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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해양 녹조·적조 발생 빈도 지난 20년 간 59%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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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2020년 8월 발틱 해에 발생한 조류 대발생. [사진: 미항공우주국(NASA)]

2020년 8월 발틱 해에 발생한 조류 대발생. [사진: 미항공우주국(NASA)]

지난 20년간 전 세계 해양에서 조류 대발생으로 인한 녹조·적조 발생 빈도가 59%나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녹조(綠潮)와 적조(赤潮)는 특정 조류(藻類)가 대대적으로 번식해 바닷물 색깔이 초록색이나 붉은색을 띠는 현상을 말한다.

중국 남방과학기술대학과 미국 플로리다대학·델라웨어대학 등 연구팀은 최근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논문에서 2002~2020년 사이 전 세계 해양에서 조류 대발생 해역의 면적과 관찰 빈도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밝혔다.

지난 20년 동안 조류 대발생 면적은 13.2% 확대됐고, 연간 조류 대발생 빈도는 59.2% 증가했다는 것이다.
조류 대발생 피해 면적은 연평균 14만 ㎢씩 늘었고, 피해 면적이 늘어난 국가 숫자가 줄어든 국가의 1.6배였다.

전 세계 해양의 조류 대발생 추세. 파란색 선은 조류 대발생 빈도, 빨간색 선은 조류 대발생 피해 면적을 나타낸다. [자료: Nature, 2023]

전 세계 해양의 조류 대발생 추세. 파란색 선은 조류 대발생 빈도, 빨간색 선은 조류 대발생 피해 면적을 나타낸다. [자료: Nature, 2023]

인공위성 이미지 76만장 분석

지난해 8월 핀란드 연안에서 관찰된 조류 대발생. [자료: 미 항공우주국(NASA)]

지난해 8월 핀란드 연안에서 관찰된 조류 대발생. [자료: 미 항공우주국(NASA)]

연구팀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아쿠아(Aqua) 인공위성에 탑재된 '중간 해상도 이미지 분광방사계(Moderate Resolution Imaging Spectroradiometer, MODIS)' 장비로 촬영한 전 세계 해양의 2003~2020년 이미지 76만장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153개 연안 국가의 배타적 경제 수역(EEZ)과 54개의 대규모 해양 생태계(Large Marine Ecosystem, LME)를 가로·세로 1㎞ 구획으로 나눠 조류, 즉 식물플랑크톤에서 방출하는 형광을 바탕으로 녹조·적조의 발생 여부를 매일  판단했다.

분석 결과, 해안에 접하고 있는 153개국 중 126개국 해안에서 조류 대발생이 관찰됐다.
조류 대발생의 영향을 받은 전체 면적은 3147만 ㎢로, 이는 전 세계 육지면적의 약 24.2%, 전 세계 해양 면적의 8.6%에 해당한다.

조사 해역에서 지난 20년 동안 연간 평균 조류 대발생 횟수는 4.3회로 집계됐다.

조류 대발생 면적 가장 큰 곳은 유럽 

전 세계 해양의 조류 대발생 현황. 연간 발생 횟수를 나타낸 지도(a), 대륙 연안별 연간 대발생 평균 횟수(b), 대륙 연안별 피해 면적과 전 세계 피해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율(c). [자료: Nature, 2023]

전 세계 해양의 조류 대발생 현황. 연간 발생 횟수를 나타낸 지도(a), 대륙 연안별 연간 대발생 평균 횟수(b), 대륙 연안별 피해 면적과 전 세계 피해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율(c). [자료: Nature, 2023]

유럽 연안의 경우 피해 면적이 952만 ㎢로 전체 피해 면적의 30.3%를 차지했고, 북미의 경우도 678만㎢로 21.5%를 차지했다.

조류 대발생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 곳은 아프리카와 남미 주변 해역으로 연간 6.3회 이상 발생했다.

호주는 피해 면적이 284㎢로 전체의 9%였고, 발생 빈도는 연간 2.4회로 가장 낮았다.

대규모 해양 생태계 중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미국 북동부, 남미 파타고니아, 발트 해, 북부 흑해, 아라비아 해 등지에서 조류 대발생이 자주 나타났다.

대조적으로 아시아의 해양 생태계는 상대적으로 발생 빈도가 낮았다.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는 발생 빈도가 연간 5회 이하였다.

연구팀은 "조류 대발생이 자주 관찰된 곳은 영양분 많은 저층 바닷물이 위로 솟구치는 이른바 용승(湧昇, upwelling) 해역과 사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해안"이라고 설명했다.

기후변화로 조류 대발생 늘 전망 

지난해 8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알라메다 지역 샌프란시스코만을 적조 생물인 헤테로시그마 아카시우(Heterosigma akashiwo)가 붉게 물들였다. 적조가 발생하면 물고기와 다른 해양 생물이 죽는 등 해양생태계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EPA=연합뉴스

지난해 8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알라메다 지역 샌프란시스코만을 적조 생물인 헤테로시그마 아카시우(Heterosigma akashiwo)가 붉게 물들였다. 적조가 발생하면 물고기와 다른 해양 생물이 죽는 등 해양생태계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EPA=연합뉴스

연구팀은 또 "연평균 조류 대발생 빈도와 해수면 온도(SST) 사이에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발견됐다"며 "다만 해수면 온도가 높은 북반구의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서는 조류 대발생이 약화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기후변화로 해수 온도가 상승할 경우 조류 대발생이 더 자주 관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육상의 비료 사용 증가나 핀란드·중국·알제리·기니·베트남 등지의 연안 양식 확대처럼 인위적인 영양물질 배출도 조류 대발생에 기여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조류 대발생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예측 모델(글로벌 또는 지역 규모)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영양물질 배출 등 유해 조류 대발생(Harmful Algal Blooming, HAB)의 원인을 제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조류 성장은 해양 생태계에서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먹이사슬에 유기물과 에너지를 공급한다는 측면에서 유익하지만, 조류의 지나친 번식, 특히 남세균(cyanobacteria) 등 독소를 생산하는 유해 조류의 대발생은 생물 종과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바람에 세계적인 환경 문제가 되고 있다.

조류 대발생이 나타나면 어장이 폐쇄되고, 조류가 부패하면서 저층 바닷물의 산소가 고갈되고 어류와 무척추동물의 폐사가 이어지는 '데드 존(dead zone)'이 나타날 수도 있다.

2017년 9월 남세균 녹조가 발생한 미국 오하이오 주 이리 호 호숫가에 메기가 떠올라 있다. 남세균 녹조는 해양 뿐만 아니라 담수에서도 발생하는 대표적인 유해 조류 대발생(HAB)이다. 국내에서도 남세균 녹조는 대청호나 낙동강에서 자주 관찰된다. AP=연합뉴스

2017년 9월 남세균 녹조가 발생한 미국 오하이오 주 이리 호 호숫가에 메기가 떠올라 있다. 남세균 녹조는 해양 뿐만 아니라 담수에서도 발생하는 대표적인 유해 조류 대발생(HAB)이다. 국내에서도 남세균 녹조는 대청호나 낙동강에서 자주 관찰된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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