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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째 주변인 사망에 당내선 “도의적 책임져야”…정치적 리더십 시험대 오른 이재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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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번째 주변 인물 사망으로 또다시 당내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시청 광장 동편에서 열린 ‘강제동원 굴욕해법 무효 촉구 2차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시청 광장 동편에서 열린 ‘강제동원 굴욕해법 무효 촉구 2차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최측근인 전모(64)씨가 9일 극단 선택을 한 파장은 주말 사이에도 계속됐다. 비명계인 김해영 전 의원은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와 같은 인물이 민주당 대표라는 사실에 당원으로서 한없는 부끄러움과 참담함을 느낀다”며 “지금같은 상황에서도 당이 ‘이재명 방탄’을 이어간다면 민주당은 그 명이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씨가 남긴 6장 분량의 유서에는 이 대표를 향해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으라”“더 이상 희생은 없어야 한다”고 한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친이낙연계이면서 성남 중원구를 지역구로 둔 윤영찬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 말대로 검찰의 무리한 수사 때문이라면 속히 밝혀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이 대표 본인이나 주변에서 고인에게 부담을 주는 일이 있었다면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전씨는) 10년 넘게 자신(이 대표)을 위해 일했던 사람”이라며 “(이 대표가) 도의적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그게 인간이고 그게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공개적으로 대표직 퇴진을 주장한 셈이다.

이 대표는 자신의 체포동의안이 가까스로 부결된 이후 비명계 일각의 거취 결단 요구를 해소하는데 공을 들여왔지만, 전씨 사망으로 상황이 급변했다. 이 대표는 전씨 사망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10일) 경기 지역 현장 방문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성남 시립의료원에 마련된 전씨 빈소로 향했다. 그러나 유족측이 이 대표 조문에 난색을 보이자 인근에서 6시간 대기한 뒤에야 약 20분간 조문을 할 수 있었다.

당내에선 전씨 사망으로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나 방탄정국 논란을 넘어서는 정치적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된다. 비명계인 김종민 의원은 JTBC 인터뷰에서 “단순히 유죄냐 무죄냐의 싸움이 아니라 이 대표가 이 문제를 다루는 태도에서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계기로 비명계가 요구한 당직개편보다 더 강한 해법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비명계 재선 의원은 “최종적으로는 이 대표가 살신성인의 모습으로 관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적 해법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단일대오를 강조한 당 지도부의 단속에 균열이 갈 가능성도 관측된다.

이 대표는 주말 사이 정부의 강제징용 배상해법 비판에 집중하며 전씨 사망과 관련한 책임론에 선을 그었다. 그는 11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강제동원 해법 강행 규탄 2차 범국민대회’에 참석한데 이어 12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계묘국치’를 바로잡고 자주독립 민주공화국을 굳건하게 지켜나가겠다”고 썼다.

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페이스북 캡처.

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페이스북 캡처.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경북 봉화군에 있는 부모의 묘소가 훼손된 사진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일종의 ‘흑주술’로 무덤 사방 혈자리에 구멍을 파고 흉물 등을 묻는 의식으로, 무덤의 혈을 막고 후손 절멸과 패가망신을 저주하는 ‘흉매’라고 한다”며 “저로 인해 저승의 부모님까지 능욕 당하시니 죄송할 따름”이라고 썼다. 이를 놓고 민주당 내부에서 “지지층이 결집할 만 한 이슈”라는 평가가 나왔다.

당 지도부도 “전씨의 사망과 이 대표의 거취를 연결짓는 건 정치적인 의도”라며 이 대표의 퇴진론 등을 일축했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를 흔들려는 목적으로 바라보면 모든 게 이 대표 책임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며 “(거취 요구는) 당의 흐름을 바꿀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분류되는 정성호 의원은 중앙일보 통화에서 “고인의 죽음 앞에서 서로 네탓, 내탓하지 말고 조용히 추모하고 당의 단합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번주를 기점으로 이 대표를 향한 비명계의 강도높은 쇄신 요구가 분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4일 비명계 의원모임인 ‘민주당의 길’이 대선 이후 1년을 평가하는 토론회를 여는 데 이어, 15일엔  비주류 온건파 모임인 ‘더좋은미래’가 이 대표와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한편 여당은 “‘남탓’만 하는 것이 이재명식 정치”라고 이 대표를 비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측근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대통령과 정부만 비판하며 자신을 향한 비난을 비껴 갈 궁리만 하는 이 대표의 모습이 처절하다”고 말했다. 장 대변인은 “측근들에게 책임을 떠넘겨 희생을 강요해놓고 남겨진 유족의 상처까지 후벼 파며 조문할 때는 언제고 돌아서자마자 또다시 남 탓만 하는 것이 이재명식 정치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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