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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의 WBC 돋보기] 김원중-정철원의 수고에 박수를 보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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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패를 안은 한국 선수들이 경기 초반부터 꼭 이기기 위해 심기일전한 모습을 봤다. 타자들은 짧게 짧게 콘택트 위주의 타격을 하면서 찬스를 이어가는 데 집중했는데, 그 점이 주효해 1회부터 점수를 많이 뽑을 수 있었다.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대량 득점으로 밀어붙이면서 승기를 잡았다고 본다.

12일 체코전에 선발 등판해 호투한 박세웅. 연합뉴스

12일 체코전에 선발 등판해 호투한 박세웅. 연합뉴스

선발 박세웅(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10일 일본전부터 좋은 피칭을 했다. 그 기세가 체코전까지 이어졌다. 선발 투수로서 자신의 역할을 100% 해줬고 최고의 피칭을 해줬다. 박세웅은 국내 리그에서 뛸 때도 공격적인 투구 패턴이 장점이었고, 여러 면에서 충분히 좋은 자질을 보여준 투수다. 체코를 상대로도 초반부터 포수 양의지와 함께 변화구 위주로 볼배합을 하다 직구를 보여줘 카운트를 잡는 등 영리한 경기 운영을 했다. 로케이션이 잘 된, 좋은 공들이 잘 들어간 것 같다.

자신감도 뒷받침됐다. 1회 말 피칭하면서 체코 타자들이 자신의 공을 잘 따라오지 못한다는 걸 느낀 것 같다. 그 후 확신이 생겨서인지 더 자신 있게, 공격적으로 상대하는 모습을 봤다. 여러 모로 좋은 투구였다.

호주전과 일본전에 이어 11일 체코전에도 등판한 김원중. 뉴스1

호주전과 일본전에 이어 11일 체코전에도 등판한 김원중. 뉴스1

불펜 김원중(롯데)과 정철원(두산 베어스)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둘 다 호주전, 일본전에 이어 체코전까지 3경기 연속 등판했다. 나올 때마다 잘 막은 건 아니지만, 태극마크를 달고 마운드에 올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결과에 아쉬움이 남는다 해도, 이들의 수고는 야구 선배의 한 사람으로서 칭찬해 주고 싶다.

사실 이번 대회는 마운드 운영 문제로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특히 일본전에선 이강철 감독의 고민이 여실히 드러났다. 한국 대표팀의 젊은 왼손 투수들은 대부분 대회 개막 전 한국·일본 팀들과의 평가전에서 제구가 흔들리고 컨디션이 완전히 올라오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일본 대표팀엔 좋은 왼손 타자가 많은데, 고비 때 섣불리 왼손 투수를 내보낼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안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캠프를 치르면서 시차와 현지 날씨 등 문제로 대회 준비가 녹록치 않았던 것 같다.

호주전과 일본전에 이어 11일 체코전에도 등판한 정철원. 연합뉴스

호주전과 일본전에 이어 11일 체코전에도 등판한 정철원. 연합뉴스

이번 WBC를 통해 대표팀의 젊은 선수들도 많은 걸 보고 느끼고 깨달았을 것 같다. 이 경험을 밑거름 삼아 다음 대회, 또 그 다음 대회에는 같은 과오를 반복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여기에 더해 상대 팀인 체코 선수들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체코는 전문 야구선수가 아닌 멤버가 많아서 야구를 그저 즐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진지한 자세로 경기에 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들의 열정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김태형 전 두산 베어스 감독·SBS스포츠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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