일정을 다 잡아 놓았는데 제날짜에 입주가 안 되면 길에 나 앉을 판”이라고 했다. 준공승인이 안 나면 전세자금대출이 안 되기 때문에 대출을 통해 전세자금을 마련하려던 전세 임차인이나 임대인들의 혼란도 불가피하다.

줄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일단 이 사건에 대한 법원의 심리는 17일로 예정돼 있다. 빠르면 17일에서 늦어도 24일까지는 최종 결정이 내려지게 된다. 법원에서 준공인가 처분 효력 정지 결정을 취소하면 입주는 재개되고, 유지가 결정되면 입주 재개는 기약할 수 없게 된다. 조합 측은 “준공인가 처분 효력 정지는 24일까지의 임시적이고 잠정적인 조치이며 법원의 최종 결정도 아니고 최종 결정을 위한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에 내려진 처분”이라며 “구청이 입주 중지라는 극단적인 이행 명령을 내리는 것이 적절한지와 사전에 조합의 청문 절차도 거치지 않은 것이 적법한지는 별도로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세 계약을 체결한 한 입주예정자는 “소송이 길어질 경우를 대비해 전세계약을 파기하고 바로 이사 가능한 새집을 알아볼 생각마저 하고 있지만, 미리 낸 계약금을 제때 돌려받을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라고 밝혔다. 법률사무소 임률의 김규엽 변호사는 “계약 기간 내에 이사하지 못할 경우 입주 지연의 책임을 두고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재판의 결과에 따라 패소하는 쪽이 거액의 피해 보상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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