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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빙고’ 문재인 ‘그대에게’…尹 레미제라블·하입보이로 본 대통령의 음악

중앙일보

입력

8일 오후 킨텍스에서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인사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8일 오후 킨텍스에서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인사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등장 및 퇴장할 때 사용된 배경음악(BGM)이 화제다. 윤 대통령은 이날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주제곡(OST) ‘백성의 노래(Do You Hear People Sing)’와 함께 등장해, 걸그룹 뉴진스의 인기곡 ‘하입보이(Hype Boy)’에 맞춰 퇴장했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기간 두 번의 새누리당 전당대회(2014년·2016년)에 모두 참석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참석했지만 그때는 모두 흔히 사용하는 클래식 곡을 BGM으로 썼다.

‘백성의 노래’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집회 등 시위 현장에서 자주 들리는 음악이지만, 윤 대통령이 오래전부터 좋아하는 곡으로도 유명하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방송 인터뷰 때 이 노래에 맞춰 등장하며 “제가 레미제라블 영화나 뮤지컬을 여러 번 봤고, OST 음악 자체도 좋아해 자주 듣는 편”이라고 소개했다. 검사 시절엔 후배 검사들에게 이 노래를 추천했다고도 한다.

3·8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끝난 뒤 일부 네티즌이 윤석열 대통령의 어퍼컷 세레머니와 퇴장곡인 뉴진스의 ‘하입보이(Hype boy)’ 앨범사진을 합성해 온라인에 게시했다. 사진 커뮤니티 캡처

3·8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끝난 뒤 일부 네티즌이 윤석열 대통령의 어퍼컷 세레머니와 퇴장곡인 뉴진스의 ‘하입보이(Hype boy)’ 앨범사진을 합성해 온라인에 게시했다. 사진 커뮤니티 캡처

뉴진스의 하입보이는 윤 대통령이 지난 2월 충북 청주 육거리시장을 방문했을 때 제작된 ‘쇼츠’ 영상에 사용된 적이 있다. 집권 여당 최대 행사장에서 대통령의 퇴장곡으로 쓰인 파격 때문에 전대가 끝난 뒤 하입보이 앨범 사진에 윤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어퍼컷 세레머니’ 장면을 합성한 사진이 온라인에 퍼지기도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기존 정치권과 여의도 문법에 구애받지 않는 윤 대통령의 캐릭터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인과 음악은 때론 밀접하다. 특히, 대통령의 노래는 정치적 의미와 전략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현 민주당) 후보는 신해철의 ‘그대에게’를 선거 로고송으로 선택했다. 당시는 연예인들이 정치적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명하던 시기였다. 해당 노래를 사용한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정치적인 곡을 선택할 때는 가수와 작곡의 의도, 가사 등 모든 걸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며 “무엇보다 선거 노래는 저작권자가 사용을 허락해줘야 가능한데, 신해철씨가 문 후보를 지지해서 가능했다”고 말했다.

2012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한 방송에 출연해 혼성그룹 거북이의 ‘빙고’를 부르는 모습. 사진 방송화면 캡처

2012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한 방송에 출연해 혼성그룹 거북이의 ‘빙고’를 부르는 모습. 사진 방송화면 캡처

같은 선거에서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후보는 티아라의 ‘롤리폴리’, 장윤정의 ‘어머나’, 박현빈의 ‘샤방샤방’ 등을 선택했다. 전통 지지층인 5060세대를 넘어 청년층으로의 외연 확장이 필요했는데, 젊은 세대들도 트로트를 즐겨 찾던 그때의 분위기를 고려한 전략이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애창곡으로 3인조 혼성 댄스그룹 거북이의 ‘빙고’를 꼽아왔는데, 실제 한 방송에 나와 이 노래를 열창해 화제가 됐다.

대통령의 육성이 담긴 노래는 또 다른 정치적 유산이다. 2002년 대선 당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TV 광고에서 직접 기타를 연주하며 부른 ‘상록수’가 대표적이다. 노 전 대통령 사망 뒤 봉하마을에서 열린 추모제에서 이 영상이 상영되자 추모 열기가 달아올랐고, 지지층의 결집 효과는 극대화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5년 장모 이경령 여사의 팔순을 축하는 가족모임에서 무반주로 ‘짝사랑’을 부르며 쑥스러워하는 영상이 자주 회자됐다.

2007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좋아했던 노래 `상록수`를 합창하고 있다. 중앙포토

2007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좋아했던 노래 `상록수`를 합창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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