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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모친은 여동생, 장모는 부인이…"아들보다 딸" 이럴만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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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 치매안심센터에서 진행하는 '비대면 인지 프로그램' 참여자가 버섯을 키우고 있다. 사진 광진구

서울 광진구 치매안심센터에서 진행하는 '비대면 인지 프로그램' 참여자가 버섯을 키우고 있다. 사진 광진구

 지난해 출생 아동의 성비(104.7명, 여아 100명당 남아 수)가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부 지역에선 3, 4년전부터 둘째·셋째아 성비가 100명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해 인천광역시 셋째아 성비는 89.9명이었다.

 이런 '딸 선호' 현상이 강해진 이유 중의 하나가 노후에 병이 났을 때 아들보다 딸이 잘 돌봐줄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의 노인실태조사를 보면 독립생활이 어려운 부모(또는 배우자)를 돌보는 가족 중 큰며느리의 비율이 2011년 12.3%에서 2020년 10.7%로, 작은며느리는 3.8%에서 1.8%로 줄었다. 같은 기간 딸은 10.3%에서 18.8%로 크게 늘었다. 2011년 주수발자가 배우자-며느리-아들-딸 순이었는데, 2020년에는 배우자-딸-아들-며느리 순으로 달라졌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가족 내 노인 돌봄 현황과 지역사회 통합돌봄 지원방안' 연구보고서(2020년)의 심층 인터뷰에 응한 여성 A(60) 씨는 지방의 가족과 떨어져서 수도권으로 올라와서 어머니를 돌보고 있다. 종전까지는 오빠가 어머니를 모셨는데, 올케가 병이 나고 우울증이 생겨 함께 살 수 없게 됐다. 다른 형제가 나서지 않자 A씨가 도맡았다. A씨는 "어쩔 수 없이 여기로 와서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다"고 말했다.

K(66)씨의 90대 어머니는 수년째 치매를 앓고 있다. 요양원에 입소하지 않고 집에서 지낸다. 수발 책임은 K씨의 50대 후반 여동생이 맡고 있다. K씨의 장모도 병을 앓고 있는데, K씨의 부인이 돌본다. K씨는 "각자 자기 부모를 돌보기로 했는데, 이게 편하다"라며 "여동생에게 좀 미안한 면이 있다"고 말한다.

요양보호사가 가족을 돌보면 장기요양보험에서 일정액의 지원금(월 30만~65만원)을 지급한다. 이런 가족 요양보호사가 12만1332명(2021년)이다. 이 중 지난해 1~6월 실제 서비스를 한 사람이 9만4520명이며, 이 중 환자의 딸이 40.6%로 가장 많다. 아내(28.5%), 며느리(15%), 남편(6%), 아들(5.1%) 순이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한국에서는 대를 잇거나 부양을 받기 위해 남아를 선호해 왔다"며 "그런데 한국 사회가 정말 많이 바뀌어서 가정(가족) 부양이 사라지고 있고, 특히 '내가 아플 때 누가 돌볼까'를 생각해보면 아들보다는 딸이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남아가 가진 기능의 가치가 빠르게 희석되고 반대급부로 딸의 가치가 평가받는 시대로 바뀌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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