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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모든 책임 내가 진다"…바이든 선물 내보인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2일 대통령실이 공개한 유튜브 ‘쇼츠’(Shorts) 영상.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 책상 위 놓인 팻말에 'The Buck Stops Here'라고 적혀있다.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의 좌우명으로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이 팻말을 선물했다. 윤 대통령도 후보 시절 예능프로그램 인터뷰에서 해당 문구를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 유튜브 캡처.

12일 대통령실이 공개한 유튜브 ‘쇼츠’(Shorts) 영상.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 책상 위 놓인 팻말에 'The Buck Stops Here'라고 적혀있다.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의 좌우명으로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이 팻말을 선물했다. 윤 대통령도 후보 시절 예능프로그램 인터뷰에서 해당 문구를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 유튜브 캡처.

12일 대통령실이 유튜브에 공개한 강제징용 해법 관련 영상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방한했던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서 선물받았던 팻말 사진과 함께, 지난 7일 윤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이 담겼다. 팻말엔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The Buck Stops Here)"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7일 국무회의에서도 윤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외교부에 해결 방안을 주문했고, 그동안 여러 우여곡절을 통해 결단을 내린 것"이라며 자신의 결단과 이에 따르는 책임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주말 장외 집회까지 열고 반발하는 야권 등 국내 분열을 막기 위한 목적인 동시에, 나흘 뒤 마주 앉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를 향한 메시지까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이 준 선물을 함께 공개한 자체가 한·미·일 협력 강화가 절실한 상황에서 한·일 정상 모두 국내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관계 개선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즉 한국이 먼저 움직였으니, "이제 일본도 과감히 호응할 때"라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던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오는 16~17일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문가들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 측의 사과가 보다 성의 있는 형태로 제시될지 여부가 회담의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대통령실이 12일 "한일관계 해법이 국민과의 약속이자 미래를 위한 결단"이라는 점을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유튜브 숏츠에 공개했다. 대통령실 유튜브 캡처.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12일 "한일관계 해법이 국민과의 약속이자 미래를 위한 결단"이라는 점을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유튜브 숏츠에 공개했다. 대통령실 유튜브 캡처. 연합뉴스.

"우회 사과 이상 내놔야" 

정부가 강제징용 해법을 발표한 지난 6일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상은 "1998년 한·일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런 '우회 사과' 이상의 언급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외에 주요 의제로 꼽히는 정상 간 셔틀 외교 재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정상화, 일본의 수출규제 해제 등은 자연스럽게 해결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는 문제 해결의 '완성형'이 아니라, 이를 시작으로 일본 측의 더욱 구체적인 사죄와 참여를 이끌어내겠다는 '개문발차'의 성격이었다"며 "정부로선 선제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한 뒤 일본에게 공을 던진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12일 지지통신은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는 역사 문제에 대해 새로운 사과를 하는 대신 역대 일본 내각의 입장을 계승한다는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며 "일본 국내 보수파에 대한 배려 차원"이라고 보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는 모습.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는 모습. 대통령실.

"사후 국면 관리 중요"

전문가들은 양국 관계가 분기점에 접어든 현재 한·일 당국이 어떻게 국면을 관리하는지가 발표된 해법의 이행만큼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서로를 자극할만한 발언을 최대한 자제하고, 피해자 설득과 여론 지지 확보에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강제징용 해법 발표를 시작으로 후속 조치 및 미흡한 부분들에 대한 보완 및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며 "정부의 해법 발표 직후 국민 10명 중 3~4명 정도가 찬성했는데, 더 많은 국민들의 이해와 지지를 얻을 수 있도록 한ㆍ일은 조금 더 진정성 있는 자세로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9일 한국갤럽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5%가 '정부의 강제징용 배상 해법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최 위원은 이어 "후속 조치의 핵심은 일본이 과거 정부의 역사 인식을 계승하겠다고 발표한 것 이상으로 사죄 관련 구체적인 표현으로 성의를 보이고, 일본 피고 기업들이 한·일 관계 발전에 얼마나 적극성을 보일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여론 자극 망언 없어야"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 직후에도 아베 내각은 우익 성향 의원의 발언을 '입단속'시키는 등 관리 노력을 기울이면서도 "일본이 잃은 것은 10억엔 뿐"(기시다 후미오 당시 외상), "위안부는 강제 연행이 아니다"(아베 신조 당시 총리) 등 고위 인사의 강경 발언을 이어가 합의 정신을 훼손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 강제징용 해법 발표 이후에도 하야시 외상은 지난 9일 중의원 안전보장위원회에서 "어떤 것도 '강제노동에 관한 조약상'의 강제노동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을 반복한 측면이 있지만, 한·일 관계 정상화 분위기 조성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1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강제동원 굴욕해법 강행 규탄 및 일본의 사죄배상 촉구 2차 범국민대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강제징용 해법 발표 후 과거사 문제 관련 일본의 강경 발언은 한국 내에서 불붙은 국내 정치적 논란에 기름을 붓는 성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1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강제동원 굴욕해법 강행 규탄 및 일본의 사죄배상 촉구 2차 범국민대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강제징용 해법 발표 후 과거사 문제 관련 일본의 강경 발언은 한국 내에서 불붙은 국내 정치적 논란에 기름을 붓는 성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뉴스1.

한편 미국은 한·일 관계 개선 움직임에 꾸준히 '적극 지지' 신호를 보내고 있다. 앞서 미국은 일본을 협력 파트너로 지칭한 윤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 대해 "매우 지지한다"고 밝혔고, 지난 6일 강제징용 해법에 대해서도 바이든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명의의 별도 성명까지 내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주한 미국 기업 등 800개 회원사를 둔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도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단체에 선제적으로 기부 의사를 밝힌 상태다. 외교가에선 과거 한·일 간 '이혼 상담사'를 자청했던 바이든 대통령이 여전히 "강제징용은 한국 국내 문제"라며 요지부동인 일본을 보다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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