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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3점에 200억…행방 묘연 '전설의 백자' 리움 전시 첫 공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5세기에 제작돤 백자청화 보상화당초문 잔반침. 1994년 308만 달러에 낙찰됐다. [사진 리움미술관]

15세기에 제작돤 백자청화 보상화당초문 잔반침. 1994년 308만 달러에 낙찰됐다. [사진 리움미술관]

 17세기 백자철화 운룡문 호. 96년 850만달러에 낙찰된 뒤 크리스티 도자 경매 최고가 자리를 10여 년 간 지켰다. [사진 리움미술관]

17세기 백자철화 운룡문 호. 96년 850만달러에 낙찰된 뒤 크리스티 도자 경매 최고가 자리를 10여 년 간 지켰다. [사진 리움미술관]

1994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300만 달러에 낙찰된 15세기 조선 백자 잔받침과 1996년 850만 달러에 낙찰된 17세기 백자 항아리가 서울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이하 '조선의 백자')전시에 나란히 나왔다. 이후 2012년 320만 달러에 낙찰된 18세기 백자 항아리 역시 같은 전시에 출품됐다. 세 점 모두 낙찰 이후 국내 첫 공개다. 또 이들 백자는 크리스티 경매에서 가장 비싸게 낙찰된 국내 백자 1~5위에 드는 것으로, 세 점 가격만 합산해도 현재 가치로 약 200억 원에 육박한다.

94년 308만불 낙찰 15세기 접시 #96년 '세계 최고가' 기록 항아리 #도자 3점 가격만 200억 원 달해 #'국보' 아닌 도자로 지하1층 전시에 #"국보로 지정 추진해야 할 명품들" #상설 전시장에 390만달러 백자도

12일 본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현재 리움미술관 지하 1층 그라운드 갤러리에 94년 308만 달러에 낙찰된 15세기 백자청화 보상화당 초문 잔 받침이 전시돼 있다. 96년 10월 31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850만 달러(수수료 포함)에 낙찰된 17세기 백자철화용문호도 같은 전시장에 나와 있다.그동안 기록적인 가격에 낙찰된 뒤 자취를 감췄던 '전설의 도자기들'이 이번 전시에 나란히 나온 것이다.

세 점 중 두 점은 개인 소장품으로 미술관이 전시를 위해 대여해온 것이고, 나머지 한 점은 리움미술관 소장품이다. 국보·보물 31점 등 41점은 미술관 1층 블랙박스에 전시돼 있으나 이들 3점은 모두 지하 1층 그라운드 갤러리에 전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27년 전 850만 달러 낙찰된 '귀한 몸' 

17세기에 제작된 백자철화 운룡문호. 1996년 850만 달러에 낙찰된 기록이 있다. [사진 리움미술관]

17세기에 제작된 백자철화 운룡문호. 1996년 850만 달러에 낙찰된 기록이 있다. [사진 리움미술관]

백자철화 운룡문 호는 높이가 48㎝, 몸체 지름이 38.6㎝(굽 지름 17.3㎝, 입지름 17.0㎝)다. 철화 백자 특유의 짙은 갈색 문양이 눈에 띈다. 추정가가 40~60만 달러였으나, 경매 당일 치열한 경합이 벌어지며 예상가 12~20배에 달하는 850만 달러에 낙찰됐다. 이는 당시 세계 도자기 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이었으며, 현재 가치로 100억 원이 넘는다.

한 고미술 관계자는 "당시 기록을 세운 이 항아리는 '천하의 명품 도자기'라고 해서 국내외에서 크게 주목 받았다. 2000년대 후반 중국 도자기가 기록을 깨기 전까지 약 10여 년 간 최고가 자리를 지켰다"고 전했다.

용이 그려진 항아리는 조선 왕실의 권위를 상징한다. 일반적으로 청화 안료를 쓰지만 17세기 전·중반엔 청화 안료 구하기가 어려워 철 안료를 사용하기도 했다. 철 안료를 쓴 경우 문양이 갈색으로 나온다. 이준광 리움미술관 책임연구원은 "현재까지 알려진 다른 용무늬 철화백자와 비교해 보아도 유사한 예를 찾기 어려운 희귀한 사례로 그 가치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백자청화 운룡문호 

18세기에 제작된 백자청화 운룡문 호. 리움미술관 소장품이다. 당당한 형태와 활력이 넘치는 용 구름이 돋보이는 명품이다. [사진 리움미술관]

18세기에 제작된 백자청화 운룡문 호. 리움미술관 소장품이다. 당당한 형태와 활력이 넘치는 용 구름이 돋보이는 명품이다. [사진 리움미술관]

2012년 9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320만 달러에 낙찰된 18세기 백자청화 운룡문 호는 높이 61.9㎝ 몸체 지름의 45.5㎝다. 같은 종류의 항아리 중 가장 크며 다섯 발가락을 가진 용이 그려진 것이 특징이다. 이 항아리는 리움미술관 소장품이다.

전시엔 백자청화 운룡문 호가 하나 더 나와 있다. 고 이병창 박사가 일본 오사카시립 동양도자미술관에 기증한 것으로, 높이 55.2㎝, 몸체 지름 43.8㎝다. 이 백자에도 다섯 발가락 용이 그려져 있으며, 용 무늬 항아리로는 매우 드물게 길상의 의미를 지닌 칠보 문양이 그려져 있다. 두 백자는 굽의 문양이 서로 다르다.

한편 2011년 경매에서 389만 달러에 낙찰된 또 다른 백자 청화 운룡문 호는 현재 리움미술관 고미술 상설 전시관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리움미술관이 소장한 청화백자운룡문 호 두 점 가격만 해도 현재 가치로 100억 원이 넘는다. 고 이건희 회장의 남다른 백자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전시에선 이건희 회장 유족이 2021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 백자 6점도 볼 수 있다. 이건희 회장이 1996년 300만 달러에 낙찰 받은 청자(철재상엽문매병) 역시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됐다.

2011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389만 달러에 낙찰된 청화백자 운룡문 호.리움미술관 상설전시관에서 볼 수 있다. [사진 리움미술관]

2011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389만 달러에 낙찰된 청화백자 운룡문 호.리움미술관 상설전시관에서 볼 수 있다. [사진 리움미술관]

청화백자 보상화당초문 잔받침 

백자청화 보상화당 초문 접시. 1994년 경매에서 308만 달러에 낙찰된 명품 도자다. [사진 리움미술관]

백자청화 보상화당 초문 접시. 1994년 경매에서 308만 달러에 낙찰된 명품 도자다. [사진 리움미술관]

백자청화 보상화당초문 잔받침. 뒤에 칠보 문양이 그려져 있다. [사진 리움미술관]

백자청화 보상화당초문 잔받침. 뒤에 칠보 문양이 그려져 있다. [사진 리움미술관]

백자청화 보상화당 초문 잔 받침은 94년 308만 달러에 낙찰된 것이다. 경매에 나왔을 때 추정가가 30만 달러에 불과했으나 최종 낙찰가는 그 10배가 넘었다.

이 잔 받침엔 상상의 꽃인 보상화(寶相華)와 이를 잇는 덩굴이 그려져 있으며, 가운데 꽃을 중심으로 다섯 개 꽃과 덩굴이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다. 접시 입술엔 파도 무늬, 뒷면엔 칠보 무늬가 그려져 있다. 리움미술관 이 연구원은 1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금속 접시를 모방한 듯한 날렵한 형태와 화려한 문양이 빼어나게 아름다워 귀한 백자인 줄은 알고 있었으나, 29년 전 해외 경매에서 300만 달러 넘게 낙찰된 것인 줄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고미술 관계자는 "이번 전시에 나온 백자철화 운룡문 호와 청화백자 보상화당초문 잔 받침은 현재 국가지정문화재가 아니어서 지하 1층 전시장에 출품돼 있다. 그러나 앞으로 심의를 거쳐 국보 지정을 추진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 명품"이라고 말했다.

2008년 418만 달러에 낙찰된 신선 그림이 있는 청화 백자. 개인 소장. 리움미술관 전시에 나오지 않았다. [사진 크리스티]

2008년 418만 달러에 낙찰된 신선 그림이 있는 청화 백자. 개인 소장. 리움미술관 전시에 나오지 않았다. [사진 크리스티]

이밖에 해외 경매에서 비싼 가격에 낙찰된 또 다른 백자로는 2008년 본햄스 앤드 버터필드 경매에서 418만 달러에 낙찰된 백자 청화 송하신선문 호가 있으나 이 항아리는 이번 전시에 나오지 않았다.

이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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