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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 수유하자 "법정서 나가달라"…호주 판사 발언에 발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017년 5월 호주의 라리사 워터스 상원의원이 의회 본회의장에서 생후 2개월 된 딸 알리아 조이에게 모유를 수유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주변 동료 의원들은 워터스 의원의 행동에 개의치 않았다. 사진 워터스 의원 트위터

지난 2017년 5월 호주의 라리사 워터스 상원의원이 의회 본회의장에서 생후 2개월 된 딸 알리아 조이에게 모유를 수유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주변 동료 의원들은 워터스 의원의 행동에 개의치 않았다. 사진 워터스 의원 트위터

호주 법정에서 판사가 모유 수유를 하는 방청인 여성을 퇴장시켜 논란이 되고 있다. 여성단체는 판사가 차별금지법을 위반했다며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호주 ABC 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호주 빅토리아주의 멜버른 법정에서는 아동 성 학대 관련 재판이 열렸다. 판사가 잠시 휴정을 선언한 사이 한 여성이 아이와 함께 재판정에 들어왔고, 이후 이 여성은 방청석 구석 자리에서 모유 수유를 했다.

이 모습을 본 마크 갬블 판사는 여성에게 "법정에서는 아기에게 젖을 먹일 수 없다"며 "배심원들에게 방해가 될 것이니 미안하지만 나가달라"라고 말했다.

판사의 명령에 이 여성은 재판정에서 퇴장했다. 호주 법정에서는 선글라스나 모자를 쓰거나 음식물을 먹고 음료를 마시는 행위가 금지돼 있다.

하지만 빅토리아주 차별금지법은 여성이 직장과 학교, 대학, 상점 등 공공시설에서 모유 수유를 이유로 차별 받아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다만, 차별금지법이 법정에서도 적용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호주 SBS 방송은 전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여성 단체를 중심으로 갬블 판사가 사과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호주 모유 수유 협회의 나오미 헐 선임 매니저는 "모유 수유 때문에 법정에서 나가라는 명령을 받았다는 것은 매우 충격적"이라며 "아이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모유 수유를 할 수 있도록 보호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잉그리드 스티트 빅토리아주 영유아 교육부 장관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며 실망스러운 일이 벌어졌다"며 법무부 장관이 이 문제를 법원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빅토리아주 지방 법원은 이번 일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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