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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분담하라" 이복현 뜨면 대출금리 인하…보따리 푸는 은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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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에서 대출상품 금리 인하, 상생 프로그램 출시 계획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고금리에 올라타 쉽사리 돈을 벌면서 사회 환원엔 인색하다는 비판을 받은 데 따른 조치다. 특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잇따라 현장 방문에 나서자 해당 은행은 이에 맞춰 보따리를 풀어내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에서 열린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금융소비자 현장간담회에서 손뼉을 치고 있다. 뉴스1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에서 열린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금융소비자 현장간담회에서 손뼉을 치고 있다. 뉴스1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가계대출 모든 상품의 금리를 인하하기로 했다. 신용대출 금리는 신규 혹은 기한 연장 시 최대 0.5%포인트 인하한다. 전세자금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은 각각 0.3%포인트 내린다. 지난 9일 이복현 원장은 KB국민은행에서 열린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금융소비자 현장 간담회’에서 참석했는데 은행 측은 이에 맞춰 관련 조치를 내놨다.

그날 이 원장은 “고금리로 국민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은행도 국민경제의 일원으로써 고통을 분담하고 상생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필요하다”며 “국민은행의 지원방안 발표는 시의적절하고, 또한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BNK부산은행도 이 원장이 부산은행 본점을 찾은 지난 8일 주요 대출 상품 금리 인하 방침을 내놨다.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신용대출을 각각 최대 0.8%포인트, 0.85%포인트, 0.6%포인트씩 내리기로 했다. 서민금융상품인 ‘새희망홀씨’ 대출금리도 최대 1%포인트 인하한다.

이 원장은 지난달 23일의 경우 하나은행 본점을 찾았는데, 하나은행도 이날 서민금융상품인 ‘햇살론15’ 이용 고객 대출 잔액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캐시백 형태로 돌려주는 등 취약차주 지원 방안과 중소기업 대상 고정금리 대출 상품 확대를 발표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을지로 본점에서 열린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금융소비자 및 전문가 현장 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을지로 본점에서 열린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금융소비자 및 전문가 현장 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이런 움직임은 전 은행권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이 원장은 또 다른 시중은행과 지방은행도 방문할 계획인데 해당 은행들도 이에 맞춰 대출 금리 인하 방안 등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복현 원장이 은행권의 대출 금리 인하 동참을 더 독려하기 위해 조만간 다른 은행들도 방문할 예정”이라며 “은행의 대출 금리 인하, 취약차주 지원 움직임도 더욱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금리 인하 압박 조치가 한국은행의 긴축 기조와 방향을 달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달에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강하다”며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이러면서 지난 2월 기준금리를 동결했던 한국은행이 다시 기준금리 인상 압박을 받게 됐다.

하지만 이 원장의 은행권에 대한 대출 금리 인하 요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각 은행의 소비자 특성에 맞게 은행들이 고통을 분담하는 것은 (한은 통화 정책과) 배치되지 않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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