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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산 양주에 토종이 뛰어든다…"내가 최초" K위스키 승자는

중앙일보

입력

GS리테일 '위-런'(위스키+오픈런) 행사가 시작된 10일 서울의 한 GS25에서 고객들이 구매를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GS리테일 '위-런'(위스키+오픈런) 행사가 시작된 10일 서울의 한 GS25에서 고객들이 구매를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른바 ‘K위스키’가 수입산 일색이던 국내 위스키 시장에 파장을 던지고 있다. ‘국내 최초’ 타이틀을 놓고도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희소성에 K위스키 가격 10배 오르기도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가장 많이 알려진 건 ‘한국인 최초의 위스키 디스틸러(증류주 생산자)’로 불리는 김창수씨가 경기도 김포에서 만든 ‘김창수위스키’다. 지난해 4월 첫 제품 출시 이래 판매하는 곳마다 ‘오픈런’(영업 시작 전부터 줄을 서는 것) 사례가 나왔다. 지난달 276병 한정으로 나온 ‘김창수위스키 50.5’는 알코올 도수 50.5%에 용량 700mL로 22만~25만원대 가격으로 완판됐다.

이에 경쟁자 격인 ‘쓰리소사이어티스 증류소’는 “한국 최초의 싱글몰트 위스키는 우리가 만든 ‘기원’”이라며 맞선다. 2021년 9월 호랑이 에디션이 먼저 제품으로 출시됐다면서다.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이 회사는 2020년 품질 좋은 K위스키를 만들기 위해 재미교포 도정한 대표, 스코틀랜드 출신 마스터 디스틸러 앤드류 샌드, 한국인 직원들이 모여 설립했다. 최근 도수 40%인 배치1 700mL가 15만원대 안팎으로 나왔다.

여기에 신세계 L&B도 김태완 한국식품연구원 박사와 K위스키를 개발하고 있다. 국산 참나무를 이용한 오크통과 토종 균류를 활용해 차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롯데칠성음료도 제주도 서귀포 감귤 공장에 위스키 제조설비 투자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다만 여전히 국내 위스키 시장은 수입산 위주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위스키 수입액은 2억6684만 달러(약 3500억원)로 전년보다 52.2% 늘어 1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MZ세대에 인기를 끌고 있는 하이볼(위스키에 음료를 타 마시는 것)도 일본산 위스키를 많이 사용해 지난해 일본 위스키 수입액은 전년 대비 31.4% 늘었다.

홍준의 한국주류수입협회 홍보고문은 “코로나19 기간 홈술 트렌드가 퍼지면서 위스키를 즐기게 된 소비자들이 경기침체기에도 위스키를 사고 있다”며 “지난해 4000만원 대 수입산 싱글몰트 위스키(더 글렌그란트 60년) 31병이 완판되는 등 고가 위스키가 인기였지만 하이볼 형태로 마시는 저가 위스키 시장도 커졌는데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도 K위스키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 높다. 업계 관계자는 “김창수위스키 등은 숙성 연수에 비하면 고가지만 희소성 때문에 리세일 가격이 10배 올랐다는 말이 돌았다”며 “한국산 위스키가 걸음마를 시작했다는 데 대해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라고 평했다.

이에 중앙일보는 김창수 대표와 쓰리소사이어티스 관계자에게 K위스키의 요건과 전망에 관해 물었다. 다음은 답변 요약.

김창수 대표 “개성이 중요…정식 제품 찾아가는 과정” 

▶김창수 대표=“사람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는데 제조와 병입까지 한국에서 완료되면 한국 위스키로 본다. 토종 균주를 쓰려고 시도를 많이 했는데 위스키 제조에 잘 안 맞아 생산 효율이 많이 떨어졌다. 그래서 현재는 주로 스코틀랜드 균주를 쓰고 있다.

(김창수위스키는) 시작한 지 2년 밖에 안 됐고 정식 제품을 출시했다기보다는 그런 제품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위스키는 개성이 중요하다. 발베니 같은 대기업 대량 생산과는 추구하는 맛과 전략이 다르다. 수제 크래프트 정신의 다양성과 실험적이고 높은 품질을 추구한다. 매니어들을 위한 것으로, 보다 대중을 상대로 팔려고 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이제 막 장을 열었다고 봐 달라.”

김창수 대표가 지난달 10일 서울 강남구 GS25 DX랩점에서 열린 '김창수위스키 스페셜에디션 오픈런 행사'에서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김창수 대표가 지난달 10일 서울 강남구 GS25 DX랩점에서 열린 '김창수위스키 스페셜에디션 오픈런 행사'에서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쓰리소사이어티스 “‘K위스키’ 해외서 관심 높아”

▶쓰리소사이어티스 관계자=“스코틀랜드 맥아 비중이 가장 높지만 호주나 국내산 맥아도 사용하고 있다. 한국 균주도 위스키 전용으로는 개발이 덜 돼 스코틀랜드 균주를 쓴다.

기후 환경에 따라 맛이 다르고 한류 때문에 해외에서 한국 위스키에 대한 관심이 높다. 우리 위스키는 세계 3대 위스키 대회라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 주류 품평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미국에 2000병이 수출됐고 영국에서도 수출 문의가 왔다.

한국의 감칠맛 나는 매운맛을 위스키에 담아내려 했다. 직접 보리 농사를 짓고 있고 어떤 오크통에서 숙성하느냐에 따라 배어 나오는 맛이 달라지니 한국 술이 담겼던 오크통을 확보하는 등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떡갈나무·굴참나무 등 한국 오크통도 시험해보고 있는데 국산 보리, 한국 효모, 한국 오크통으로 만들기 위해 연구 데이터를 쌓아가는 과정이다.”

쓰리소사이어티스 증류소가 지난달 25일 출시한 싱글몰트 위스키 ‘기원’의 첫 번째 정규 배치(batch). 사진 쓰리소사이어티스

쓰리소사이어티스 증류소가 지난달 25일 출시한 싱글몰트 위스키 ‘기원’의 첫 번째 정규 배치(batch). 사진 쓰리소사이어티스

이들은 과거 K위스키가 성공하지 못한 요인으로 꼽혔던 기후·숙성은 이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1970~80년대에도 토종 위스키를 개발하려는 노력이 이어졌지만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에선 오크통의 팽창과 축소로 위스키 증발량이 많아 문제로 지적됐다.

그러나 대만 위스키인 카발란이 위스키가 많이 증발하는 건 빠른 숙성을 의미한다는 마케팅으로 성공하면서 관점의 전환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만 유럽에선 위스키를 3년 이상 숙성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져 있어 이를 극복하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K위스키의 성공 사례를 만들기 위해선 시장을 넓게 보는 시야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완 한국식품연구원 박사는 “K위스키는 한국 기후와 균주, 숙성 소재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이라며 “현재 토종 균주는 활용 가능 단계까지 왔지만 양산화 준비는 덜 돼 있다. 양산하려면 앞으로 2년은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K위스키는 상대적으로 희소하다 보니 관심을 많이 받는 데 더 성공하려면 시장 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스코틀랜드 오크통·보리를 쓰면서도 고유의 시장을 갖추려고 노력하면서 위스키 생산 100년 역사를 갖게 됐다”며 “한국에선 위스키에 (가격이 비쌀수록 세율이 올라가는) 종가세가 적용돼 (술의 양에 비례해 세금이 부과되는) 종량세를 적용하는 일본에 비해 주세·가격이 높아진다. 조세 체계가 바뀌어야 한국 고급 위스키가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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