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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으로 갈라진 동료…‘공수 활약’ 눗바가 웃었다

중앙일보

입력

토미 에드먼(왼쪽)과 라스 눗바가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1라운드 B조 2차전을 앞두고 인사를 나눴다. 뉴스1

토미 에드먼(왼쪽)과 라스 눗바가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1라운드 B조 2차전을 앞두고 인사를 나눴다. 뉴스1

“한·일전의 의미를 알고 있다.”

“이번 주에는 동료가 아니다.”

한국과 일본은 ‘영원한 라이벌’이라 불린다. 여기에는 역사적인 함의는 물론 경제와 사회, 문화 그리고 스포츠에서의 맞수 의식이 잠재돼 있다.

야구의 월드컵으로 통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한국과 일본은 치열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2006년과 2009년 대회에서 무려 8번이나 싸웠고, 4승4패로 팽팽하게 맞섰다. 비록 두 대회 내리 일본이 우승을 차지하기는 했지만, 한국 역시 4강과 준우승으로 일본을 크게 위협했다.

이번 WBC에선 한국과 일본의 경쟁 구도가 더욱 흥미로워졌다. 양국 태생은 아니지만, 어머니의 나라를 따라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된 소속팀 동료들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토미 에드먼(28)과 라스 눗바(26·이상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다.

에드먼과 눗바는 2018년부터 한솥밥을 먹고 있는 식구다. 둘 모두 미국 출신으로 세인트루이스의 내야와 외야를 책임지고 있다.

그러나 둘은 이번 WBC에선 같은 유니폼을 입지 못했다. 어머니가 한국인인 에드먼은 한국 국가대표로 발탁돼 주전 2루수를 맡았고, 일본인 모친을 둔 눗바는 일본의 부름을 받고 붙박이 중견수로 뛰게 됐다.

토미 에드먼이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B조 1라운드 일본과의 2차전에서 7회 3루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난 뒤 아쉬워하고 있다. 뉴스1

토미 에드먼이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B조 1라운드 일본과의 2차전에서 7회 3루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난 뒤 아쉬워하고 있다. 뉴스1

공교롭게도 아시아에서 가장 라이벌 의식이 강한 한국과 일본으로 임시 소속팀이 달라진 에드먼과 눗바. 둘은 이번 대회 개막 전부터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펼치며 흥미를 돋웠다. 먼저 에드먼은 “한·일전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고 일본을 대하는 자세를 말했다. 눗바 역시 “에드먼은 나의 친한 친구지만, 여기에선 나와 다른 유니폼을 입는다. 이번 주에는 친구도, 동료도 아니다”고 결의를 다졌다.

중간 이름으로 각각 한국식의 ‘현수’와 일본식의 ‘테일러타쓰지’를 쓰는 에드먼과 눗바는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1라운드 B조 2차전을 통해 우정의 맞대결을 벌였다. 승자는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최고의 하루를 보낸 눗바였다.

눗바는 0-3으로 뒤진 3회말 무사 1·2루에서 내야를 빠져나가는 1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친구 에드먼의 옆을 꿰뚫는 안타였다. 7회 1사 1루에선 우익수 앞으로 떨어지는 안타를 친 뒤 재치 있는 주루로 2루까지 도달해 동료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라스 눗바가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1라운드 B조 한국과의 2차전에서 5회 몸을 날려 김하성의 타구를 잡아내고 있다. 뉴스1

라스 눗바가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1라운드 B조 한국과의 2차전에서 5회 몸을 날려 김하성의 타구를 잡아내고 있다. 뉴스1

5회에는 호수비도 펼쳤다. 1사 1루 김하성의 높게 뜬 바가지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냈다. 3-4로 뒤진 한국이 추격하던 상황에서 나온 결정적 호수비. 도쿄돔을 찾은 5만의 홈관중은 뜨거운 함성을 보내며 눗바를 격려했다.

반면 에드먼은 활짝 웃지 못했다. 공수에서 아쉬움이 컸다. 먼저 타석에선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선두타자로 나와 단 한 차례도 1루를 밟지 못했다. 수비에서도 2회 요시다 마사타카의 깊숙한 타구를 잘 잡아냈지만, 이를 1루로 악송구했다. 이번 대회 첫 번째 실책이었다.

둘의 운명은 곧 한국과 일본의 희비로 직결됐다. 한국은 경기 초반 3-0으로 앞서갔지만, 마운드가 상대 타선을 버텨내지 못하면서 결국 4-13으로 졌다. 개막 2연패로 1라운드 탈락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반면 일본은 2연승으로 순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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