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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건' 속편서 사라진 러시아…"오스카상 자격없다" 난리난 이유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개봉작 영화 '탑건 매버릭'이 오는 12일 오후 5시(한국시간 13일 오전 9시)에 열리는 제95회 아카데미상(오스카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가운데, 이 영화가 오스카상 후보에 오를 자격이 있는지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LA타임스 등에 따르면 캐나다 토론토에 거점을 둔 우크라이나인 단체 '우크라이나 월드 콩그레스(UWC)'는 최근 아카데미상을 주최하는 미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에 공개서한을 보냈다.

영화 '탑건 매버릭(2022)'이 12일 오후 5시 열리는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이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탑건 매버릭' 화면 캡처

영화 '탑건 매버릭(2022)'이 12일 오후 5시 열리는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이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탑건 매버릭' 화면 캡처

이 서한에는 '탑건 매버릭'의 제작비를 러시아 억만장자이자 AS 모나코 FC(프랑스 리그 축구팀)의 구단주인 드미트리 리볼로프레프가 댔다는 내용의 항의가 담겼다. 폴 그로드 UWC 회장은 서한을 통해 "러시아가 할리우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강한 위기감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탑건 매버릭' 제작과 관련해 리볼로프레프의 존재가 뒤늦게 알려진 계기는 지난 1월 영화제작사 뉴리퍼블릭의 브래들리 피셔 전 사장이 제기한 소송이다. 피셔는 자신이 부당하게 뉴리퍼블릭에서 해고됐다며 회사 측에 1500만 달러(약 198억원)를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그 때 소장에 뉴리퍼블릭과 리볼로프레프의 긴밀한 관계가 언급됐다고 한다. 소송 전까진 '탑건 매버릭'과 리볼로프레프와의 접점은 베일에 가려 있었다.

드미트리 리볼로프레프(가운데) AS 모나코 FC의 구단주가 2022년 5월 14일 모나코의 한 축구 경기장에서 시합에 앞서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리볼로프레프가 '탑건 매버릭' 제작에 자금을 댔다는 외신 보도가 최근 나왔다. AFP=연합뉴스

드미트리 리볼로프레프(가운데) AS 모나코 FC의 구단주가 2022년 5월 14일 모나코의 한 축구 경기장에서 시합에 앞서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리볼로프레프가 '탑건 매버릭' 제작에 자금을 댔다는 외신 보도가 최근 나왔다. AFP=연합뉴스

코로나19로 극장들이 문을 닫고 영화업계가 불안한 가운데, 2020년 파라마운트 픽처스와 공동으로 자금을 조달했던 뉴리퍼블릭은 '탑건 매버릭', '미션 임파서블 7' 등을 포함한 파라마운트 픽처스 영화 10편에 대해 리볼로프레프가 최대 25%의 제작비를 제공하는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UWC 측은 탑건 1편과는 달리, 속편인 '탑건 매버릭'에는 러시아가 등장하지 않은 점도 '자금줄'의 뜻이 반영된 게 아니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UWC는 "그의 개입이 러시아 정부를 대신해 '검열'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며 "원작과 달리 탑건 매버릭은 러시아를 직·간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UWC는 아카데미 측에 "러시아 정치인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학살 전쟁을 지원하는 이들의 직·간접적인 투자가 있는 영화들을 명시적으로 거부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비난해온 아카데미 측이 강력한 성명을 발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화 '탑건 매버릭'의 스틸컷. '탑건 매버릭' 화면 캡처

영화 '탑건 매버릭'의 스틸컷. '탑건 매버릭' 화면 캡처

다만 미국 영화계 관계자들은 이번 공개서한이 아카데미상 수상 결과에 미칠 영향은 상당히 제한적일 것으로 바라본다. 본 투표가 이미 미국 서부 시간 7일 오후 5시에 마감돼 발표만을 기다리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1년을 넘어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이어서 "러시아가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작품이 수상할 경우 모두가 순순히 기뻐할 수 있을지 미묘한 분위기가 있다"는 반응들이 나온다.

1편에 이어 35년 만에 나온 '탑건 매버릭'은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에서 14억 8000만 달러(약 1조 9500억원)의 흥행수입을 올리는 등 크게 성공했다.

올해 기준 드미트리 리볼로블레프(사진)의 순 자산은 64억 달러(약 8조4500억원)다. 포브스가 선정한 부자 순위 389위인 그는 염화칼륨 생산기업인 우랄칼리를 경영하며 돈방석에 앉았다. 로이터=연합뉴스

올해 기준 드미트리 리볼로블레프(사진)의 순 자산은 64억 달러(약 8조4500억원)다. 포브스가 선정한 부자 순위 389위인 그는 염화칼륨 생산기업인 우랄칼리를 경영하며 돈방석에 앉았다. 로이터=연합뉴스

올해 기준 리볼로블레프의 순 자산은 64억 달러(약 8조4500억원)다. 포브스가 선정한 부자 순위 389위인 그는 염화칼륨 생산기업인 우랄칼리를 경영하며 돈방석에 앉았다. 번 돈을 축구 구단, 영화 및 미술품 투자 등에 써온 그는 폴 고갱·파블로 피카소·앙리 마티스·클로드 모네 등의 작품을 보유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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